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창립 25주년 ‘뉴 놀부’ 해 만들 것
(주)놀부NBG가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이했다. 1987년 3월 서울 신림동의 뒷골목에 5평 남짓한 작은 보쌈집으로 시작해 대표적인 한식 브랜드로의 성장을 사반세기 만에 이뤄낸 것이다. 2012년은 ‘뉴 놀부’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신임 유민종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100년 기업을 꿈꾸는 놀부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대담 육주희 편집장 jhyuk@foodbank.co.kr,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 이종호 팀장


놀부와 10년 지기 유민종 대표이사 선임
지난해 11월, 국내 대표 외식기업 (주)놀부NBG(이하 놀부)가 투자 기업 모건스탠리PE에 지분을 매각하며 업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놀부는 매각이 결정된 직후인 12월 관리총괄임원 유민종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유민종 사장은 지난 10여년 간 놀부에서 가맹사업본부 이사와 상무이사를 거쳐 관리총괄임원 전무이사를 역임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놀부가 국내 대표 한식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놀부의 모던스탠리PE 인수결정 이후 놀부의 새로운 수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던 가운데,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이 영입될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유민종 전무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승진 선임은 업계에서도 전래가 드문 파격적인 인사다.
유민종 사장은 “오랜 시간 놀부라는 기업에 몸담으며 회사에 대한 강점은 물론 약점, 그리고 핵심역량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직원의 입장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놀부라는 기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는 유민종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오랜 시간 준비한 놀부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놀부 창립 25주년을 맞이해 그가 새로운 원동력으로 제시한 브랜드 전략은 ‘뉴(New)놀부’로 총칭된다. 놀부가 그동안 가져가던 근간을 유지하되 ‘새롭게(New)’ 다시 태어나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다.
유민종 사장은 “기업의 역사는 그 회사의 업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업계 1등 브랜드라고 해서 매너리즘에 빠져 등한시하던 부분들도 없지 않다”며 “그동안 놀부의 변화나 고민이 내부적으로만 이뤄졌다면, 이제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외부 컨설팅이나 전문가 의뢰를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뉴 놀부를 위한 4가지 경영방침 선포
뉴 놀부를 내세우며 유민종 사장은 많은 전략적 과제를 도출, 이를 바탕으로 연초 4가지 경영방침을 선포했다. 4가지 경영방침은 놀부라는 기업이 25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근간이 된 가맹사업 분야를 더욱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을 기본 목표로 지속성장을 위한 동반경영,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운영효율 극대화,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 정착을 선포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선행되는 되는 것은 가맹점과의 소통 확대다. 유 사장은 “말로만 강조하는 신뢰는 소통의 부재가 올 경우 소원해지기 마련”이라며 “실제 가맹점주들이 활동하는 현장의 움직임을 파악해 가맹점의 수익증진에 실질적인 솔루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방도시를 거점으로 한 직영사업의 확장이다. 사실상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직영점은 가맹점주의 교육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유 사장은 이 같은 운영방식을 탈피해 2012년에는 수익 위주의 직영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본부 활성화에 주력해 지역별로 고르게 밸런스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미 영남권의 활성화를 목표로 부산사무소를 개설했으며 개소식을 끝내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도 직영매장을 오픈했다. 그동안 직영매장이 B급 상권위주로 입점한 것에 비해 고급화 상권에서의 직영모델 반응은 좋은편이다. 직영점 운영은 본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실험적인 시스템을 미리 시험해볼 수 있는 등 프랜차이즈 시스템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으로 소비는 줄고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역시 유민종 사장의 올해 미션이다.
이를 위해 놀부에서는 구매채널의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연단위 계약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가맹점의 원가부담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유민종 사장은 “가맹점의 원가부담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사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투자가 선행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로 성장동력 마련한다
유민종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의 연결선상으로 브랜드 다각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중식 브랜드 「차룽반점」의 가맹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차룽」의 경우 고급 중식브랜드로 가맹점 확대에 한계가 있었던 점을 보완해 좀 더 대중적인 모델인 차룽반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차룽반점은 소자본 창업에 기반하여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대중적인 중국음식을 제공하는 브랜드다. B급 등의 상권에서도 내점고객은 물론 배달전문점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창업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유민종 사장은 “중식 프랜차이즈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주방인력에 따라 매장의 성패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며 “주요한 원재료를 소스화하고 생면 등의 기본 식재료를 모두 본사에서 제공해 운영의 효율성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차룽반점은 현재 가산디지털단지와 신천 인근에 테스트 운영중인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중식 브랜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면 2012년은 놀부가 본격적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해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PE의 놀부 인수도 큰 맥락에서는 놀부의 가능성,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처럼 놀부는 올해 글로벌 거점시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놀부는 업계에서도 이미 해외진출을 선도한 기업에 속하지만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 가맹점이 있으며 진출 형태도 마스터 프랜차이즈부터 중국의 경우 현지법인 형태까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느정도 노하우를 쌓은 현재, 이제 본격적인 기업의 글로벌화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유 사장의 목표다.
놀부NBG라는 기업의 이름도 해외에서 ‘놀부’의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놀부 글로벌(NolBoo Global)’, ‘놀부굿(NolBoo Good)’ 등의 의미로 불릴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유민종 사장은 “올해는 기존에 진출한 국가별로 정기적인 관리를 통해 안정성을 꾀함과 동시에 진출국가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이미 진출했으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일본진출이 아쉽다. 올해는 일본에 꼭 진출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숙원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판로의 유통사업 확장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공식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인 이마켓이다. 아직은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지만 현재 이마켓, 군부대 납품, 편의점 유통 등 다양한 유통사업을 확대 추진함으로써 투자대비 큰 효과를 보고 있으며 향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다.

참여의 벽이 없는 기업문화 만든다
놀부의 그동안의 경영기조는 ‘감성경영’이었다. 놀부의 슬로건이 ‘사랑한다면 놀부’였던 것처럼 놀부의 이 같은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경영컬러는 지속될 예정이다. 유민종 사장은 여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동반경영’을 보탰다. 직원, 가맹점 모두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동방성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유 사장의 목표다.
이 같은 목표를 바탕으로 유 사장의 취임 이후 변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다. 사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한 창의적인 의견이 제시되길 원하지만 이러한 자리마련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 사장은 직원들이 참여를 통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매월 100여 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모여 전 직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민종 사장은 “많은 기업에서 각각의 롤에 맞게 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는 자리가 마련되지만, 직급에 따라 의견제안에 한계가 있거나 보고가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놀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이 전체 회의는 전 직원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단순히 임원들이 지시하거나 일방적인 전달에 그쳤던 기존의 회의 분위기를 벗어나, 임원과 직원이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봄, 가을에는 가맹점과의 워크숍도 계획되어 있다. 실제로 놀부는 모건스탠리에 매각된 직후에도 가맹점이 크게 동요가 없었을 정도로 본사와 가맹점간의 신뢰가 두터운 기업 중 하나다.
유 사장은 “발표가 난 이후 약 3일 간은 작은 동요가 있었지만, 모든 슈퍼바이저들과 임직원이 일대일로 연락해 가맹점주들을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경영진이 이탈 한 것도 아니고 자본과 경영이 분리되는 조건으로 더욱 발전성이 있음을 충분히 설득했다. 오히려 어떤 분들은 놀부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년 가는 기업 위해 정진할 것
인력이동이 유난히 잦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유민종 대표이사 사장의 선임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외식산업이 발전함으로 인해서 많은 기업에서 새로운 인재가 양성되지만, 이들이 터전을 옮겨 새로운 곳으로 이탈하는 등 발전에 동반되는 부침도 잦은 것이다.
유민종 사장은 “놀부의 임원들의 경우 20년이 넘은 창업멤버들이 많다”며 “외식기업에서도 이런 사례의 표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 대표이사 사장을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자신이 그랬듯 우수한 인재들이 놀부라는 기업에 오래 머물고 또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놀부가 외식업계의 인력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꼭 놀부에서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역량을 다져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그게 곧 외식업계 및 외식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의 손익보다는 국내 대표 외식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해 왔던 만큼, 우리 직원들도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25주년을 맞아 변화에 직면한 놀부를 이끌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는 유민종 사장. 하지만 그 부담감만큼이나 새로운 놀부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 역시 크다.
혹자는 25년이나 된 기업이라고 말하지만, 유 사장에게는 이제 막 50년 기업의 절반을, 100년 기업의 1/4을 달려온 시작단계다.
“제가 놀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차근차근 밟아온 것처럼, 우리 놀부라는 기업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100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