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현푸드-박기현 회장
외식업은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현장

4/4분기가 시작되는 10월이다. 외식업체들은 서둘러 2009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며 내년도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아직 한 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2008년은 유달리 외식업계의 수난이 그치지 않았던 해였다. 그 중 AI는 2008년 외식업계 불황의 전주곡이었던 듯 5월까지 지속되며 관련 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그중에서도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대로 모처럼의 약진을 기대했던 오리전문점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품 신토오리’를 운영하고 있는 (주)기현푸드는 오리전문점을 둘러싼 악재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라는 뚝심으로 일보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 인창동에 ‘기현 샤브’라는 신규브랜드로 출시했으며 자체 오리 가공공장 준공 계획도 차근히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IMF에 이어 2003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AI를 재정비의 기회로 삼고 움츠려들기보다 일보전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주)기현푸드 박기현 회장으로부터 이러한 긍정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들어봤다.

젊고 情 깊은 오너로서 외식업에 뜻을 세우다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상 박기현 회장은 베일에 가려진 CEO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뜻을 세운다’는 이립(而立)에 외식업에 뜻을 갖고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평직원도 아닌 오너로서 스타트를 끊어 일생의 절반가량을 외식업과 함께 해왔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이 서른에 꼬치구이전문점 칸꼬시, 생맥주전문점 버블캐슬의 엄연한 대표이사로 외식업계에 입문한 그는 “최근에는 젊은 CEO도 많고 2세 경영자도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20년 전만해도 30대 CEO는 드문 일이었다”며 “행여 젊은 나이가 책잡힘의 원인이 될까 직원들과 협심해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애썼고 젊은 사람이 산수에만 밝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개설비용을 깎아 달라는 점주들에게는 가맹비를 안 받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매뉴얼화, 시스템화가 기본이자 출발점인 프랜차이즈에서 그러한 ‘융통성’은 지금 와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리보다는 다 같이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情을 나누는 상생이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젊고 속정 깊은 CEO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이 사려가 깊다”라는 입소문을 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칸꼬시는 1000여 개점까지 확산될 정도로 기존 점주에서 예비 점주로 구전되는 힘은 광고 효과보다 월등했다.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한 사람에 대한 배려
박 회장은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외식업에서 모범답안은 사람만이 쥐고 있다”며 “이는 특히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한다. 단순한 거래관계가 아닌 정으로 연결된 고객, 직원, 점주 등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 IMF, AI 등 몇 번의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전한다.
기현푸드는 이직율이 심각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기이한 현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정도로 본사 직원의 절반이 10여년 정도 장기근속을 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와 비전 제시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40여개 매장 중 30여개가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신토오리에서는 매장당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10%까지 본사 직원들이 지분투자 형태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놓고 있다. 이 역시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박 회장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직접 자비를 들여 무이자 대출을 해 줄 정도로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핀트가 안 맞는 이야기 같지만 사람에 대한 배려는 그가 오리 메뉴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리고기처럼 사람 몸에 좋은 건강식이 없는데 여건이 어렵다고 오리 메뉴를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오히려 고객들이 안심하고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것이다.

베푸는 것에서 얻는 보람
신토오리에서는 매월 일정 금액의 장학금을 직원들의 자녀에게 지원함으로써 사회 환원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박 회장 스스로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어려운 사람일수록 작은 관심과 힘이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가 받을 때보다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베풀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흐뭇함을 느낀다”며 “더 많은 것을 베풀고 나누기 위해서라도 만족할 만하다고 위안 삼으며 소극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가 없다. 더욱이 사업은 만족하는 순간 뒤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IMF, AI 등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포기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았다는 박기현 회장.
베푸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그의 인생 가치가 긍정의 힘이 솟게 하는 원천이 아닐까.
사진/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