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자영업자 310만 명 시대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3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2000년대 중반처럼 또다시 ‘자영업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편의점, PC방 등 영세 자영업 창업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섭게 증가하다가 2000년대 중반 한해 수십만 개의 자영업체가 폐업하던 시대를 기억한다. 이로 인해 지난 2005년도 말 617만2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던 자영업자는 점차 감소세를 보여 지난 2010년 559만200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자영업자는 다시 증가세를 보여 지난 10월 말 현재 573만1000명으로 2010년보다 13만9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 명이 늘었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50대 이상으로 자영업 창업에 뛰어든 대다수는 생계형점포일 수밖에 없다. 생계형점포의 경우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생존할 수 있는 비율이 극히 낮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영업자 월 평균 매출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중 58.3%가 월 400만원, 25.4%가 400만~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 월 평균 수입 현황’은 ▲적자 및 무수입이 26.8%, ▲100만원 이하의 수입이 30.8%, ▲101만~200만 원의 수입이 23.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즉, 우리 정부가 3인 가족의 최저 생계비로 정한 111만원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전체 자영업자 중 57.6%를 차지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그런데 50대 자영업자가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니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50대 이상의 자영업자가 그마저 폐업을 한다면 재취업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노인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28%를 차지해 미국의 7%, 일본 9% 등 선진국의 평균 10% 미만에 비해 매우 높다. 이러다 보니 폐업률 역시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무슨 업종이 잘 된다 싶으면 벌떼처럼 덤벼들어 하루아침에 아류작이 우후죽순 생겨나는가 하면 과당경쟁이 심해져 끝내는 함께 자멸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더욱이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길을 잃고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고용 없는 저성장시대에서 자영업이 살아남기는 참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는 물론이고 국내 경기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어 서민경기가 더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자영업자, 혹은 생계형 창업이 늘어난다면 이는 곧 자영업 붕괴로 이어져 사회문제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자영업을 육성하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센터 등을 통해 수없이 많은 자금을 지원했으며 컨설팅, 창업교육 등 자영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더 깊은 수렁으로만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자영업 창업을 규제하는 한편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시기이다. 지금처럼 50대 이상의 자영업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회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행인 박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