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경기 침체기에 더욱 돋보이는
일본의 HMR 각축전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급증하고 도시락 메뉴를 특화시킨 전문점 형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도시락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전문점은 물론 편의점, 마트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HMR을 둘러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외식산업총합연구센터(이하 외식총연)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시장 규모는 23조엔으로 전년 대비 약 1조엔 감소했지만 HMR시장은 8조5000억엔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총연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일본의 식의 외부화 비율(광의의 외식시장 규모/전국 식음료 지출액)은 42.2%, 외식비율(외식시장 규모/전국 식음료 지출액)은 34.1%로 집계된 바 있다. 식의 외부화 비율-외식비율=중식(中食, HMR)시장 규모를 가르키는데 이 수치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증가추세에 있다.

HMR전문점과 편의점 메뉴경쟁 치열
일본의 야노(矢野)경제연구소가 실시한 2008년 HMR업계의 판매채널별 시장구성비에 따르면 HMR전문점(34.1%), 편의점(26.1%), 마트(15.6%), 패스트푸드점(8.6%), 급식 도시락업(7.3%), 백화점(3.0%) 순으로 조사되었다. 한국 역시 HMR전문점과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이미 스타트 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잠재시장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HMR전문점 형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는 2006년 일본 유통기업 이온이 인수합병한 「오리진벤토」(オリジン弁), 일본 백화점 식품관의 간판으로 불리는 로크필드의 「RF1」, 요시노야 홀딩 그룹과 주식교환계약 체결을 통해 요시노야 그룹의 자회사 과정에 있는 스시 전문점 「쿄타루」(京樽), 찹쌀을 이용해 밤, 버섯, 산채소 등을 넣어 함께 쪄낸 밥을 전문점으로 하는 「타고사쿠」(田吾作) 등이 있다.

HMR, 브랜드별 특징도 각양각색
전국 600개 점포가 영업 중인 오리진벤토는 도시락, 반찬류, 샐러드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형태로 로드숍 및 이온 몰 내 숍인숍 형태로 운영중이다. 도시락의 경우 390엔에서 690엔대로 돈가스, 새우 프라이, 소불고기 등의 메뉴반찬과 샐러드, 쯔케모노 1~2가지 정도가 추가되는 형태다. 모든 메뉴에는 칼로리,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나트륨, 염분 비율을 표기해 고객들이 건강과 취향에 맞춰 안심하고 선택하도록 구성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 내에서도 간사이(오사카) 지역은 진하고 강한 맛을, 간동(도쿄)지역은 비교적 싱거운 맛을 선호하는 지역색을 반영해 오사카와 도쿄지역의 메뉴가 다른 점도 특징이다.
일본 내 백화점 식품관의 간판으로 불리는 RF1을 운영하고 있는 로크필드는 이외에도 코베고로케, 그린 구루메, BE 오가닉 등 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식품제조·소매 기업이다. 제조부터 리테일까지 수직적인 통화화를 꾀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2010년 4월 결산 기준 매출액은 457억엔, 영업이익은 20억엔에 달한다. 1991년 시즈오카에 샐러드 제조공장을 설립, 약 200여 개 전국 점포 어디에서도 동일한 맛과 품질의 샐러드를 중심으로 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샐러드를 중심으로 한 테이크아웃 메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RF1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연간 점포당 매출액은 1억940만엔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매장당 연간 2억엔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HMR경쟁이 치열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참신한 메뉴구성에 있다.
RF1의 메뉴는 기본메뉴와 계절메뉴로 나뉜다. 기본메뉴군 내에서의 기본메뉴인 ‘계절채소를 이용한 미도리 30 샐러드’(100g 399엔)의 경우 이름 그대로 30가지의 계절채소를 이용한 샐러드로 ‘가정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을 모토로 하고 있다. 소스는 물론 30가지의 다양한 제철 채소가 어우러지면서 가정에서는 불가능한 맛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 계절메뉴의 경우는 좀 더 다이나믹하다.
계절메뉴라고 해서 계절 내내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계절메뉴는 길어야 한 달, 짧으면 2주 단위로 메뉴교체가 이뤄진다. 5월과 6월에는 여름 채소인 가지를 이용한 샐러드가 눈에 띄는데 이 역시 여름 가지가 가장 맛있는 쿠마모토산(熊本)과 하카다(博多)산을 이용해 선보였다. 가지와 돼지 샤브샤브 샐러드, 가지를 얇게 썰어 라이스페이퍼로 싼 하루마끼(딤섬)는 맛은 물론 예술성을 겸비한 메뉴 코디네이션이 특징.
노리마키에서부터 유부초밥, 초밥, 치라시 스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교타루는 380엔부터 1600엔대까지 폭 넓은 메뉴구성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그중 대표메뉴는 구운 달걀 안에 초밥을 넣고 말아 새우를 얹은 챠킹스시(茶きん). 일본 내 360개 점포(테이크아웃 258, 이트인 102)가 영업 중인 이곳은 256억엔의 매출 가운데 53%에 이르는 136억엔이 테이크아웃으로 이뤄지고 있다.
찹쌀밥(おこわ)을 특화시킨 HMR전문점 타고사쿠는 찹쌀밥을 이용한 도시락, 오니기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도시락 전문점. 특히 팥, 인삼, 밤, 죽순 등과 천연해수염으로 지은 찹쌀밥을 1인분 250g 473엔에 판매하고 있는데 계약재배로 생산하고 있는 찹쌀밥을 특화시킨 것이 성공요소로 꼽히고 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한 편의점 도시락
일본 편의점 내에서 HMR메뉴의 매출은 일본 내 HMR 시장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이에 각 편의점에 본사들은 HMR메뉴를 납품하고 있는 벤더업체들을 소스, 빵 메이커의 자회사 등 주효회사에 집약시켜 메뉴개발과 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HMR메뉴는 오니기리, 샌드위치, 도시락에서부터 파스타, 소바, 우동, 도리아, 리조또, 디저트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비해 놓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 객단가가 500엔대인 것을 감안해 298엔, 399엔, 498엔 등으로 메뉴별, 가격별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손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