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양푼 대접에 그득 담아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키고 지글지글 노릇하게 부쳐낸 파전 한 점 베어 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막걸리.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파전과 두부김치, 도토리묵, 홍어삼합 등 막걸리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안주들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가 각종 과일이나 자연 식재, 와인, 커피 등을 첨가한 막걸리 칵테일까지 점차 다양화되고 고급화되면서 카페와 레스토랑까지 진출했다. 중장년층 남성 뿐 아니라 젊은층 여성까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새로운 막걸리와 트렌드에 걸맞은 안주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별한 막걸리에 어울리는 개성 넘치는 이색 안주가 경쟁력으로 떠오른 시대가 온 것이다.
글/김여진 기자 ozoo@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기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과 안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모든 술은 안주와 잘 어우러질 때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법. 특히 프랑스에서는 ‘생선요리에는 화이트 와인, 육류에는 레드 와인’과 같은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술과 안주의 궁합을 중요시하는데 이를 뜻하는 말로 ‘마리아주(marriage : 프랑스어로 ‘결혼’이라는 뜻)’라는 용어를 쓴다.
막걸리 안주의 스테디셀러, 전통음식
와인과 마찬가지로 막걸리에도 마리아주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표적 막걸리 안주인 전과 홍어, 도토리묵, 두부, 묵은 김치 등은 실제로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라는 시에서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고, 옛 어른들이 ‘탁주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라며 밥 대신 막걸리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이는 모두 막걸리의 주성분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막걸리를 밥 삼아 묵은 김치를 반찬 삼아 곁들이면 어울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막걸리를 마실 때 막걸리에 부족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 풍부한 안주를 먹는 것이 좋다. 두부요리나 보쌈, 삼겹살두루치기 등은 담백한 맛뿐 아니라 단백질까지 풍부해 적격이다. 파전이나 김치전, 묵은 김치 등은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적합하다.
또한 막걸리에는 갈증을 멎게 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시큼한 맛의 유기산 성분이 들어있어 수분이 적은 안주가 어울린다. 안주에 수분이 많으면 청량감이 떨어져 막걸리 특유의 풍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분이 적고 기름기가 많은 파전, 홍어 등이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다.
특히 홍어는 막걸리의 텁텁한 맛이 홍어의 톡 쏘는 맛과 조화를 이루며 홍어의 암모니아 자극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해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홍어의 ‘홍’, 막걸리의 ‘탁’자를 딴 ‘홍탁삼합(洪濁三合)’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이색안주로 만들어가는 막걸리 마리아주(?)
막걸리에 과일과 기타 식재료 등을 결합시켜 새로운 색과 맛을 선보이고, 유리병과 와인잔 등에 담아내는 등 변화하는 막걸리 트렌드에 발맞춰 막걸리 안주도 새로운 식재료와의 결합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이는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막걸리와 안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인 식재료가 바로 치즈이다. 와인과 어울리는 대표 안주인 치즈와 막걸리의 매칭이 다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 하지만 실제로 맛을 본 이들의 반응은 의외다. “막걸리의 시큼한 맛과 치즈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그 맛을 더해준다”는 것. 발효주인 와인 안주로 발효식품 치즈가 잘 어울리듯 발효주인 막걸리에도 치즈가 잘 어울리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막걸리 전문점에서는 치즈가 들어간 메뉴를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서양 식재인 치즈와 우리나라 식재인 젓갈을 함께 내는 메뉴가 인기다.
비주얼의 변화 또한 두드러진다. 푸짐하고 소박한 전통안주와는 달리 형형색색의 화려한 담음새로 시각까지 자극하는 것. 하지만 대부분 건강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막걸리와 조화를 이루는 맛은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감각적인 이색메뉴로 막걸리의 맛을 더해주고 있는 소동, 홍막걸리, 무이무이, 뚝탁에서 추천하는 막걸리와 안주를 소개한다.
▶ 행복하고 정겨운 소통 공간
소동 | 소동오색찜
* 대표메뉴 : 소동오색찜(2만1000원), 소동월과채(2만원), 도토리해물파전(1만3000원), 젓갈&치즈(1만2000원)
* 막걸리 : 악양막걸리(6000원), 울릉도호박막걸리(7000원), 자희향탁주1만5000원), 오곡막걸리(8000원)
* 영업시간 : 16:00~04:00
* 문의 : 02-458-5323
* 주소 :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226-38
건대 맛집 「소동(笑憧)」은 건강한 주류 문화를 실현하고 행복하고 정겨운 소통 공간을 지향하는 막걸리 전문 요리 주점이다. 웰빙을 모토로 하는 이곳에서는 맛은 물론 건강까지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엄선한 17가지 막걸리를 선보인다.
또한 식자재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주력, 모든 메뉴를 주문 즉시 조리해 수제로 만들어 제공하며 때에 따라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 화학조미료와 반조리 가공식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고객에게 건강한 맛을 전하기 위함이다.
소동에서는 막걸리와 어울리는 이색안주로 소동오색찜을 추천했다. 양념이나 조미를 전혀 하지 않은 단호박, 고구마, 옥수수, 감자, 호박, 가지, 양파, 흑마늘 등을 통째로 쪄내고 백김치를 곁들인 소동오색찜은 자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소동의 대표적인 건강식. 옛 어른들이 막걸리를 즐길 때 쪄낸 제철 통야채에 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 올려먹던 것을 그대로 재현했다. 통으로 쪄낸 야채는 다소 투박하지만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투박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막걸리와 특히 더 잘 어울린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백김치는 입안의 상큼함을 더해주며 함께 제공되는 김치소스와 버섯소스가 찜요리에 맛을 배가시킨다.
한편 소동은 매월 첫 번째 수요일을 소통공간 소동 막걸리 데이로 정하고 매달 새롭게 선정한 막걸리를 각 테이블 당 1병 무료 시음할 수 있는 이벤트를 펼쳐 고객이 좀 더 다양한 막걸리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소동 추천 막걸리
* 울릉도호박막걸리(울릉도)
울릉도에서 솜씨 좋은 할머니가 전통 방식 그대로 직접 빚은 누룩으로 제조하는 달달하고 걸죽한 맛의 생막걸리. 누룩과 볏짚향, 호박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울릉도 전통 막걸리다.
* 소백산대강오곡막걸리(충북 단양)
밀, 옥수수, 조, 보리, 콩 등으로 빚은 막걸리. 오곡의 맛이 어우러져 달달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낸다.
쪾자희향탁주(전남 함평)
전통방식을 고집해 첨가제를 넣지 않고 무농약 햅찹쌀로 만든 알콜도수 12% 탁주. 은근한 국화향과 입안에 감도는 향긋한 단내가 일품인 자희향탁주는 생산량이 적어 소량만 한정 판매한다.
▶ 트렌디한 막걸리 바
홍막걸리 | 모두부와젓갈
* 대표메뉴 : 모두부와젓갈(1만3800원), 삼겹김치전(1만4800원), 감자전(9800원), 매운치즈닭볶음(1만5800원)
* 막걸리 : 배다리쌀막걸리·금정산막걸리·배혜정누룩도가부자생술막걸리(각잔술 3000원, 0.5ℓ6000원, 1ℓ1만원), 와인막걸리·에스프레소막걸리(각 잔술 4000원, 0.5ℓ7000원, 1ℓ1만1000원)
* 영업시간 : 17:00~07:00
* 문의 : 02-334-8883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7-2
젊음의 거리 홍대 거리에 위치한 막걸리 바 「홍막걸리(舊 더막걸리)」. 높은 천장에 고급스러운 카페 분위기를 내는 이곳은 젊은층 중에서도 특히 여성고객을 사로잡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막걸리 전문 바답게 우수한 막걸리를 엄선해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신 막걸리부터 허영만 화백이 극찬한 막걸리, 노무현 정부 만찬용으로 사용된 막걸리, 이명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막걸리까지 다양한 전통 막걸리와 막걸리에 와인과 에스프레소 등을 첨가, 유리병과 와인 잔에 제공하는 트렌디한 칵테일막걸리를 선보인다.
홍막걸리에서는 막걸리와 어울리는 이색안주로 모두부와젓갈을 추천했다. 모두부와젓갈은 으깬 두부 사이에 다진 오징어젓갈과 날치알, 부추를 층층이 얹어 얇게 저민 양파와 무순을 토핑한 메뉴. 접시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메뉴를 올려 매콤한 맛과 붉은 색으로 시각적인 효과도 동시에 주고 있다. 모두부와젓갈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두부와 매콤하면서 짭조름하며 특유의 향을 내는 등 각각 다양한 특색이 조화를 이뤄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알록달록한 케이크 모양이지만 전통적인 식재료로 만들어 막걸리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다. 이외에도 김치전 위에 바삭한 삼겹살을 토핑, 색다른 맛을 선보이는 삼겹김치전도 막걸리와 잘 어우러진다.
>> 홍막걸리 추천 막걸리
* 배다리쌀막걸리(경기 고양)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마시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정한 막걸리. 과일향이 많이 나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맛을 낸다.
* 금정산막걸리(부산)
250년 정통의 국내 1호 막걸리. 1978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지역 특산물 막걸리 중 유일하게 향토민속주로 지정됐다.
* 배혜정누룩도가 부자 생술 막걸리
상층에 뜨는 청주보다 하층의 백탁 부위에 내려앉은 불용성 식이섬유의 건강 기능성이 특징. 깊고 진한 맛을 낸다.
* 와인막걸리
배다리쌀막걸리를 베이스로 와인에 시럽과 우유를 넣어 만든다. 와인의 은은한 빛과 향, 맛으로 시각과 후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쪾에스프레소막걸리
배다리쌀막걸리를 베이스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만든다. 커피 마니아들에게 특히 인기다.
▶ 테라스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잔
무이무이 | 삼겹살스테이크샐러드
* 대표메뉴 : 삼겹살스테이크샐러드(2만5000원), 미트볼매운떡볶이(2만7000원), 두부김치(2만2000원), 밀면낙지볶음(2만4000원). 부가세 별도
* 막걸리 : 막걸리(1만원), D.I.Y.막걸리(1만원)
* 영업시간 : 18:00~02:00
* 문의 : 02-515-3982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3-4
신사동에 위치한 「무이무이」는 ‘밥 한 끼 술 한 잔’을 표방하는 모던 스타일의 카페 & 테라스 포차다. 1층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고, 2층은 테라스가 있는 세련된 분위기에서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 막걸리 전문주점은 아니지만 막걸리 열풍이 불기 전부터 막걸리를 먼저 선보여 일찍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이무이에서는 음식의 바탕이 되는 식자재를 가장 중요시해 전국 각지 혹은 해외에서 공수해온 최상급 재료만 사용한다. 또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와 3년 숙성한 천일염, 직접 담근 장으로 양념하기 때문에 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 한식이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메뉴가 막걸리와 무난하게 잘 어우러진다.
무이무이에서는 막걸리와 어울리는 이색안주로 삼겹살스테이크샐러드를 추천했다. 이 메뉴는 각종 채소에 고구마와 연근, 마늘을 얇게 썰어 바삭하게 구워낸 칩(Chip)과 그릴에서 구워낸 삼겹살을 얹어낸다. 신선하고 깔끔한 맛의 샐러드에 삼겹살을 접목시켜 막걸리 안주로 거듭난 것이다. 여기에 발사믹과 포트와인을 섞어 만든 소스가 곁들여진다. 발사믹과 포트와인이 발효식품, 막걸리도 발효식품이다 보니 서로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 그 맛을 더해준다.
>> 무이무이 추천 막걸리
* 막걸리
경북 가천의 술도가에서 첨가물 없이 전통 방식으로 빚어 곱게 갈린 누룩과 쌀 알갱이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막걸리를 독점으로 공급받는다.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풍부하며 깊으면서도 산뜻한 맛을 낸다.
* DIY막걸리(오렌지, 딸기, 자몽, 키위)
즙을 짜거나 믹서에 생과일을 갈아 만든 생과일 주스와 막걸리를 3:7비율로 섞어 먹는 칵테일 막걸리. 알록달록한 색깔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특히 여성고객들에게 인기다.
▶ 우리술과 음식의 신나는 향연
뚝탁 | 단호박해물치즈범벅
* 대표메뉴 : 단호박치즈범벅(大 1만8000원, 小 1만2000원), 프레시치킨샐러드(1만3000원)
* 막걸리 : 참살이탁주(6000원), 칵테일탁주(8000~9000원)
* 영업시간 : 16:00~03:00
* 문의 : 1588-0583(본사)
* 주소 :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30-3 3F(본사)
인기리에 종영한 KBS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바로 그 막걸리, 참살이탁주의 창작전통요리주가 「뚝탁」. 홍대점, 신촌점, 가락점 등 현재 2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참살이탁주를 비롯해 남한산성소주, 문배술 순23, 금산인삼주, 한산소곡주 등 무형문화재급 전통주와 참살이탁주를 기본으로 한 칵테일막걸리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메뉴뿐 아니라 막걸리와 어울리는 퓨전 안주를 개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천연재료를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인공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해 참살이탁주와 함께 웰빙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다.
뚝탁에서 추천한 막걸리와 어울리는 이색안주는 단호박해물치즈범벅이다. 속을 파내고 찐 단호박에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매콤하게 볶아 단호박 속을 채운 뒤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얹어 다시 한 번 구워내는 단호박해물치즈범벅은 단호박의 달콤함과 해물볶음의 매콤함, 치즈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막걸리 맛을 배가시킨다. 특히 막걸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치즈의 고소한 맛과 막걸리의 쌉쌀한 맛이 의외로 좋은 매칭을 보이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외에도 상큼한 샐러드에 고소한 닭튀김이 곁들여진 프레시치킨샐러드도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뚝탁 추천 막걸리
* 참살이탁주
도정한지 1개월 이내의 100% 친환경 국내산 쌀로 빚어 트림이나 숙취가 없으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 생발효주로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일일 배송으로 신선한 맛을 유지한다. 고객 취향에 따라 숙성된 것과 숙성되지 않은 것을 선택해 마실 수 있다.
* 과일칵테일탁주
(복숭아, 포도, 파인애플, 딸기, 키위, 유자, 복분자, 석류, 산마, 오곡, 수삼)
주문 즉시 참살이 탁주를 기본으로 딸기, 키위 등의 과일이나 수삼, 오곡 등의 자연 식재료를 갈아 넣어 만든다. 낮은 알코올 도수(2~3도)로 부드러우면서도 다양한 색과 맛이 살아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