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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민속집 서연자 & 최광준 대표  <통권 251호>
끌어주고 밀어주며 손발 척척 맞는 母子, 100년 가는 老鋪가 꿈
육주희 기자, jhyuk@foodbank.co.kr, 2006-02-13 오전 02:58:03

구기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옛날민속집. 봄, 가을철이면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온종일 북적거리는 두부전문점이다. 나란한 업소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15년 간 한결같이 손맛 가득한 정성과 넉넉한 인심을 퍼주었기 때문이다. 옛날민속집 또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아들이 대를 잇는 가업 계승 업소이다. 본점은 아들인 최광준 대표가 어머니의 뒤를 이어 경영하고, 어머니인 서연자 대표는 별관을 맡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고생했던 기억 절절해 옛 생각 하기도 싫어
인생에서 단 한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인생의 맛을 모를지도 모른다.
두부전문점 옛날민속집 서연자 대표. 그에게도 쓰라린 실패의 기억이 있다. 84년도에 중국요리집을 크게 시작해 종업원에게만 맡겨놓다 보니 결국 실패라는 쓰린 경험을 했고 식당을 하려면 주방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현재의 업소가 있는 구기동에 원조 두부집 할머니의 일을 도우며 두부요리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템을 구상, 1989년 옛날민속집을 시작했다. 메뉴 아이템만 구상했지 실제로 두부를 제조하는 법은 온전히 습득하지 못했던 서 대표는 두부를 잘 만든다고 소문난 할머니를 시골에서 모셔다가 비법과 노하우를 전승받았다. 이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두부는 물의 농도와 끓이는 시간조절도 중요하지만 간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간수와 콩의 진액이 엉겨서 순두부가 되고 두부가 되는데 간수는 진액이 다치지 않도록 애기 다루듯이 살살 쳐야 두부가 맛있게 만들어 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는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저절로 터득이 되었다. 그 때 당시는 일일이 손으로 맷돌을 돌려 콩을 갈아 체에 거르고 콩물을 내려 두부를 만들었으니 여간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런 수고로움을 매일매일 해낸 덕분에 지금은 두부집으로는 장안에 제일가는 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때 고생한 기억이 너무나 절절해서인지 서연자 대표는 지금도 옛날 이야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뜩하게 물려받진 않았지만 참 잘했다 싶은 가업 계승
여느 2세 외식인들과 마찬가지로 최광준 대표도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직접 두부를 만드는 고된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음악을 좋아했던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곳도 방송사. 사실 마음 속으로는 하고픈 일을 원 없이 한 후, 마흔이 되면 부모님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은 어렴풋이나마 품고 있었지만 서른 나이에 부모님을 도우며 이 일을 시작했으니 계획보단 꼭 10년 빠른 출발이고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부모님이 피땀으로 일궈 놓은 사업체를 마뜩하게 물려받진 않았지만 참 잘했다 싶고 물려받은 이상 성공한 다른 2세들처럼 사업도 번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솔직히 없진 않다는 최 대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연세대학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도 수료하고, 2세 경영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외식업에 필요한 이론이나 실무를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곳이라면 배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이제 조금씩 습관처럼 일이 익을 정도로 겨우 입문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최광준 대표는 처음 그가 생각했었던 것처럼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외식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아들은 본관, 어머니는 별관 ‘선의의 경쟁’
서연자 대표는 처음 외식업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본점을 맡기고 자신은 별관을 맡았다. 오늘날의 옛날민속집을 있게 한 안방과도 같은 본점을 선뜻 아들에게 내 준 것은 단골고객도 확보되어 있고 가게 시작과 함께 일해 온 베테랑 직원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아들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광준 대표는 “어머님이 왜 내게 본점을 맡기시나, 별관을 맡기시지”라는 의문도 가졌었는데 부모님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깨우치게 되었다. 일을 직접 시작해 보니 본관은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만, 별관은 1층뿐만 아니라 2층, 3층 규모가 커 자신의 역량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최 대표는 본점과 별관을 찾는 고객들을 지켜보면서 참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연세 지긋한 분들은 어머니가 별관을 운영해도 꼭 본점을 찾는다는 것. 좌석이 없어 별관으로 내려가시라고 해도 줄을 서서 기다릴지언정 본점을 고집한다고. 또 아들이냐고 물으면서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잘 하라고 어깨를 토닥일 때면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도 힘들 때는 있다. 특히 손님과 부딪히거나 힘들 때 부모님이 일궈 놓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부모님이 욕을 먹는다는 부담감으로 늘 긴장된다. 이제 겨우 돌발 상황이 닥치더라도 조금씩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연륜과 아들의 노력이 조화 이뤄
어머니와 아들이 각각 점포를 운영하니 부딪히는 일도, 머리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음식에 대해서는 메뉴개발에서부터 레시피까지 전적으로 어머니인 서연자 대표가 진두지휘하지만, 어느 날 출근해 보면 새로운 메뉴가 갑자기 올라와 있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는 최광준 대표. 최근에는 모자가 함께 상의를 한 후 결정을 한단다.
최 대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직원들과 먼저 상의를 해 통과가 되면 어머니께 올린다. 그동안 아이디어를 냈다가 직원들에게도 통과 못하고 사장된 것들이 부지기수.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 대표가 운영에 참가하면서 새롭게 바뀐 것도 많다. 우선 매입, 매출 등 재무에 관한 것과 마케팅, 직원들의 복지문제 등이 그것. 그동안 모든 자료가 어머니의 머릿속에 있다시피 했지만 이젠 데이터화하고, 예전에는 근처 식료품 가게에서 구입하던 식재료 구매선도 품목별로 산지수매, 농가계약재배, 직거래 등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10년지기 단골은 있어도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마케팅에 대해서는 개념도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는 고객을 데이터화 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면서 어머니는 아들이 이 일을 함께 하는 것이 더욱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며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연륜의 힘을 새삼 배우고 있다.

내 자식에게 떳떳하게 먹이는 두부
모든 업소들이 좋은 재료로 내 식구가 먹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업소들이 정직성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
서연자 대표는 옛날민속집 또한 여느 업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정직성만큼은 갖췄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재료의 정직성을 예로 든다면 100% 국산 콩만을 고집한다. 한 때 콩 값이 금값이었을 때 가마당 57만원을 주고 구입한 적이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지키는 부분이다. 종업원들에게는 음식을 만들 때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은 푸짐하게,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을 것을 항상 강조한다.
주방일 말고는 주차부터 카운터까지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최 대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단다. 부모님이 맛과 열정으로 고객들을 끌어왔다면 이젠 한 단계 점프하기 위해 해야 할 자신의 몫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방 일을 아직 모른다는 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는 그는 두부 하나 만큼은 우리 집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자식에게 먹일 두부는 꼭 가게에서 가져다가 먹인다. 언젠가는 두부만드는 비법을 전수 받겠지만 그도 어머니도 그리 서두르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듯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곳도 여기였고, 다시 돌아온 곳도 여기니 그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2세 외식인들의 공통적인 딜레마
요즘 최 대표는 약간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솔직히 비전이나 미래가 없었다면 과연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대를 이어 이 일에 매달릴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든단다.
결국 금전적으로나 비전면에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올인하는 것이지만 마음과는 달리 100% 업소에 충실하지도, 100% 가정에 충실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젊은 2세 외식인들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데 많은 2세들이 물려받은 점포를 키우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일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일반적인 직장인들과는 다른 생활패턴 때문에 가장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도 끝끝내 해결할 수 없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자식처럼 보듬고 돌봐 오래가는 老鋪가 꿈
요즘 잘나가는 외식업소는 오랫동안 영업하면서 맛으로 입소문난 곳이거나 규모가 크고 화려한 곳이다. 옛날민속집은 누가 뭐라 해도 전자 쪽. 최 대표가 생각하는 옛날민속집의 미래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규모도 키우고, 공장도 세우고, 가맹점도 늘리면 겉보기에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가 내린 결론은 사업보다는 장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가게는 자식처럼 매일 보듬고 돌봐줘야 고객도 늘고, 음식 맛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주인이 있는 가게와 없는 가게는 분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100년, 300년을 이은 노포나 70년 세월 동안 가마솥에 한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다는 우리나라의 청진옥이 옛날민속집의 최광준 대표가 그리는 미래다. 다만, 언젠가 여건이 허락된다면 두부를 메인으로 한 완전 웰빙 음식점을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은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즘은 항상 똑같은 요일, 시간에 찾아오는 고객이 안보이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부터 드니 그도 어느새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주인이 되었다. 옛날민속집의 앞날을 이끌어갈 최광준 대표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정과 강한 의지, 성실함, 경험이 재산

나야 뭐 요즘 사람들처럼 경영이나 마케팅, 홍보 이런 거는 생각만 해도 골치 아파서 신경도 못썼지. 그저 정성을 다해 맛있고 푸짐하고 친철하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제껏 죽자고 매달려온 게 여기까지 온거야
1세대 경영주들의 성공비결을 들여다보면 열정과 강한 의지, 성실함과 부지런함, 경험에 의한 감각이 바로 그것. 말 그대로 동물적인 감각과 열정으로 성공을 일궜다고 보면 된다.
옛날 민속집 서연자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의 말대로 정말 두부 하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온 지난 세월이었다.



대를 이은 노포로, 역사가 있는 가게로 일구고파

저야 일단 부모님이 일궈 온 업소를 그대로 이어가니 속된 말로 새로 시작하는 사람보다 50%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죠. 제 꿈은 옛날민속집을 청진옥같은 역사가 있는 가게로 일궈가는 것입니다.
2세대 경영주들은 1세대의 성공비결을 바탕으로 여기에 조직과 체계적인 시스템, 정보력을 보태 사이클이 긴 외식업소 혹은 외식기업으로 일궈가기 위해 노력한다.
최광준 대표 또한 주차부터 시작해 주방을 제외하곤 업소와 관련된 일은 다했지만 어떻게 부모님의 뜻과 자신의 꿈을 녹여내 이끌어갈지 수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006-02-13 오전 02:58:0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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