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人生別曲 외식기업 대모로 우뚝
서울 신촌의 작은 만두가게를 시작으로 현재 4개 브랜드, 18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외식기업의 수장이 된 김금자 회장. 그 이면에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시도 허투루 보내는 일 없이 부지런히,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아온 김 회장의 치열한 삶이 녹아있다. 고군분투,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대담/육주희 편집장 jhyuk@foodbank.co.kr, 글/황정일 팀장 hji0324@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부지런히,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살자
김금자 회장이 외식업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뒷골목에 자리한 신촌역 부근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면서부터다. 그의 나이 25세 때다. 결혼 후 갓 낳은 아들을 데리고 처음 상경해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고 먹고 살기 위해’ 무작정 시작한 것이 손만두 전문점 「신촌분식」이었다.
외식업의 ㅇ자도 몰랐던 상황이었지만 김 회장의 바지런함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품 덕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테이블 4개에 메뉴라고는 라면과 만두가 전부였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레 빚어내는 만두는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신촌분식은 당시 짧은 시간 내에 입소문을 타면서 이른바 ‘대박’ 매장으로 자리매김,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년 반 동안의 만두장사로 재미를 본 김금자 회장은 조금 더 큰 매장에서 조금 더 단가가 높은 메뉴를 팔면 손쉽게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둥지를 용산으로 옮겨 순댓국 전문점을 열었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처럼 김 회장은 여기에서 그간 벌었던 돈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첫 번째 쓴잔을 마신 김금자 회장은 광화문으로 거점을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달성한다. 다방을 운영하면서 또 하나의 ‘히트작’을 만들어낸 것. 실패의 고배를 거울 삼아 남은 자금과 빌린 돈을 합쳐 당시 광화문에서 이름나 있던 「국제다방」을 인수, 이른바 ‘물장사’를 시작했다.
“제가 물하고 궁합이 잘 맞나 봐요. 사주를 봤더니 물이랑 잘 어울린다고 합디다. 외식업에서도 물과 연관이 있는 것이면 큰 어려움 없이 성장반열에 오르더라고요. 반면에 고기하고는 영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기가 메인 메뉴로 들어가면 전략이 서질 않아요.(웃음)”

커피 무료 시음회, 모닝커피 배달의 시초
실제로 국제다방을 운영하면서 김금자 회장의 진가가 발휘된다. 다방 영업은 소위 ‘조폭’들의 판임을 모르고 뛰어든 김 회장은 기존 업소들의 텃세에 몇 차례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고비마다 ‘부지런히 노력하며 살자’는 신조로 틈새를 공략했다. 보통 다방 영업은 9시부터 시작했는데 김 회장은 당시 ‘통금’이 풀리자마자 문을 열고 늦은 밤에 문을 닫으면서 직접 몸으로 뛰어 매출 증대에 주력했다. 새벽 4시 통금이 풀리면 곧바로 출근해 늦어도 새벽 5시부터는 영업을 시작했다. 세일관광, 경남관광 등 광화문 인근 여행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를 나눠주면서 매장 홍보를 진행, 아침부터 커피 배달을 하기 시작한 점은 김금자 회장이 꼽는 걸작이기도 하다. 지금으로 치자면 커피 무료 시음회, 모닝커피 배달을 일찌감치 시작한 것이다.
김금자 회장은 “처음 국제다방을 인수했을 때에는 다방이 주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아지트였다”면서 “전화가 귀할 때여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마치 자신들의 사무실인 양 다방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일반 손님들보다 부동산 업자들이 더 많았고, 이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아 실질적인 영업이 어려웠다”면서 “여기에 더해 주변에 자리한 타 업소들의 텃세가 매우 심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김 회장은 생존을 위해 여행사, 변호사 사무실 등을 찾아 발로 뛰면서 자생력을 키우는 한편 매장 회전을 높이기 위해 당시에는 죽을 각오로 부동산 업자들에게 오는 전화를 바꿔주지 않았다. 전화 연결이 안 되자 부동산 업자들은 차츰차츰 다른 업소로 옮겨갔다.
이와 맞물려 여행사, 변호사사무실 등에는 서비스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배달을 통해 알게 된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도할 수 있었고 영업이 점차 활성화됐으며, 국제다방은 광화문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곧 고객들의 격이 높아지게 됐고, 회전율도 빨라져 나날이 확장일로였다. 40평 매장이었던 국제다방은 인근 100평 규모의 매장으로 확장 이전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 시련과 고향에서의 재기
4년여 동안 다방을 운영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김금자 회장에게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바로 둘째 아이가 병을 얻게 된 시련이다. 뇌종양이라는 큰 병마와 싸우는 아이를 위해 김 회장은 사업을 접고 간호에 전념하게 된다. 2년 동안 병원에서 지낸 끝에 그는 다시금 빈털터리가 되었고, 결국은 아이도 곁을 떠나갔다. 하지만 그는 오래 좌절할 수 없었다. 먹여살려야 할 ‘금쪽같은 첫째’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다시 시작하자는 결심을 했다.
광주로 무대를 옮긴 김금자 회장은 서울에서 성공을 맛보았던 다방을 업그레이드해 커피숍을 열어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독일의 커피머신 전문 브랜드의 이름을 따 상호를 「에그로」라 지었다. 에그로는 쟈댕 등의 커피전문점이 유행하고 있던 당시, 특히 지방 시장에 새로운 환기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을 얻을 만큼 대박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맥주전문점 「올리브호프」를 론칭, IMF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외식시장에 걸맞게 고품질의 메뉴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어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단기간 내 광주를 대표하는 외식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4층에 위치해 지리적 약점을 지녔던 올리브호프는 고객들의 끝없는 성원에 힘입어 이내 3층 당구장, 2층 일반주점, 1층 고깃집 등을 모두 인수해 4년 만에 건물 전체로 사업장을 확장했다.

외식기업의 수장이 되다
올리브호프는 지금도 광주 소재 전남대학교 후문 상권에서 최고의 터줏대감 업소로 군림하고 있다. 다양한 노하우를 100% 살려 김금자 회장은 독립공간주점 「꾼노리」를 지난 2005년 론칭했다. 현재 꾼노리는 150개 정도의 가맹점을 거느린 외식기업이 됐고, 맥주 전문 「펍앤펍스」, 코리안 펍 「누룩편주」, 클럽주점 「스핀」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이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내고 성공을 견인한 데에는 깔끔한 운영을 직접 한다는 점과 타 브랜드의 가맹점을 직접 경영해본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그는 피쉬앤그릴, 원할머니보쌈, 도누가그릴, 핫썬치킨, 소렌토, 레비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해보고 경영방법을 터득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뿐만 아니라 바, 주점 등 주류 역시 두루두루 경험했다. 가맹점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주변에서 가맹점 운영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손대는 족족 대박신화를 이어가는 이유
김금자 회장의 감각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히 고객의 성향이나 니즈를 파악하는 센스가 남다르다. 꾼노리의 매장이 룸처럼 별도 공간으로 구성된 것도 그의 탁월한 안목 덕분이다.
지방 도시라 혈연, 지연, 학연이 얽히다 보니 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껄끄러워해 선후배, 교수 등 누구나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김 회장은 “매장에 들어왔는데 선배들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후배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고 반대로 후배들이 자리에 진을 치고 있으면 선배들은 계산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발길을 돌린다”며 “누가 와도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파티션으로 구분을 해준 것이 광주를 넘어 전국 가맹점, 특히 서울에서도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여학생들이 술을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김금자 회장은 칵테일 과일 소주를 처음 만들어 여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유도, 여성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남학생들이 따라온 것은 물론이다.
고객과의 대화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김금자 회장만의 무기다. 김 회장의 철칙 중 하나가 “내점 손님의 80% 정도까지 이름을 알아야 그들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신규고객 내점시 김 회장은 직접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하고 업소를 홍보했다. 서비스안주 등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형성하고 두 번째 방문할 때부터는 이름을 외웠다가 불러주는 등 친근한 서비스가 바로 그가 지닌 최고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폐점 없이 장수하는 브랜드 만들기
이런 타고난 감각과 함께 그간 타 브랜드의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타 브랜드보다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가맹사업을 하면서 김금자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바로 본인이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개선사항, 불편한 점을 반영해 본사와 가맹점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점이다.
또 하나의 철칙은 김금자 회장이 신규 가맹점 오픈시 시공부터 인테리어, 그랜드오픈까지 준비기간 동안 최소 3~4회를 직접 방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호 고객을 자처해 주요 메뉴를 시식하며 대박을 기원하는 뜻에서 개인 자금으로 현금결제를 꼭 해준다. 새로 가맹점을 오픈하면 김 회장은 해외에 있지 않는 한 오픈행사에 꼭 참가한다. 이를 통해 항상 열린 마음으로 점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해 메뉴 등을 개발하는 데 반영하고 있다.
꾼노리의 150개 매장은 현재까지 폐점이 없다. 김 회장은 꾼노리를 폐점 없이 장수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폐점률 제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또 더 이상 무리하게 가맹점 출점을 하지 않고 관리에 주력할 예정이다.

탄자니아 봉사활동의 꿈
만두장사로 시작해 외식기업의 수장이 된 김금자 회장의 꿈은 탄자니아에서 현지인 어린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여생을 봉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김 회장은 “탄자니아에서는 월 10만원이면 유치원에 갈 수 있고 또 10만원을 더하면 가정교사를 둘 수 있으며, 월 50만원 정도만 있어도 현지인 어린이 3명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서 “딸처럼 교육을 시키고 키워 이들이 자국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후원하고 선교활동을 펼치는 게 궁극적인 꿈”이라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꿈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1년에 한 차례는 탄자니아에 다녀오고 있다.
“탄자니아에 호텔을 건설해 운영하고 싶어요. 거창한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라 펜션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부담을 느끼지 않는 호텔입니다. 이곳에서 불고기, 비빔밥 등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맛보이는 한편 커피, 스파게티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김금자 회장의 웃음이 탄자니아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