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이끄는 전통요리의 대가 ‘지다’
셰프 ‘산티 산타마리아’

많은 젊은 요리사 지망생들은 식재료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요리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수많은 유수한 셰프들이 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며,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다시 찾는지는 우리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스페인 요리계의 큰 별이 지다
지난 2월 스페인의 셰프 ‘산티 산타마리아(Santi Santamaria)’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에 세계 미식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스페인의 요리 거장은 싱가포르의 특급 호텔 ‘마리나 베이 샌즈’에 위치한 자신의 여덟 번째 레스토랑 「산티」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많은 이들은 스페인 ‘까딸루냐’를 대표하던 요리계의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까딸루냐는 여전히 지역 공용어인 까딸란을 사용할 만큼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20세기 중반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집권 시절, 반공주의를 이유로 까딸루냐 지역의 분리 세력을 탄압했다. 산티 산타마리아는 이런 정권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까딸루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던 젊은 청년이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젊은 투쟁가의 요리를 통해 까딸루냐 문화의 혼을 지키기로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까딸루냐의 음식과 문화
까딸루냐는 스페인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안, 산과 들을 고루 갖춘 자연환경으로 바스크 지역과 더불어 스페인 내에서 식문화가 가장 다양하고 세련된 것으로 유명하다. 국제도시 바르셀로나는 물론 지로나에 위치한 「엘 셀레르 데 칸 로카」, 로사스의 「엘 불리」, 산 폴 델 마르에 있는 「산 파우」까지 스페인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전부 까딸루냐 소속이다. 지중해 지역에서 잡아 올린 가지각색의 해산물과 토마토, 마늘, 올리브 등의 다양한 채소는 까딸루냐 식문화의 원천이다.
시대를 이끄는 전통요리
「깐 파베스」는 스페인 까딸루냐의 소도시 산셀로니에 위치해 있는 레스토랑으로, 산티 산타마리아가 요리사로서 입지를 다진 자신의 첫 레스토랑이자 스페인 내에서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이다. 까딸루냐 지역의 전통요리를 기본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식세계를 구축하며 전통요리의 재해석 면에서 자국 내에서도 단연 최고라 인정받고 있다.
최고의 재료와 본래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그의 요리 신념이다. 실제로 대표 요리인 ‘허브크림을 곁들인 대게살’과 ‘피클과 오렌지를 곁들인 굴 에스카베체’같은 메뉴 모두 주재료인 해산물을 돋보이게 하는 조리법과 최소한의 부재료를 사용한다.
산티는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수학했다기보다는 스스로 연구하고 독학으로 기술을 익혔다. ‘누벨퀴진’의 영향을 받아 까딸루냐 전통요리를 기반으로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해 더 세련되고 정제된 자신만의 요리스타일을 가지게 된다.
스페인 요리의 국제적 인지도가 낮았을 때부터 그의 지방색을 살린 요리는 ‘시대를 이끄는 전통요리’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요리사
산티 산타마리아는 전통과 자연 지향의 음식을 했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는 다르게 스페인의 미식업계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0년간 창의력이라는 새로운 견해를 가진 요리스타일이 생기면서 「엘 불리」의 셰프 ‘페란 아드리아’를 필두로 모던 요리의 새로운 갈래인 분자요리가 세계 미식업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07년 마드리드 퓨전*에서 전통과 멀어지는 현재 스페인 요리의 흐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2008년에 발간 된 그의 책 ‘더 키친 레이드 바레’에서는 재료와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실험적인 요리는 가치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페란 아드리아를 비판했다. 그의 팀은 그렇게 시대의 요리 흐름에 역행하게 된다.

끊임없이 비교되던 스페인의 두 요리 거장
산티 산타마리아는 스페인 요리가 지역과 전통의 특징을 반영하기보다는 획일화된 스타일을 펼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세계 최고의 셰프라 칭송받는 페란 아드리아의 요리스타일에 가장 큰 반기를 든 자가 바로 같은 스페인 까딸루냐 안에 있었던 것이다. 전혀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두 요리 거장의 분쟁은 ‘화덕 위의 전쟁’이라 불리며 끊임없이 비교되곤 했다. 이로 인해 산티 산타마리아는 마드리드의 대표 셰프 ‘세르지 아롤라’와 ‘무가리츠’의 ‘안도니 루이스 아두리즈’ 등 스페인의 많은 셰프들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으며 스페인 요리계의 외톨이가 되기도 했다.
세월을 더해 감동을 줄 요리
까딸루냐의 전통 요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 아래 그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만 스페인 내에 여섯 개다. 두바이 아틀란티스 호텔에 위치한 「오씨아노」와 작년에 오픈한 싱가포르의 레스토랑 「산티」까지 스페인의 그 어느 셰프보다 활발한 해외 활동을 벌이며 국제적인 스타 셰프로 일약 발돋움했다. 이제 고인이 되어버린 그지만 산티 자신의 신념과 혼을 담는 요리는 그의 딸에 의해 사람들에게 계속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정체성이 반영된 요리의 필요성
오늘날의 요리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발상과 다양성이 주목받는다. 그러나 뿌리가 없는 요리에는 응용도 없다. 실로 많은 젊은 요리사 지망생들은 식재료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 요리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수많은 셰프들이 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며,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다시 찾는지 우리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요리사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 할 터이니 말이다.


강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