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 치킨게임,
원활한 수습으로 상생 발판 모색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수석부회장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의 날개가 일주일 만에 꺾였다.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차원에서 발 빠른 대응을 했기 때문에 ‘치킨게임’으로 치닫지 않고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수석부회장을 만나 통큰치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육주희 부장, 정리/황정일 기자, 사진/이종호 기자


<‘통큰치킨의 반란’이 7일 천하로 끝났다. 협회 차원에서 초등 대응이 강력하고 신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외식업계에 몸 담아왔다. 특히 개인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10년 이상 운영해왔기 때문에 원가 구조, 변화 등을 몸소 겪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응이 빠를 수 있었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면서 발생해온 폐해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한층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다.

<5000원짜리 통큰치킨, 무엇이 문제인가>
롯데마트에서 출시한 통큰치킨은 수익을 낮추고 많이 팔아서 보완하겠다는 박리다매 전략에서 나온 게 아니다. 현재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5000원이라는 것은 손해를 보고 파는 역마진 전략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한 마리당 제조원가가 6000원을 넘는다. 다른 비용을 일체 배제하고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만드는 데 드는 순수 원가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는 결국 다른 경쟁 브랜드를 모두 죽이겠다는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롯데마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착한 가격’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정보다. 착한 가격이 아니라 원가 이하로 가격을 책정한 부당염매(덤핑)인 것이다. 부당염매를 착한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중량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는 1kg 내외인 10호 계육을 사용하지만, 통큰치킨은 900g 내외인 9호를 썼다. 이는 분명 과장광고 아닌가. 차라리 손해를 보고 판다고 했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다.

<이미 이전에 이마트에서 피자를 판매하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치킨에만 유독 첨예한 양상이 나타났는데>
피자의 경우 원가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용하는 치즈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른바 ‘동네피자’라는 저가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시장이 양분돼 공존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마트 피자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치킨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원가 산정이 가능하고 시장에서 가격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음식으로서 1만5000원 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격 기준선이 잡혀 있었다는 말이다. 전국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30여 개에 이르지만 가격대는 1만5000원을 기준으로 ±2000~3000원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 자체가 고가와 저가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안에서는 원료 계육의 중량이 다르다거나, 두 마리를 세트로 엮는다거나 하는 마케팅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킨의 가격대가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대부분이 생계형 소자본 창업자들이다.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영세업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창업비용 역시 5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반 이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000원짜리 통큰치킨이 출시된 것은 대기업이 크지도 않은 치킨 시장에,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치킨 시장에 뛰어들어 수많은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영세업자들을 거리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대기업이 외식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업계에 심한 것 같다. 이번 통큰치킨에 대한 반대도 이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기업에서 치킨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중소 외식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통큰치킨의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원가 이하의 부당염매를 통한 시장 죽이기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판매가를 8000~9000원 정도로 산정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궐기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내부적으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말하는 가격의 거품을 완전히 제거, 상생하는 공정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공정하지 않은 가격으로 시장을 흐렸다는 데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대통령도 치킨 가격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소비자주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5000원짜리 치킨이 등장했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 당장에는 1/3 정도의 가격으로 치킨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좋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차별화 요소를 지닌 다양한 치킨 브랜드들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된다. 더 좋은 원료 계육을 사용하고 독특한 염지제와 각종 튀김옷 등 차별화된 메뉴들을 아예 시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에 남는 것은 5000원짜리 통큰치킨 하나일 것이다. 경쟁 브랜드를 모두 사라지게 한 후 혼자 남았을 때 가격을 2만원으로 올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소비자주권은 사라지고 의미가 없어진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자율경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이 근간이 돼야 하는 것이다.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고 착한 가격을 내세웠다고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와 통큰치킨의 수익률을 분석해본다면 누가 거품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브랜드마다 원료육도 다르고 염지법 등 다양한 요소가 달라서 원가에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의 가격이 1만5000원 선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가격 담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기도 한데>
전국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30여 개에 이른다. 개중에는 가맹점이 2000개에 가까운 곳도 있고 수십 개 정도인 작은 곳도 있다. 개인업소까지 포함한다면 수만 개의 치킨업소가 전국에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
얼마 되지도 않는 작은 시장에서 말 그대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가격의 담합이 이뤄지겠는가. 보통 동네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라고들 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서 가격을 맞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격이 같다고들 하는데 결코 같지 않다. 어느 업종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시장은 몇몇 선두 브랜드들이 리드한다.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항상 시장조사를 통해 적정한 가격선을 찾는데, 선두 업체들의 가격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위 브랜드와 비슷하게 갈 뿐이지 담합은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협회 차원에서 이번에 불거진 치킨의 원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대기업, 중소 프랜차이즈 브랜드, 개인업소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원가 부분인데, 생육의 가격과 판매가만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반 소비자들은 ‘차라리 닭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튀겨먹어야겠다’고 한다. 또 시장에 나와 있는 가장 고가의 제품과 단순 비교를 한다. 보통 1만5000원 내외의 가격대이지만 가장 비싼 신제품은 2만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원가는 6000원인데 2만원을 받는다며 거품을 빼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경우 원료육을 메뉴 구성에 따라 절단하고 가공하는 절차를 거친다. 또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염지 과정도 거치며, 튀김옷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치킨은 국민간식으로 여겨지고 최고의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최근의 웰빙 경향과는 상충하는 면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자구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리브유 등 좋은 기름을 쓰고,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채로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판촉을 위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저마다 아이돌 그룹 가수를 홍보모델로 기용해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마케팅은 매우 큰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홍보마케팅 비용이 원가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인정을 하면서도 가격이 높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결코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통큰치킨은 판매 중단을 선언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남은 숙제이다. 향후 계획은>
신속하고 강력한 조기대응을 통해 부당경쟁을 통한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급한 불은 껐다. 일반 소비자들과 누리꾼들을 꾸준히 설득하는 게 해결과제로 남았다.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향후에는 무엇보다 소셜 마케팅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소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이 출시되면서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하향평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5000원에도 치킨을 먹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1만5000원을 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들이 생각하는 치킨의 가격이 5000원 기준으로 낮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원가를 공개하고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고가의 메뉴가 있고 고가 전략을 펼치는 브랜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전체 시장의 거품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사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습이 되길 바란다. 작은 치킨 시장에서 대중소 기업들이 서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롯데마트 측에서 적절한 해명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원가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해 상생의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롯데 그룹의 경우 치킨 업계와도 내수 부분에서 연관이 큰 만큼 서로 협조해 원활한 수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다시 한 번 상황을 되돌아보고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내부 요소를 분석해 보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자구노력을 통해 브랜드를 더욱 탄탄히 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수석부회장은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주)대대에프씨의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바비큐 치킨 전문 브랜드 「바비큐보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