외식업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올 때마다 빨간약처럼 등장하는 저가 메뉴. 저가 메뉴는 불경기 외식업계를 구제해 줄 수 있는 긴급 처방약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1000원 김밥, 1000원 버거, 2000원짜리 해장국, 한 마리에 5000원짜리 치킨 등 업종, 업태를 불문하고 경기가 하향세를 그릴 때마다 등장과 퇴장을 반복해 왔던 저가메뉴들. 그러나 이젠 불경기라고 무조건 저가만을 고수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가치 지향적’인 소비가 늘고 있는 까닭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외식업계에서 출시하거나 밀고 있는 저가 메뉴들은 단순한 싼 가격만으로 승부수를 띄었던 과거의 전략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외식업체들의 저가 전략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똑똑해지고 있는 저가 메뉴
외식업계의 저가 메뉴가 똑똑해지고 있다. IMF 이후 등장해 급속도로 확산됐다가 현재는 자취조차 찾아보기 힘든 테이크아웃 치킨&피자 전문점, 저가 삼겹살 전문점. 이들 저가 메뉴 전문점들은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맞물려 한 때 창업시장을 주도할 만큼 호응을 얻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불경기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소자본 브랜드들은 오히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리다매를 지향했던 저가 치킨이나 삼겹살 전문점이 2~3년 이란 짧은 호황을 누리고 사라진 것은 이를 운영하는 경영주에게나, 이러한 메뉴를 구매하는 소비자 양측 모두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 아니겠냐”며 “저가형 박리다매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챈 기업형 외식업체들을 중심으로 저가메뉴도 전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문이 특정한 가격대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속형에서부터 프리미엄 메뉴군까지 다양하게 구비하는 메뉴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다.
패스트푸드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에서부터 한 끼 외식에 버금가는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를 구비하고 있는 FF 업계는 경기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인 메뉴 구성이 일반화 됐다”며 “불경기 메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심혈을 기울이는 부문은 전체 메뉴군 가운데서도 저가격에 위치한 메뉴군에 대한 활성화”라고 설명했다.
기업형 외식업체는 물론 개인업소에서도 얇아진 고객들의 호주머니 사정상 기존 가격 정책만을 고수할 수는 없는 일. 식재료는 물론 인건비와 임대료 등 원부자재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상황 아래 출혈을 부추기는 가격 할인정책보다는 가격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저가에서부터 고가격대의 메뉴까지 구비한 가격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시적 메뉴가 아닌 정착화 위한 마케팅 필수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격의 메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저가메뉴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 수립하지 않으면 인지도 하락은 물론 원가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서는 T.G.I.프라이데이스가 선보이고 있는 3코스 밀 메뉴가 상대적으로나마 저가 포트폴리오 전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올 3월 애피타이저+메인메뉴+디저트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1만4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3코스 밀을 출시한 바 있다. 3코스 밀은 특정시간대 판매하는 한정메뉴가 아닌 전 시간대에 선보이는 메뉴며 제휴할인도 가능해 사실상 1만2000원대에 즐기는 FR스타일의 코스메뉴를 표방했던 메뉴.
그러나 T.G.I.프라이데이스는 지난달부터 3코스 밀에 음료군을 추가하고 가격을 1만7000원으로 20%의 인상을 단행했다. 당초 3코스 밀은 대부분의 FR들이 10% 내외의 음식가격 인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메리트로 선보였던 파격 메뉴였으나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으로 가격인상 단행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저가 메뉴를 전략메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치 소비’가 최근의 외식 소비 트렌드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가메뉴=퀄리티가 낮은 메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한편 저가메뉴가 불황기 캐쉬 카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가격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 접목되어야 전략적인 저가 메뉴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저가메뉴 창업 더 이상 소자본 아이템 아니다
창업시장에는 저가 메뉴를 차별화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났다 사라졌다를 꾸준히 반복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테이크아웃 피자&치킨, 저가 퓨전주점 등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2000원대 돈가스 전문점, 3000원대 해장국 전문점, 4000원대 돼지고기 부산물 브랜드가 급속한 확장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 관계자들은 “임대시세가 몇 배로 올랐고 저가메뉴의 경우 가시성이 뛰어난 A급 입지가 아닌 이상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가 메뉴=소자본 창업’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2005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적으로 12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청진동해장국은 선지해장국 3000원, 뼈 해장국 4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차별화로 내세우는 브랜드. 이곳의 경우 가맹비(서울 2000만원/지방 1100만원)만 지급하면 해장국 끓이는 노하우를 제공해 주는 전수창업 형태로 본사에서는 해장국의 재료인 고기와 양념 업체를 지정해 주고 있다. 이 곳 조형균 대표는 원재료 상승에 따라 전체 매출액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선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45%를 넘어서고 있다고 전한다. 저가 메뉴지만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또 “최근 저가 해장국 브랜드가 난립하게 됨에 따라 입지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며 “A급 입지를 찾다보니 저가 해장국이지만 최소 개설비용(30여평 기준)은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저가 아이템이라고 투자 금액 역시 저가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저가 돈가스나 구이집 등 박리다매형 업소들의 문제점은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것”이라며 “임대시세와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순수익율은 겉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티보이 - 주문조건에 따른 탄력적인 가격 할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는 로티보이는 현재 전국에 12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다. 이곳은 특히 버터향이 어우러진 로티보이만의 빵인 ‘번’이 간판메뉴다. 오븐에서 직접 구운 저칼로리(225kcal), 트랜스지방 0%라는 웰빙 콘셉트와 구운 후 1시간 안에 판매하는 신선함을 강조한 전략으로 호응이 높다. 번의 종류는 로티보이(커피크림이 토핑되어 있고 가염버터가 들어있어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 버터밀크보이(번 속에 버터와 연유가 녹아있어 달콤한 맛), 카야보이(코코넛으로 만든 카야쨈이 들어있어 달콤한 맛), 레드빈보이(단팥앙금) 등 4종류.
로티보이는 커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커피와 번을 콤보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5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와 로티보이 번을 세트메뉴로 주문할 경우 3800원인 원래 가격에서 500원 정도가 할인된 33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 로티보이 관계자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콤보 메뉴에 대한 할인 정책으로 커피 주문이 높은 편”이라며 “중저가 가격대의 메뉴를 취급하고 있는 특성상 콤보 판매 유도는 객단가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가맹점주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고 설명한다.

패스트푸드 업계
프리미엄과 저가로 이원화된 가격 정책
외식업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전년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패스트푸드 업계다. 비만과 식재료 파동으로 사회적인 집중 공격을 받아왔던 패스트푸드 업계는 런치메뉴 활성화, 24시간 영업, 캐주얼 다이닝 스타일로의 매장 업그레이드, 사이드 메뉴군 강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중 뭐니 뭐니 해도 패스트업계의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의 일등공신은 프리미엄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다.
햄버거에 한우, 파프리카, 아보카도(롯데리아) 등 고급 식재료를 접목하는가 하면 기존 메뉴보다 1.5배 커진 빅(big) 사이즈 메뉴(맥도날드) 및 그릴 메뉴(KFC)를 선보이며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주요했던 것. FF업계는 프리미엄군 뿐만 아니라 이른 바 프리미엄 메뉴 가격의 50~70% 수준인 실속형 메뉴로 이원화된 메뉴 전략을 구축하며 불경기에 탄력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FF업계 관계자는 “각종 이슈로 매출이 급락했던 지난 2005년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출시했던 실속형 메뉴가 이제는 FF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메뉴로 정착화 됐다”며 “실속형 메뉴는 로스리더(Loss Reader)가 아닌 프리미엄 메뉴군과 균형을 이뤄 수익성에는 별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자헛
프리미엄 메뉴 경쟁 속 실속메뉴로 니즈 충족
곡물가격 및 치즈가격 파동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피자업계에는 프리미엄 제품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만 보더라도 해산물을 푸짐하게 토핑한 씨푸드 피자, 천연치즈를 이용한 프리미엄 피자 출시가 러쉬를 이뤘고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등 피자브랜드의 신메뉴 가격대는 3만원대(라지 사이즈 기준)를 넘어서는 게 당연시 여겨지고 있을 정도. 식재료 상승 압박에 따라 피자업계가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피자헛에서는 지난해 출시한 미니피자(6000원)와 올 상반기 선보인 프레쉬 고메이피자(1만5900~1만9900원)로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도입했다.
미니피자는 피자헛을 방문하는 20대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출시된 메뉴. 이는 피자헛이 ‘피자’만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피자전문레스토랑에서 파스타, 샐러드 등 보다 다양한 메뉴까지 맛볼 수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리포지셔닝하게 됨에 따라 메뉴의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 미니사이즈 피자를 출시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피자헛은 미니피자에 대한 반응이 고무적임에 따라 현재 리치골드, 치즈바이트 2가지 종류에서 확대 판매를 고려중에 있다고 전했다. 서울역점의 경우 포장고객이 상당수여서 매장 한 켠에 ‘테이크아웃’ 부스를 만들어 주문 후 바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한 프레쉬 고메이피자는 얇고 담백한 도우를 접목,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었던 씬피자 스타일의 제품. 토핑 역시 신선함을 강조한 구성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메뉴로 일종의 다이어트 피자인 셈. 가격 역시 다이어트를 단행해 최근 피자업계의 평균 신메뉴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피자헛 관계자는 “프레쉬 고메이 제품군은 배달 비즈니스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피자업계에서 배달을 하지 않는 파격적인 제품이지만 젊은 여성고객층의 호응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