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이는 참숯 향,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
피자 열전

파스타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대표음식인 피자는 그리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빵인 둥글고 납작한 ‘피타’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피타는 바닥에 떨어진 납작한 송진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그리스어다. 이탈리아 남부를 지배하던 그리스인들이 구워먹던 피타를 보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여러 재료들을 토핑해서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기의 피자는 포카치아(식전 빵)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16세기 말 토마토가 전해지면서 토마토소스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피자가 대중화 된 것은 1830년대 였다. 그리고 요즈음 형태의 피자는 19세기 중반에 나폴리의 피제리아(피자 전문 식당)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어디에서나 기가 막히게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는 있지만, 유명한 피자집들은 주로 남부지역인 로마와 나폴리에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남부음식으로 통한다.
화덕에서 표범 가죽무늬를 나타내며 순식간에 구워지는 나폴리 피자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코끝에서 살랑거리는 참숯 향이 말할 수 없이 좋다.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 여행 중 방문했던 로마나 나폴리의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작은 피제리아의 숯향 머금은 피자들을 종종 그리워하고 있다.

뉴욕 최초의 피자집 ‘롬바르디스’의 ‘나폴레타나’
이런 피자가 로마인들이 지배하던 여러 지역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1905년 이탈리아 이민자인 롬바르디에 의해서 뉴욕 최초의 피자집, 「롬바르디스」가 생긴 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고 지금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상식이 되었다.
‘롬바르디스’에 가면 ‘미국 최초의 피자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역사의 한 조각을 즐기세요’ 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역사의 한 조각을 즐기기 위해서는 언제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내 마음을 흔들었던 역사의 한 조각은 바로 짭조름하고 콤코무리한 냄새가 물씬 나는 엔초비를 넣은 나폴리 피자 나폴레타나였다.

이탈리아 농무부가 지정한 나폴리 3대 피자 ‘마르게리따’
이탈리아에는 피자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피자에 얽힌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이탈리아 농무부가 지정한 나폴리 3대 피자 가운데 하나인 마르게리따도 재미있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1889년 이탈리아 움베르또왕과 마르게리따 왕비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피제리아 「브란디」의 피자욜로(피자 만드는 요리사)가 이탈리아 국기인 초록색과 붉은색, 흰색을 의미하는 바질, 토마토, 모차렐라를 토핑한 피자를 왕비에게 받쳤고, 마르게리따 왕비가 그 맛에 반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 만의 특별한 매력뿐 아니라 ‘브란디’의 마르게리따를 맛보기 위해 끊임없이 나폴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규정한 나폴리 피자의 8가지 규정을 보면 마르게리따는 둥근 모양의 크러스트를 2cm 이하의 두께를 유지하고 가운데 두께는 0.3cm를 넘지 않도록 하며 반드시 손으로 반죽하여야 한다. 그리고 촉감은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하며, 토마토 소스와 치즈, 바질을 토핑해서 화씨 485도 온도의 장작 가마에서 구워야 한다. 이 규정을 준수해야 나폴리 피자 협회의 베라 피자(VERA PIZZA) 라이센스를 얻을 수 있다.
마르게리따 외의 피자 이름은 보통 토핑하는 재료가 곧 피자 이름이 된다. 토핑재료로는 닭고기, 쇠고기, 베이컨, 살라미, 햄을 비롯한 육류와 새우, 오징어, 홍합 등의 어패류, 각종 치즈, 채소, 과일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마르게리따 위에 프로슈토와 루꼴라를 토핑한 것은 ‘프로슈토 에 루꼴라’라고 한다. 도토리를 먹고 자란 검은 돼지 뒷다리가 제일 맛있다는 생햄인 프로슈토와 쌉싸래한 풋내가 물씬 나는 루꼴라가 마르게리따 위에 푸짐하게 올려져 나오는 피자다. 프로슈토와 루꼴라를 더해 보다 풍성한 식감과 맛의 마르게리따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환상의 피자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프리마 베라’, 4가지 치즈를 한꺼번에 ‘꽈뜨로 포르마지오’
프리마 베라는 ‘봄’이란 뜻의 피자로 채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건강 피자다. 파프리카, 적 양파, 아티초크, 가지, 각종 버섯을 보노라면 풍성한 채소밭이 연상된다. 부드러운 베사멜 소스와 구운 채소의 다양한 맛과 향,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가 잘 어우러진 푸짐한 피자 한판이다.
4종류의 치즈가 도우를 뒤덮고 있는 ‘꽈뜨로 포르마지오’는 치즈에 열광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피자다. 4종류의 치즈는 지방분이 높고 단맛과 약간의 신맛이 나는 치즈인 아지아고, 이탈리아 파르마지방에서 방목시킨 소의 원유를 2년 이상 숙성시킨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나폴리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로 커드를 계속 늘이고 반죽하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뜨거워지면 실처럼 길게 늘어나는 치즈인 모차렐라, 콤콤한 냄새가 풀풀거리는 푸른 곰팡이 치즈인 고르곤졸라다.
때로는 숙성 과정 없이 응고되어 우유의 신선한 맛과 향이 살아있고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끼리 치즈가 아지아고를 대신하기도 한다. 콤코무리한 냄새가 폭발하는 치즈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피자다.
얇은 도우가 묵직한 치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어지기 때문에 피자 한쪽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쳐 들고 반으로 접어서 한 입 베어 문다. 묵직하게 입안을 휘감고 들어오는 치즈 향과 진솔한 화덕 피자의 매력에 두 눈이 실실 감겨 올 만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