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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 최영숙 대표  <통권 296호>
육주희 기자, jhyuk@foodbank.co.kr, 2009-12-02 오전 05:45:34

한국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곧 세계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상(韓商)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제 8차 세계한상대회가 국제자유도시 인천에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특히 28일에는 송도컨벤시아에서 ‘세계가 즐기는 우리의 맛 한식’이라는 주제로 식품·외식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LA, 뉴욕, 베버리힐스 등에서 성공적으로 한식당을 현지화시켜 한식 세계화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우래옥의 성공사례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세계한상대회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우래옥의 최영숙 대표를 만나봤다.
사진/김준구 실장(보브 스튜디오)

우래옥은 한국식당이면서도 미국의 바 문화를 접목하는 등 성공적으로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식당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우래옥이라는 옥호가 수 백 번은 오르내렸으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도 남는다. 우래옥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룬 장본인이 바로 최영숙 대표다. 우래옥은 1974년 LA한인타운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한식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인 1992년 헐리우드 배우들의 생활무대인 베버리 힐스를 비롯해 꿈의 도시로 일컫는 뉴욕 맨하튼의 소호 등에 입점, 내방고객의 99%가 현지인들일 만큼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한식당으로 우뚝 섰다. 우래옥을 한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로 꼽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한식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레시피는 현지화하다
최영숙 대표는 우래옥 베버리 힐스점을 오픈하기 전 철저하게 현지화를 위한 준비를 했다. 개인적으로 푸드 컨설턴트를 고용해 3년간 한국 요리책을 분석하고, 식재료와 레시피 등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러나 한국요리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영숙 대표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맛있다’의 기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파전의 경우 외국 사람들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을 좋아하며, 김치도 샐러드처럼 아삭한 것을 더욱 선호한다고. 따라서 우래옥은 재료를 똑같이 쓰고 한식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들의 취향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프리젠테이션으로 현지화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최 대표가 밝히는 우래옥 음식 맛의 또 한가지 비밀은 바로 메뉴이름에 충실한 것이다. 한국 음식은 메뉴명에 충실하지 못한 음식이 많다고. 예로 들어 이름은 곱창전골인데 정작 곱창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재료만 가득한 식이다. 우래옥은 은대구조림은 은대구가 메인 식재료이므로 부재료는 과감히 생략, 이름에 충실한 음식을 만든다. 또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을 사용하되 직접 양념을 하지 않고, 참기름을 쓰지 않거나 갖은 양념, 소금약간, 살짝 데쳐서 등 애매모호한 표현이 많은 레시피를 정확하게 계량화해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이 나도록 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가정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레시피의 현지화인 것이다.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인 속으로 들어가라
최영숙 대표가 한식의 현지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순전히 음식을 좋아해 유명한 식당을 찾아다니면서부터다. 당시에도 일본, 중국, 타이, 베트남 음식점들은 중심상권에 진출해 성업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스터차우를 방문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갖고 있던 중식당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리는 인테리어 콘셉트와 서비스 방식, 메뉴였다. 특히 중식당임에도 서버들은 금발에 속된 말로 쭉쭉빵빵한 서양인들이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코리안 포크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삼겹살이었다. 그때 최 대표는 ‘왜 한국식당은 이렇게 못할까’라는 혼란에 빠졌다. 또 중심상권에 한식당이 단 한곳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속상했다. 그렇게 진출한 곳이 바로 베버리 힐스다.
메뉴에 대한 연구가 끝나고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점포를 물색하면서 최 대표는 일단 한인타운을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인타운에서는 아무리 매장을 크게 내고 또 성공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역시 교민들 혹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영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음식점을 하려면 당연히 현지인들, 외국인들에게 우리 음식을 소개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믿음에서였다.
현지인들을 채용,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
종업원들도 모두 현지인들을 고용했다. 한국인들을 채용해 아무리 레시피대로 교육을 시켜도 결국에는 자신의 요리법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게 낫겠다 싶어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 주방장을 채용해 처음부터 새롭게 교육을 시켰어요.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력도 빠르고 배운 그대로 실천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서빙직원의 경우 현지 에이전시와 협력해 거기에 속해있는 모델과 배우들을 채용했어요. 서버는 단순히 주문만 받고 음식을 내가는 사람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들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주문하는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죠.”
우래옥은 일단 직원을 채용하면 한국말로 된 메뉴를 정확하게 말하고 메뉴에 대한 설명을 완벽하게 해야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험을 봐서 통과하지 못하면 서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최영숙 대표는 음식을 매개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국음식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새로운 메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버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이 한식문화 전도사 자처
우래옥의 직원들은 모델에서부터 영화배우, 아이비리그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명문대 학생이 음식점에서 서빙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한 예로 예일대 출신의 한 직원은 비번인 날 플로리다에 사는 부모를 매장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주방 등 업장 구석구석 일일이 소개시켜주기도 할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한식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래옥에는 장기근무 직원도 많다. 매장청소부터 시작한 남미출신 총 주방장은 18년 동안 근무했으며, 총지배인도 16년간 근무했다.
한편 우래옥이 현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에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도 한 몫을 담당했다. 미국의 경우 크리틱(Critic)이라는 음식전문비평가가 몰래 와서 음식을 직접 먹어본 후,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기사에 게재를 한다고. 우래옥은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뉴욕포스트, 타임아웃뉴욕 등 현지 미디어와 자갓서베이, 미슐랭 가이드 등에 소개되면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현재까지 각종 미디어에 오르내린 횟수만도 98회에 달한다.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손님들의 선택권 줘라
최영숙 대표는 한식을 세계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모든 음식이 식탁에 한꺼번에 올라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음식에 대한 설명도 없고, 손님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본음식과 중국음식이 세계화된 이유는 바로 손님에게 선택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소스, 드레싱은 물론 매운맛, 짠맛 심지어는 물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이지만 한식은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는 식이란다.
우래옥에서는 비빔밥의 경우 비프, 치킨, 야채 등으로 토핑을 분류해놓고 소스도 다양하게 마련해 놓는 등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념이 너무 강해 오랫동안 음식 맛이 입에 남는 것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음식에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만 올리브유 등으로 볶아 맛은 나게 하되 냄새는 오래남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래옥은 음식에 ‘직접 양념’을 하기보다는 간접 양념을 통해 맛은 내면서 향과 잔 맛은 잡고 있다.

몇 명의 스타에 의존한 한류마케팅 지극히 위험한 발상
최근 미국에도 확실히 한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음을 느낀다는 최영숙 대표는 그것이 한류의 영향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에서 한류, 한류 하는데 정작 미국 주류사회에서 우리나라 유명연예인은 관심의 대상조차도 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몇 명의 스타에 의지한 한류 마케팅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최근에는 오리엔탈의 신비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코리아는 노출이 적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특히 양념 갈비를 불판에 올려 직접 구워 먹거나 젓가락질을 해야하는 한식은 그들에게 즐거운 경험이자 체험으로 다가서고 있다.
최영숙 대표 또한 동양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혜택을 보았다고 말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래옥과 최영숙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바로 동양인이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지만 아이덴티티가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인임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영숙 대표를 보면 전혀 그녀 또래의 동년배들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생각과 옷입는 스타일 등이 젊다. 생김새는 전형적인 한국인이지만, 옷입는 방식은 소호식으로 세련되고 멋스럽다. 즉, 뉴욕에서는 뉴욕스타일을 따르는 것이 그녀의 자존 방법이다. 최 대표는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한다.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며 현지화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한식의 세계화는 먼 안목으로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최영숙 대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정책에 대해 어떠한 속내를 갖고 있을까? 한 마디로 평가가 싸늘하다. 현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쏟아내 놓는 다양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최영숙 대표가 주장하는 한식 세계화는 이렇다. 긴 안목으로 현지에 요리학교를 세워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요리를 가르쳐 그들로 하여금 한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주방에도 현지인 조리사들이 체계화된 레시피로 한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역으로 한국인 종사자에게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한국음식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언어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와 함께 인테리어와 서비스, 메뉴 등도 현지화에 맞도록 재구성하는 실질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합문화공간 ‘마당’에서 진짜 한국의 맛과 멋 선보이고파
최영숙 대표는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LA 한인타운 우래옥 자리에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마당’을 건립했다. 음식점, 노래방, 영화관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복합엔터테인먼트 빌딩이다. 이곳에서 ‘반’과 ‘마루애’ 등의 한식당을 운영해 한국음식문화를 세계로 알리겠다는 포부다.
“외국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애국자가 되고 뿌리를 찾게 되잖아요. 내가 동양인임을 거부한다고 해서 외국사람들이 나를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봐주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남도 나를 인정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5000년 문화의 감동을 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마당은 한인타운 밖에 있는 현지인들을 역으로 한인타운으로 끌어당기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그들에게 진짜 한국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우래옥을 비롯해 올해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한 신규 브랜드 반,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마당’을 통해 미 주류사회에 5000년 한국의 전통과 문화, 한식을 전파시키고 있는 한국문화홍보대사로서의 최영숙 대표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된다.

 
2009-12-02 오전 05:45:3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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