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대를 이어 외식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젊은 2세 경영주들이 많이 늘었다. ‘내 자식은 절대로 식당일을 시키지 않겠다’던 과거와는 달리 외식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져 요즘은 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이에 월간식당에서는 외식업 창업주와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2세 경영주와의 세대공감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진실성’을 기반으로 한 대물림 ‘가치관 경영’
(주)로하스뱅크 최인식 회장&최고다 실장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있다. 그 대상이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면 소통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주)로하스뱅크 최인식 회장과 최고다 실장이 바로 그런 부자사이다. 아들의 계획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이라면 하늘같이 믿고 따르는 아들이 있기에 부자의 공감(共感)은 오늘도 계속된다.
글 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 / 사진 이종호 팀장


사람이 자산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경영
(주)로하스뱅크의 모체 「군산횟집」은 ‘아시아 최대의 활어 횟집’이란 수식어와 함께 30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내 대표 횟집이다. 3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다른 곳에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기업만의 가치관이 있었을 터. 최인식 회장이 아들 최고다 실장에게 늘 강조하는 ‘진실성’이 그것이다.
“제가 처음 외식업계에 발을 디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조하는 것은 늘 한 가지, ‘진실성’입니다. 무슨 일이든 진실되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그 일은 결과가 좋을 수가 없어요. 그 진실이라는 것은 직원들을 대할 때나 고객들을 상대할 때나 어디서나 적용되는 것입니다.”
창업자라면 먼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했는지, 어떨 때 직원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지, 언제 칭찬하는지, 그리고 회사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 회장이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진실성’인 것이다.
최고다 실장은 아버지의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거기에 ‘소통’이라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더했다.
“직원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항상 들어왔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것이 아니라 곁에서 아버지가 직원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아버지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어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절이면 30년 동안 함께 했던 분들은 물론 그 분들의 자제분들까지 아버지께 인사하러 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진실성이 무엇인지 직접 깨닫게 되었어요. 아직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고 있지만 아버지가 추구하시는 가치인 진실성을 기반으로 하되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등 저만의 경영철학과 가치를 더해 경영의 틀을 견고히 할 계획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다
최인식 회장은 군산횟집 대표에서부터 (사)한일외식문화교류협회 회장, 전국외식산업경영자총연회 공동대표, 서울대 외식산업경영자과정 1, 2대 회장 역임 등 일일이 이력을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잰걸음을 계속해 왔다. 지금도 (사)한국외식산업협회의 공동대표와 (사)국제외식문화교류협회 회장으로서 외식업의 성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사업을 위한 공부차원에서 시작된 ‘외식산업’에 대한 관심은 그를 다시 배움의 길로 안내했다. 국내는 물론 틈나는 대로 미국과 일본을 드나들며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석사과정을 시작, 2008년에는 경기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를 다룬 ‘외식업계 비정규 근로자의 직무만족과 조직 시민행동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외식업 경영주 최초로 호원대학교 석좌교수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밥장사’라는 사회적 편견이 싫어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특히 외국의 경우 ‘외식산업을 분명한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데에 큰 감명을 받고 10여 년 동안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으며, 틈나는 대로 관련업계 사람들에게 외식산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2008년 11월 출범한 한국외식산업협회의 공동대표 상임회장직을 맡아 외식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위해 발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외식산업진흥법 제정이라는 쾌거를 이루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한식의 세계화란 한국 외식산업의 세계화와 같은 말입니다. 외식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육성할 때 비로소 한식 세계화의 길이 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식세계화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팔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최인식 회장의 외식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노력은 아들 최고다 실장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고다 실장은 관광학을 전공한 후 미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유학하며 해외의 외식업계를 두루 살펴보는 등 많은 경험을 했다. 최 실장이 한식세계화를 고민하게 된 시점도 바로 그 때부터였다.

부자의 꿈 한식세계화, 코다차야로 날개를 달다
“일본의 스시나 이탈리아의 파스타 등 많은 음식들이 세계화되었지만 왜 우리 한식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될 수 없을까 안타까웠던 적이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현지에서 느낀 문제점은 우리는 너무 한국적인 것을 고수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왕들이 궁에서 먹던 음식만 한식인 것은 아니잖아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고 즐기는 것이 한식인데, 해외의 한식당들은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먹지도 않는 궁중 음식들을 한식 메뉴로 팔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외국인들은 당연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현지의 이런 사정들이 안타까웠던 최고다 실장은 서울 ‘광장시장’을 떠올리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식들이란 생각에 광장시장의 메뉴들을 세계화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 그렇게 메뉴를 구성하고 새롭게 선보이게 된 것이 바로 지난해 말 론칭한 「코다차야」다.
“고객들이 부담없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하자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떠올린 것이 바로 ‘포장마차’ 형태였죠. 포장마차 콘셉트지만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더하면 전혀 다른 현대적 광장시장의 모습이 탄생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적중했어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코다차야는 오픈 두 달 만에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초저녁부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최고다 실장은 코다차야가 세계적인 한국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할 계획이다.

아들의 기획력과 아버지의 경영 노하우로 최고를 꿈꾸다
모든 2세 경영인들이 그렇듯 최고다 실장 역시 외식업계에 몸담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결정의 시점에서는 선택과 포기라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선택의 시점에서 주저 없이 외식업을 선택한 데에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되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로하스뱅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은 이어받되 저만의 새로운 감각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외식업계에 입문했습니다. 지난 5년간의 노력들이 모여 빛을 보게 된 것이 코다차야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제 생각이라면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는 아버지가 있기에 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질 때 아버지께 감사하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깁니다.”
최인식 회장 역시 자신의 길을 묵묵히 따라 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어려운 때일수록 지켜야 하는 기본에 대해 늘 강조하고 있다.
“아들이 하는 새로운 기획은 그대로 믿고 지지하는 편입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새롭고 신기한 발상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 기획들을 믿고 지지하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모든 일을 할 때 진실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 등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고 늘 강조하지요.”
최인식·최고다 부자의 미래는 함께 하기에 더욱 크게 빛난다. 크고 작은 시련에 부딪칠 때마다 서로의 존재가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되 본인만의 확고한 의지를 더해 더욱 발전시키는 아들이 있기에, 그리고 아들의 뜻을 믿고 지지해주는 아버지가 있기에 두 사람의 앞길에 환한 빛이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