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향한 꿈을 실어나르는 메신저
일 꾸오꼬 알마 이탈리아 요리학교 | 안토니오 셰프(심재호 원장)

‘7살 꼬마아이가 찐빵을 만들고 밥을 짓는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요리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요리는 나의 동반자’라고 확신을 했다는 안토니오 셰프, 심재호 원장의 이야기다. 학창시절에는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요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이미 칼질에도 능숙했다는 그는 요리가 일상이었기에 주방이 놀이터이자 가장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글/황다정 기자 djhwang@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이탈리아가 나를 부른다
호텔업계에서 13년간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그가 한 달간의 휴가기간 동안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순회하며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음식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이탈리안 요리에 매료되면서 오로지 이탈리안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 그의 유학생활은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그는 그동안 호텔 요리사로서 다져온 기본기가 있었기에 말이 통하지 않았던 이탈리아에서도 빠른 이해력으로 요리를 습득했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실바노 반 쥴리 셰프를 통해 요리할 때의 자세와 요리하는 일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안토니오 셰프. 요리하는 동안 요리에 몰두한 채 자신의 요리를 완성시켜 나가는 실바노 셰프의 모습이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전하는 교두보 역할
안토니오 셰프는 유학을 마치고 6개월 남짓의 준비기간을 거쳐 1999년 요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2003년에 일 꾸오꼬 요리학원을 설립했다. 이탈리안 요리를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것보다 교육사업을 통해 요리를 가르치는 일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리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교육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탈리아 ICIF 요리학교 한국예비학교, 일 꾸오꼬 요리학원, 일 꾸오꼬 알마 요리학교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대학교수 및 요리 강사들, 자존심을 깨고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레스토랑 셰프들도 있을 만큼 일 꾸오꼬 알마 이탈리안 요리학교는 정통 이탈리안 요리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혼을 담아 강의하는 매 순간순간 그 자체가 감동이라는 안토니오 셰프. “족보가 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요리철학이다. 그 요리가 만들어진 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전통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마치 백지장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려는 듯 진지한 모습이라고 전한다. 무엇하나 빠뜨리지 않고 배워가려는 열정적인 모습을 볼 때면 새삼스럽게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꿈이 실현되었다는 감동과 함께 이게 바로 나의 길, 내 몫이라는 것을 깨닫곤 한단다.

이탈리안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
“김치를 먹을 때 물에 씻어 먹거나 다른 소스에 찍어 먹지는 않잖아요.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식문화입니다.”
안토니오 셰프는 파스타가 대중화되어 보다 쉽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 문화가 배어 있는 파스타를 정통 이탈리안 요리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파스타를 먹을 때 피클을 곁들여 먹기도 하고 피자를 함께 주문하기도 하는데 ‘정통’을 고집하는 이탈리안 요리를 먹을 때는 피클을 곁들여 먹는다거나 포크로 면을 감아 숟가락에 대고 돌돌 말아 먹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한다. 파스타는 소스가 얼마나 면에 잘 달라붙는가, 소스를 얼마나 잘 흡수해서 면에 스며든 소스만으로 맛을 내는가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천천히, 배우고 또 배우는 게 요리다
“요리사는 자기 스스로 최고라는 말을 할 수 없다”며 “요리를 하는 한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안토니오 셰프. 정통을 고수하지만 시대가 흐름에 따라 트렌드가 바뀌듯 정통 요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몫이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셰프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천천히’ 배울 것을 강조한다. 이탈리안 요리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땐 충분한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텃밭을 일구고 허브도 키우며 작은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고 이탈리안 요리로 고객들을 마주하는 게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요리학교를 통해 ‘정통’을 알고 제대로 된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를 양성하면서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알릴 계획”이라는 안토니오 셰프.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통해 꿈을 실어나르는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