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프리미엄 분식의 원조가 되다
외식업계에는 전설처럼 떠다니는 말이 있다. ‘반 보(步)만 앞서가라’. 이는 트렌드를 리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 반 보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 분식이라는 업종을 프리미엄의 반열에 올린 이가 있다. 우리나라 프리미엄 분식의 원조로 꼽히는 스쿨푸드의 이상윤 대표다. 넘치는 열정과 끼로 외식업계를 리드하는 이 대표를 만나봤다.
글/육주희 편집장 jhyuk@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2005년 가로수길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쿨푸드는 기존의 분식집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트리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장 한국적이고 대중적인, 소위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분식을 카페와 같은 매장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서비스, 음식의 담음새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음식처럼 선보인 것.

끼 많던 연예인, 외식업에 뛰어들다
사람들은 가로수길의 시작이 스쿨푸드였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갤러리와 화방거리로 불리던 한적한 이곳에 유행과 새로움에 민감한 트렌드 리더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거리 자체가 변화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음식점과 매장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길을 ‘가로수길’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했다.
스쿨푸드가 들어선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가로수길은 넘쳐나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주차전쟁을 겪고 있고, 가로수길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로도 부상할 만큼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시너지와 파급력을 지닌 스쿨푸드의 이상윤 대표는 원래 춤과 음악을 좋아해 음반도 두어 장 발표한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스타를 꿈꾸던 젊은 청년이 느닷없이 외식업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이상윤 대표에게 외식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로수길에 있는 스쿨푸드를 첫 매장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2002년 논현동 뒷골목 지하에 자그마한 방을 얻어 배달분식을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한창 가수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 연예기획사 사기단에 걸려 빈털터리가 된 것. 우선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였던 그는 일단 꿈을 접고 남은 돈 500여만 원을 털어 지하에 방을 얻어 배달분식을 시작했고 이것이 스쿨푸드의 시작이었다.
배달 분식을 할 때부터 남다른 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했고, 배달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당시에는 외식업 입지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가로수길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분식이지만 제대로 폼 나게 해보자는 생각에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꾸미고,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음식도 좀 더 가치 있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 담음새와 그릇에 신경을 써서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소위 프리미엄 분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일부에서는 ‘분식은 분식일 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질책도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더라도 더 좋은 재료, 더 철저한 위생 관리, 분위기,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하는 고객층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 오픈 3개월 만에 손익분기를 넘어섰고, 1년 후에는 영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현재 스쿨푸드는 전국에 걸쳐 12개의 직영점과 28개의 가맹점 등 총 40개(미국 L.A 포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11월 쿤밍 지역 매장 오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ade to Order를 원칙으로 하는 차별화된 분식
고객들이 스쿨푸드에 열광한 것은 폼 나는 인테리어와 서비스, 담음새 등 외형적인 부분이 전부는 아니다. 이상윤 대표는 “스쿨푸드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점은 외식 사업의 기본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차별화 된 맛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레시피와 소스, 스쿨푸드만의 노하우로 담근 장아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메뉴 등 타 분식업체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스쿨푸드의 장아찌는 무의 수확부터 생산까지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자사에서 직접 제조하고 있다. 오도독 씹히는 식감을 위해 특유의 절임방식으로 7번 이상 가공하고, 꿀을 가미해 감칠맛을 내고 있어 인기다. 최근에는 MD상품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스쿨푸드는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가맹점 확대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이상윤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교육과 물류 등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스쿨푸드의 음식은 주문과 동시에 셰프가 직접 조리해 테이블에 내는 ‘메이드 투 오더(made to order)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주방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맛에 대한 고집 때문에 조리교육에 투자하는 시간도 많고, 소스류와 장아찌 등 기본 식재료 이외에 원팩화를 전혀 고려치 않고 있어 쉽사리 가맹점을 늘릴 수 없었다. 브랜드의 강점이 반대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서는 발목은 잡은 셈이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했고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셰프들이 직접 조리하는 오픈 키친
프리미엄 분식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분식은 싸구려 길거리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장르의 외식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한 스쿨푸드는 ‘셰프가 직접 조리하는 최고의 요리’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식재료 사용도 깐깐하다. 쌀과 배추, 돼지고기, 닭고기 등 대부분의 원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있고, 태양초 골드 고추장, 완도산 김 등 음식의 맛과 질을 높이는 원재료 선택에도 까다롭다.
깐깐하게 선택한 원재료로 선보이는 음식도 독특한 메뉴명 만큼이나 여느 분식점에서는 따라오지 못할 만큼 남다르다. 김밥을 지칭하는 ‘마리’를 비롯해 이름만큼이나 신비한 ‘신비국수’는 고전이고, 이제 다국적 식재료와 메뉴를 크로스오버 해 오징어먹물로 만든 김밥, 까르보나라 크림 소스와 고추장 소스의 조화로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매운 까르보나라 떡볶이 등의 창의적인 메뉴들은 스쿨푸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3종 감자튀김 세트 ‘서프라이즈’를 출시해 분식과 펍의 콜라보레이션을 꾀하고 있다.
이상윤 대표는 “분식업종의 가장 큰 메리트는 메뉴의 다양성에 있다. 분식이라는 카테고리안에 어떤 메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스쿨푸드 본사에 딸린 자그마한 조리개발실에서는 365일 새로운 메뉴개발이 이뤄지고 맛있는 냄새가 떠나질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개발한 메뉴는 만든 후 직원과 함께 즉시 품평을 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신메뉴로 올린다.
스쿨푸드에서 선보인 다양한 시도는 또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최근에 선보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이프릴 마켓’과 선술집 ‘모퉁이’가 바로 그것. 이 외에도 “스쿨푸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기존의 외식 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줄 수 있는 레스토랑을 곧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창업 10주년 맞아, 가맹사업에 박차
스쿨푸드는 2012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정하고 가맹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잠실 삼전동에 배달전문 매장을 오픈하면서 ‘마리연구소’를 함께 론칭했다. 마리연구소는 스쿨푸드의 다양한 레시피와 소스 등을 개발하고 보완하는 작업과 동시에 매장의 주방환경을 테스트할 수 있는 교육장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남양주에 있는 소스공장과 물류 창고의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교육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해 전문적인 서비스 교육과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슈퍼바이저 능력 강화에 힘을 쏟고, 이를 통해 맛과 서비스의 평준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쿨푸드는 배달전문점을 비롯해 매장형 등 다양한 방식의 운영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매장형 가맹사업만 전개하고 있으며 배달전문점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 브랜드 구축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먼저 매장형 위주로 가맹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 배달매장의 경우 품질 및 서비스, 위생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는 초기단계에서는 배달매장의 가맹은 지양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배달 서비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향후 외식 배달 시장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비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아시아권 등 해외진출에도 박차
스쿨푸드는 최근 중국 진출을 위해 프로젝트 발대식을 갖는 등 중화권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 글로벌 푸드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 진출을 한 바 있다.
이상윤 대표는 “사실 분식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다행히 미국에 있는 매장의 경우 안정된 매출달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레시피의 현지화, 특히 기호에 맞는 식재료와 현지에서 충분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소스 등의 개발이 완료되고, 동시에 현지 문화를 이해한 메뉴와 서비스 제공이 이뤄진다면 한식의 세계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스쿨푸드의 해외 진출 전략 키워드는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를 통한 안정화’다. 이를 위해 현지에 맞는 완벽한 레시피 개발을 비롯해 맛과 서비스의 현지화, 특히 현지에서 안정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자체 매뉴얼 강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상윤 대표는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스쿨푸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운영, 법률자문, 자금관리 등의 부분에서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현지에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분석하고 있다”며 “중국과 마찬가지로 현재 홍콩의 유명한 기업과도 현지 진출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다르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스쿨푸드. 10주년을 맞아 사업계획을 물었더니 이 대표는 다른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들처럼 몇 개의 가맹점을 개설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가맹점 숫자보다는 고객들에게 공간이 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스쿨푸드는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볼 때 150~200개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생각하며, 가맹점포수를 늘리기보다 장아찌나 반찬 등 보다 스쿨푸드다운 다양한 런천상품의 제조 및 유통을 통해 가맹점주들도 제 2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고객들도 손쉽게 스쿨푸드의 인기 메뉴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잠시 미뤄두었던 꿈을 펼칠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음반을 낼 계획이다. 외식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시점에서 굳이 음반을 낼 필요가 뭐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다르다.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시에는 못했지만 결국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식 사업가로 성공한 후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꿈에 도전하는 이상윤 대표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