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한 오후에 맛보는 든든한 행복, 러너

외식업계에 ‘러너(Lunner)’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브런치(Brunch)를 즐기던 소비 트렌드가 최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즐기는 러너(Lunner)로 옮겨가고 있는 것. 외식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러너에 대해 알아봤다.
글/김여진, 홍우주 기자

미국 드라마와 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느지막하게 일어나 여유롭게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즐기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청담동과 이태원을 중심으로 브런치가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에 반해 최근 외식시장에서는 브런치가 아닌 러너라는 새로운 식문화가 등장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너는 점심시간 후인 오후 2시부터 저녁시간 전인 5시 사이에 시장을 형성, 점심을 놓친 사람에게는 식사대용으로, 점심을 먹었더라도 출출해진 사람들에게는 간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한 러너 메뉴들은 최근 일반음식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러너가 뜨는 이유
러너는 현대인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식문화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고 아침형인간, 올빼미족 등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고객의 주요 시간대도 변동이 생겼다.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대뿐 아니라 특정 시간에 관계없이 아침과 점심 사이 혹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도 방문 고객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로 브런치 뿐 아니라 최근에는 흔히 브레이크 타임이라 불리는 오후 시간에 러너를 즐기는 식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러너는 평일 오후를 주요 시간대로 공략하고 있어 주말 오전시간을 타깃으로 했던 브런치보다 많은 고객들이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틈새시장 시간 공략
러너는 외식업계에서도 새로운 틈새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저녁시간 전까지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문을 닫는 ‘브레이크 타임’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경영주 측면에서는 브레이크 타임의 존폐 또는 활용도에 대한 방법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대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때문에 음식점 운영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러너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브레이크타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러너 소비시장이 형성되면 메뉴를 추가하고 콘셉트를 약간 전환시키는 것만으로도 매출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 소비 트렌드와 찰떡궁합
러너는 실속 있고 간단한 메뉴로 구성되어 경제 불황에 적합한 식문화다. 불황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부분은 바로 외식비. 하지만 매일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외식비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러너 메뉴의 등장은 외식비를 걱정하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불황에 걸맞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식사대용의 러너를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불황 속에서 사람들이 더 달콤한 것을 찾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져 러너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러너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러너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거나 저녁식사 양을 조절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러너 메뉴는 대부분 열량이 높지 않은 간단한 식단으로 구성되어 여성들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출출한 간식 시간에 러너를 먹음으로써 늦은 시간대에 과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너를 즐기는 것은 단순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어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러너메뉴 전략
브런치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 건너와 와플, 오믈렛, 팬케이크 등으로 메뉴가 한정되어 있는 것에 반해, 러너는 최근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새로운 트렌드로 특정 메뉴가 정해져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떠한 장르의 업소에서나 러너 공략이 가능해 브런치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심플하고 전문적인 메뉴
식사 메뉴와는 달리 러너 메뉴를 찾는 고객들은 어떤 것을 먹을지 이미 결정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러너는 심플하고 전문적인 메뉴일수록 좋다. 무리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준비할 경우 인건비와 재료비가 오히려 상승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조리하거나 기존 메뉴를 약간 변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러너타임을 경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적당한 양과 착한 가격
식사대용의 든든한 요깃거리를 원하는 고객층을 겨냥해 일반 식사메뉴의 음식 양보다 2/3가량 줄이고,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또한 기존의 메뉴 중 러너 특성에 맞는 것들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면 착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적당한 양만큼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주게 된다.

타깃층에 맞는 콘셉트
점심을 먹고 난 후 출출할 때 배를 채우고자 먹는 학생층, 점심을 놓쳐 식사대용으로 먹는 직장인들, 그리고 나른한 오후 친구를 만나 간단한 간식을 먹는 여성까지 러너를 찾는 고객들은 그 연령과 목적이 다양하다. 따라서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주요 고객층과 러너타임에 새롭게 창출하고자 하는 고객층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너메뉴 개발시 주의사항
러너타임을 위해 무리한 메뉴 개발이나 투자를 하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가 있다. 시장 규모와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와 아직 개발이 덜 끝나거나 검증을 거쳐야 할 단계의 메뉴는 판매하지 않도록 한다.
기존에 브레이크 타임을 적용하던 곳이라면 러너 메뉴의 출시를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한다. 브레이크 타임을 적용할 때보다 노동력과 비용지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러너매출이 더 미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골고객을 위한 아주 특별한 러너
풍년명절 - 초계탕

러너타임에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초계탕’을 선보이고 있는 「풍년명절」은 정식류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황해도 전통 한정식 전문점이다. 삼계탕이 뜨겁게 먹는 닭요리라면 초계탕은 차갑게 먹는 닭요리. 닭을 삶아 기름기를 쏙 뺀후 닭 가슴살을 찢어 식초와 겨자로 맛을 낸 육수에 말아먹는 북한 전통음식이다. 점심시간이 지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단골 고객에게 초계탕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풍년명절의 러너 메뉴로 자리잡게 되었다. 초계탕은 정식 코스 메뉴 중 하나인 초계무침의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별도의 재료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조리하는 방법도 간단해 러너메뉴로 제격이다. 또한 러너타임에 혼자 정식을 먹기 부담스러운 고객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단골고객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초계탕은 건강 보양식으로 원기회복은 물론, 개운하고 새콤한 맛에 잃었던 입맛까지 되찾아주어 특히 여름철에 인기가 많다.
-러너 메뉴 : 초계탕 7000원
-문의 : 02-388-2973
-주소 : 서울 은평구 응암 3동 126-37 동명빌딩

인터뷰 - 풍년명절 / 추향초 대표
일부러 오후에 찾아오시곤 해요”
“메뉴판에 없어서 단골고객들만 아시는 메뉴에요. 오후에 단골손님 혼자 오시면 한정식을 드릴 수도 없고 해서 초계무침 재료로 신속하게 초계탕을 만들어드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맛을 기억해 그대로 초계탕을 재현한 북한요리 전문가 추향초 대표. 맛은 물론이고 건강식으로 손색없는 초계탕을 먹기 위해 단골고객들이 일부러 러너타임에 이곳을 찾는다.

오후를 공략하는
맥도날드 - 스낵타임 세트

「맥도날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를 스낵타임으로 설정, 다양한 간식메뉴인 스낵타임 세트 4종을 판매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외식비용 자체는 줄여야 할 지출 품목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출출한 오후 시간대 간식을 즐기는 고객들과 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간식 메뉴들을 출시했다.
스낵타임 세트의 가격은 2600원으로 스낵랩, 맥플러리, 맥너겟, 후렌치 후라이와 음료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부드러운 치킨과 야채를 또띠야로 감싼 스낵랩은 매콤하게 톡 쏘는 ‘스파이스 치킨 스낵랩’과 새콤달콤한 머스터드 향의 ‘스위트 머스터드 스낵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식으로 적당한 크기와 부담 없는 맛, 휴대하기 편한 모양과 더불어 17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불황기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러너 메뉴 : 스낵타임 세트 2600원, 스낵랩 1700원

인터뷰 - 한국맥도날드 마케팅팀/ 이윤경 브랜드매니저
“경기 불황 맞춤형 실속 메뉴”
“경기불황으로 외식이 줄고 있지만 오후 시간대 간식을 즐기는 고객 수요는 여전히 많습니다.” 간식메뉴를 출시해 오후 시간대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맥도날드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낵타임 세트는 식사 시간을 놓친 사람이나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픈 이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과 양으로 출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인터뷰 - 맥도날드 / 유찬미(27, 회사원/좌)·명지현(28, 대학원생/우)
“한가한 오후엔 러너가 제격이죠”
“오후 시간이 되면 출출해서 뭔가 먹고 싶거든요. 분식 같이 흔히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 말고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아서 먹곤 하죠. 가까운 곳도 좋지만 때로는 한가한 오후 시간대를 즐기려고 야외로 나가기도 해요.”
맥도날드에서 러너를 즐기고 있는 명지현씨와 유찬미씨는 러너에 대해 브런치와 함께 새로운 외식 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식생활도 점차 소량다식으로 여러 번 나누어 먹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 따라서 식사 시간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만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브런치와 러너가 들어간 다양한 형태의 식사 군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녀들은 러너를 먹을 때 주로 회사나 학교 근처의 접근성이 용이한 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평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멀리 가는 것은 힘들다고. 주말의 경우, 편안한 오후 시간대를 보내기 위해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을 찾을 때도 있다.
러너는 저녁 식사전, 가볍게 속을 채우기 위해 샌드위치나 스낵류를 즐겨 찾는다. 비교적 양이 적기 때문에 가격은 3000~7000원 사이가 적당하다고.


오후를 즐기는 맛있는 건강
마켓오 - 단호박 오곡찰밥

웰빙 레스토랑 「마켓오」에서는 오후 시간대 러너 메뉴로 ‘단호박 오곡찰밥’이 급부상하고 있다. 단호박 오곡찰밥은 현미, 찹쌀, 콩, 밤, 은행 등 여러 가지 곡식을 단호박에 넣고 쪄낸 영양만점 메뉴로, 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으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은 물론, 성장기 어린이와 건강을 생각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다. 또한 모든 메뉴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해 오후 시간대에 단호박 오곡찰밥을 테이크아웃 해가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늘고 있다. 영양식으로 건강도 챙기고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으며 바쁜 직장인과 학생들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앞으로도 러너 타임에 단호박 오곡찰밥의 매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1만4500원).
추천 러너 메뉴
-두부 카르파치오 : 부드럽고 담백한 연두부에 고소한 참깨 드레싱으로 버무린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1만3500원).
-차소바 : 녹차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면발에 시원한 육수와 가쓰오 소스, 해초피클을 얹고 연근과 해산물 등을 담아 차갑게 먹는 메밀국수(1만3500원).


브런치 전문점에서 즐기는
마이쏭 - 체다치즈와플

뉴욕 빈티지 스타일의 홈메이드 브런치를 표방하는 캐주얼 레스토랑 「마이쏭」은 브런치를 오전에만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오전 9시부터 브레이크 타임 없이 모든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그것. 그 중 체다치즈와플은 다른 시간대보다 특히 오후 러너타임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일본에서 먹어본 모플(찹쌀떡[모찌]과 와플을 조합해 만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와플 제조 시 옥수수 가루로 만든 찹쌀떡과 체다치즈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샐러드를 곁들여 출출한 러너 타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거리로 그만이다. 또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손님들을 위해 테이크아웃도 실시하고 있다.
-러너 메뉴 : 체다치즈와플 1만3500원
-문의 : 02-518-0105
-주소 :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0-17

추천 러너 메뉴
-레드벨벳 케이크 : 매혹적인 와인색에 가까운 붉은빛의 촉촉한 시트에 달콤한 프로스팅을 얹어 만드는 케이크(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