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깊고 진하게 通 하다
와인

늦가을은 와인의 향이 제대로 묻어나는 시간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와인은 이제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외식업소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술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고객들에게 한층 가까워진 와인, 외식업소에서 활용하기 쉬운 와인에 대한 정보와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살펴본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국내에 와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7년으로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와인 수입이 자율화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특급호텔에서부터 시작한 와인판매는 1997년 레드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보고인 ‘프렌치 패러독스’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급격하게 높은 판매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말까지 와인동호회 등이 본격 형성되면서 와인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앞으로는 한국과 유럽 간 FTA 로 더욱 많은 나라의 다양한 품종별 와인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업종불문하고 여러 외식업소에서 와인구비 늘어
몇 년 전만 해도 특급호텔이나 서양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와인리스트가 최근에는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을 비롯해 패밀리레스토랑, 토속음식전문점, 커피전문점에서까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만큼 외식업소에서 와인을 찾는 고객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조미가」는 수산물한정식을 선보이는 업소다. 이곳에는 엘 포르틸로 까베르네 소비뇽, 모스카토 다스티 외 여러 종류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다. 명품한우전문점을 대표하는 「벽제갈비」에서도 외국인 손님들을 겨냥한 방대한 와인리스트가 눈길을 끈다.
은평구에 위치한 토속음식점 「좋구먼」도 와인리스트를 잘 갖추고 있다. 이곳 대표메뉴의 평균 객단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와인들이지만 즐겨 찾는 고객들이 꽤 많다고 한다.
와인셀러를 콘셉트로 독립된 룸을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있다. 청계천에 위치한 중식당 「차이797」은 와인룸을 따로 꾸며 세계 각국의 와인이 진열된 공간에서 와인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게 공간을 꾸몄다.
차이797 관계자는 “최근 와인을 찾는 고객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중식과 와인의 맛의 조화 뿐 아니라 하나의 식문화 키워드로 와인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거래 시 와인유통회사를 꼼꼼히 골라야
와인을 취급하지 않던 외식업소에서 처음 와인을 취급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와인리스트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객들의 반응과 선호도를 살핀 이후 리스트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WSApdp 아카데미 이인순 원장은 “일반 외식업소의 경우 메인요리의 객단가를 고려해 적정 가격대의 30종 이하로 구비해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별로 리스트를 구성하고 6개월에 한 번씩은 와인리스트를 조금씩 변화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와인을 취급하기 이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와인을 수입해 유통하는 거래처를 잘 선택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 중 하나다.
거래처를 선정할 때는 수입자 중 포트폴리오가 확실하고 폭 넓은 범위의 와인을 수입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러 거래처를 선정하기 보다는 몇 군데 확실한 거래처를 이용해 업소에 어울리는 와인리스트 작성 및 각종 프로모션 등을 도움 받는 것이 유리하다. 와인을 취급하고 있는 외식업소 한 관계자는 “와인 뿐 아니라 셀러와 잔 등 관련된 각종 기기기물에 대한 정보 등 유통업체의 노하우를 폭 넓게 도움 받을 수 있어 좋으나 외식업소의 경영자가 와인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수입처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며 “이 같은 경우 때로는 업소별 특징에 맞지 않는, 수입처가 주력하는 상품으로만 와인리스트가 작성될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아카데미 활용해 기초교육 받아야
와인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하더라도 본격적인 판매 이전에 대표자와 와인을 다룰 직원, 서빙 담당 직원 등은 반드시 짧게라도 전문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전문 소믈리에를 두기 어려운 소규모 매장의 경우에는 반드시 취급 전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와인 전문 아카데미에서 업소별 1:1 맞춤형 교육코스를 꾸려 단 기간 안에 해당업소에서 고객을 응대할 때 무리가 따르지 않도록 교육해주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특히 판매 장소에서 출강 교육이 이뤄져 와인과 음식의 매칭 및 서빙 동선 체크, 보관 방법 등 상세한 내용을 교육 받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한편 교육이 끝난 후에는 선보이는 음식과 와인을 사전 매칭해 대표자와 직원이 함께 시식하는 등의 과정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와인의 보관 역시 중요하다. 반드시 온도와 습도가 적정한 셀러에 보관하도록 하며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근처에 와인을 두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고량을 많이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소진할 수 있는 양만큼만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Tip_외식업소에서 와인을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체크포인트!
01 메인요리의 객단가를 고려한 적정 가격대의 와인리스트를 체크한다.
02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 등 각각의 종류에 맞게 구비한다.
03 와인 공급처와 연계해 매달 프로모션 서비스를 잘 활용한다.
04 6개월에 한 번씩은 와인리스트를 바꿔준다.
05 셀러 구입시에는 고가의 수입용을 선호하기보다는 기능면에서 잘 따져보고 구입한다.
06 고가의 와인잔은 관리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되므로 초기비용을 줄이고 중간사이즈로 테이블에 올리거나 세척 시에 용이한 잔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07 반드시 서빙, 보관 등 와인에 대한 내부교육을 실시한 후 판매한다.


●INTERVIEW_WSApdp 이인순 원장
“특별한 날 아닌 일상 속 와인 돼야”
“와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많은 종류를 자랑하는 술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많은 나라의 식문화에 와인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 피자와 파스타, 스테이크가 하나의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처럼 와인도 우리의 식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입니다.”
이인순 원장은 국내에서 와인이 좀 더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부담 없는 가격대의 와인이 좀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닌 평상시에도 늘 먹을 수 있는 장바구니 속 와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유럽 간 FTA로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와인이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은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베이스 단계의 와인층이 단단해야 합니다. 일단 시도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와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요.”



▶요리의 맛 제대로 살려주는 와인 고르기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한식은 음식이 주는 진한 향 때문에 아로마틱한 와인보다는 맛이 강한 와인들이 더욱 좋을 수 있다. 또한 너무 드라이한 와인들보다는 떫은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과일 성향이 뛰어난 와인들이 더욱 좋다. 뒤에 남는 달콤한 감미로움이 살짝 배어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불고기, 갈비, 닭볶음탕 등 소스가 강한 육류들은 떫은 탄닌 성분이 많이 들어가 무거운 느낌이 드는 와인들보다는 오히려 가벼운 느낌의 와인들과 잘 어울린다.

일식 / 해삼, 전복, 소라 등의 해산물은 달달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반면 정통 회 종류인 도미, 우럭, 방어 회 등은 약간 묵직한 샤르도네가 회의 맛과 식감을 살려주어 잘 어울린다.

중식 / 대부분의 중식 요리는 향이 강하고 달달하므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게브리츠 트라미너 같은 종류가 좋다. 게브리츠 트라미너의 경우 산미가 너무 강하지 않고 바디감이 있으면서도 니찌향, 로즈향 등 각종 트로피칼 향이 풍부하다. 뉴질랜드 쇼비뇽블랑이나 독일의 리즐링도 좋다. 베이징덕 같은 육류 요리의 경우 스모키한 중간 바디의 레드와인인 메를로, 까베르네소비뇽 등의 와인이 좋다.

고기전문점 / 채끝, 등심 등 그릴에 구운 일반 생고기의 경우 묵직한 레드와인과 매칭하면 좋다. 갈비는 칠레 메를로, 호주 시라즈 등의 품종이 어울린다. 삼겹살은 느끼하고 기름기가 많으므로 중간 바디의 걸죽한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한식 / 전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의 경우 우리나라 전통음식과 잘 맞다. 상큼한 맛이 무침류, 볶음류 등의 매운맛이나 전, 구이 등 느끼한 맛과 잘 어울린다. 불고기의 달달한 양념은 이탈리아 끼안띠, 스페인의 후루티한 와인 등이 어울린다. 간장소스를 한 생선조림의 경우 탄닌이 적은 가벼운 레드와인이 좋다. 호주시라즈 같은 품종이 어울린다. 탄닌이 많은 와인의 경우 생선의 비린 맛이 더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 WSApdp 이인순 원장, 와인칼럼니스트 최성순



▶‘누구나 와인전문가가 될 수 있다’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
지난 4월 한국에 오픈한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는 다양하고 충실한 커리큘럼으로 깊이 있는 와인 교육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아카데미 듀 뱅은 1972년 파리의 심판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에 의해 파리에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와인교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와인의 즐거움을 전파해왔다.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에서는 원데이 과정부터 기초입문코스, 초급강좌, 꼬미소믈리에 강좌 등이 준비되어 있다.
문의 : www.advkorea.co.kr, 02-518-6641

·와인&스피리츠 아카데미
WSApdp 는 서울 신사동의 포도플라자에 위치한 국내 최대 와인 및 스피리츠 전문 교육기관이다. 2005년 11월 영국의 세계적 와인 및 스피리츠 교육 프로그램인 WSET (Wine&Spirit Education Trust)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프랑스의 양대 와인 산지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와인학교 에꼴뒤뱅의 교육과정도 운영하여 현지에 가지 않아도 교육을 이수하고 동일한 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WSET 소믈리에 와인 서비스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와인 튜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있으며, 일반인들이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초보자들을 위한 와인 강좌, 음식과 와인 매칭을 실습하는 Gourmet Class를 진행하여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문의 : www.wsapdp.com, 02-6912-7561

·한국소믈리에아카데미
사단법인 한국소믈리에협회 부설 한국소믈리에아카데미는 한국와인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와인문화창달을 위해 (사)한국와인협회, 한국소믈리에학회와 닥터뱅이 함께 설립한 와인전문교육기관이다. 한국소믈리에아카데미의 특징은 소믈리에 및 와인전문가 육성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와인문화보급을 위한 일반 자격증 취득교육과 와인실무 매너교육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각종 소믈리에대회 및 와인학술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와인에 관한 발 빠른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문의 : www.drvin.co.kr, 02-576-6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