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여사장과 우직한 조리장의 음식 공감 20년
‘두 우공의 내공’
일미정 백순미 대표 , 심규일 조리이사


▶ 초심을 지키려는 노력, 그 감동의 시간들
지금이야 장어구이가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보편화되었지만, 30여 년 전에는 소위 있는 사람들만 맛보던 고급음식이었다. 그런 장어구이 식당 중에서도 가장 현대화된 시설과 서비스로 인기를 끌던 ‘일미정’에 취직하게 되었으니, 심규일 조리이사에게 그때의 그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할 귀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처음 일미정에 들어왔을 때 ‘장어’ 요리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곤 했었습니다. 목표가 있으니 다른 직원들보다 더 즐겁게 일했고, 그래서 대표님이 저를 더 예쁘게 봐주셨나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1년이 지나도 장어구이가 어떤 음식인지 도통 감이 오질 않더군요. ‘3년만 더 눈 딱 감고 해보자’하고 마음먹었는데 3년이 지나니까 정말 거짓말처럼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어요.”
백순미 대표 역시 심 이사와 함께 한 지난 20년의 세월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고 말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던 심 이사의 노력을 곁에서 지켜봐온 까닭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성급하게 조리법을 익히려고 하거나, 2~3개월 배우다가 좀 힘들면 미련 없이 떠나곤 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음식도 그렇듯이 장어구이 조리법은 그렇게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돈오점수의 깨달음처럼 스스로 부딪혀 몸으로 터득하는 수행과 그에 비례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초심을 지키려는 노력’ 그것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대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 대표와 20년 동안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심 이사.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것, 소통의 즐거움
백 대표와 심 이사가 동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소통의 힘’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서로 오해 한 번 없었을까. 사소한 오해라도 쌓이면 큰 화가 될 수 있는 법이기에 두 사람은 일미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도 함께 공유하며, 20년의 세월을 동행해 왔다. 몇 년 전 심 이사가 한 방송에서 장어요리 부분 ‘최고의 달인’에 선정됐을 때에도 소통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
“일미정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장어 자르기 달인으로 선정되었고, 그 후에 여러 명의 장어 요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최고 달인으로 선정되었어요. 장어로 만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대표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탄생한 음식이 바로 그때 그 음식입니다.”
보통은 장어를 고추장 양념이나 간장 소스, 소금으로 구워 즐기지만 색다른 시도가 필요했다. 두 사람은 고민 끝에 ‘된장’을 떠올리게 되었고, 하루 동안 된장에 숙성시켜 각종 한약재로 훈증한 장어요리를 창조하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음식이어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최고 달인 요리를 준비하면서 쉬는 날 없이 밤낮으로 고생해준 심 이사에게 고마울 뿐이지요. 그 후에 많은 유혹이 있었을 텐데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켜준 것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하나를 가진 사람이 남은 하나를 마저 갖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세상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두 개를 모두 차지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관계가 유지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백 대표는 대표로서의 위엄을 갖고, 심 이사는 조리장으로서의 위신을 하나씩 나눠가졌기에 그들의 동행도 지속될 수 있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둘 사이의 소통의 힘이다.

▶ 비워주고 채워주는 조화 속 음식 공감
섬세한 카리스마를 지닌 백 대표와 외유내강형의 심 이사. 외모와 나이, 성별, 성격까지 공통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지만, 일미정이라는 틀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비워주는 상생의 관계다. 함께 한 시간이 20년이 넘다보니 일미정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론 힘겨운 개인사까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실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 한 식구처럼 편하게 지냅니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봐 온 심 이사가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 열심히 사는 모습까지 보고 있으니 너무나 뿌듯합니다. ‘음식’이라는 교집합으로 처음 만났지만, 이제는 그 외에 많은 다른 부분에서도 통하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든답니다. 메뉴에 대한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직원들이나 일미정 운영 등에 관한 부분까지… 심 이사와 함께 했기에 일미정도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백 대표에게 심 이사가 그렇듯이 심 이사에게도 백 대표는 고마운 존재이자 평생 함께 해야 할 운명과 같은 존재다.
“처음 제가 대표님을 뵈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카리스마 있고 강한 분이셨습니다. 누구라도 감히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강력한 ‘포스’가 있었다고나 할까요?(웃음) 제가 이렇게 오래 대표님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지요. 대표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심 이사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자신의 가능성만 보고 지금까지 믿어준 백 대표에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백 대표 역시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심 이사가 한없이 고맙기는 매한가지. 서로 아끼는 두 사람의 조화로운 공감은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에게는 부러움이자 닮고 싶은 점이기도 하다.

▶ 행주산성 장어구이 명성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다
행주산성 초입에 있는 별관 건물에서 먼저 시작한 일미정은 현재 별관과 이어진 황토건물, 카페처럼 꾸민 신관과 본관까지 이 일대에서 최고이자 최대의 시설을 자랑한다.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백 대표가 행주산성 음식타운 일대를 변화시킨 개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시작은 백 대표 혼자였지만 앞으로의 길은 심 이사와 함께 할 것이기에 더욱 더 든든하기만 하다.
“사람이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래왔듯 지금처럼만 꾸준히 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매장을 더 키우거나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요. 항상 곁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심 이사와 다른 직원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함께 지금처럼만 잘 꾸려나가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심 이사의 목표도 백 대표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행주산성 장어구이 명가 일미정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한 길을 걷고 싶다.
“제게는 일터가 일미정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아직은 일미정의 조리장이라는 타이틀을 남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 욕심일까요? 하지만 그게 제 진심입니다. 행주산성 일대를 현대적 음식타운으로 개혁시킨 우리 대표님과 함께 앞으로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랍니다.”


※일미정은 5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행주산성 일대 음식타운 형성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가장 맛이 좋은 크기의 싱싱한 장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 20가지 이상의 각종 한약재를 달여 만든 소스로 맛을 낸 양념 장어구이가 대표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