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이 문화를 입는다’
소비자 감성 흔드는 문화마케팅 활발

외식업계가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동시에 충성고객 만들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던 마케팅에서 벗어나 폭 넓은 방법과 다양한 시도로 문화계와 협업하는 등 날이 갈수록 그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외식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외식업계의 포부가 담겨져 있다.
글 이지연 기자 prais@foodbank.co.kr / 사진 이종호 팀장

외식은 기본, 문화는 덤이자 서비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외식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얼마만큼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이나 고객 모두 희소성과 차별성에 사활을 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비패턴 역시 이제는 품질을 넘어 품격을 추구하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외식업계의 문화마케팅 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외식업계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문화마케팅으로는 외식업소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등 각종 대중문화 공연 관람기회를 주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러한 이벤트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및 재방문율을 높이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1월 한 달 동안 한정판매한 맘마미아 도넛 출시를 기념해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장 한관을 통째로 빌려 1200명의 고객을 초대하는 이벤트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카페베네」 역시 매월 6일을 베네데이로 지정해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공연 티켓을 선착순으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강강술래」도 충무아트홀과의 MOU를 통해 작년 5월부터 매달 꾸준히 문화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고객들과 문화적 감성을 공유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를 늘리고 있다”며 “고객들이 외식을 하면서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예술계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왕성
적극적으로 문화예술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이란 이종업계 간의 협업을 말하는 것으로 외식업소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줌으로써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외식업체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콜라보레이션은 신진작가 및 디자이너와 손잡고 브랜드의 각종 제품에 아티스트의 작품을 결합하는 형태다. 특히 던킨도너츠, 엔젤리너스커피, 할리스커피 등 커피전문점들이 이러한 형태의 협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할리스커피」는 신진작가 및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3년째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머그컵, 다양한 아트상품 및 고객선물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아트 상품 개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사례로는 지난해 4월 문을 연 「미스터피자」의 신사옥인 ‘미피하우스(MIPIHAUS)’의 경우다. 미스터피자 측은 신사옥 내 미스터피자 레스토랑과 마노핀 갤러리를 이용, 외식과 예술을 결합한 토털아트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매장 곳곳에는 전문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예술작품이 전시되는 등 매장을 찾는 모든 고객들에게 열린 문화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2월부터는 미스터피자, 마노핀갤러리, 제시카키친 일부 매장에서 숍인숍으로 이들의 작품을 활용한 전문아트숍도 오픈할 계획이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미피하우스는 레스토랑과 카페라는 개방된 장소에 작품을 설치해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미술차원에서 마련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아뜰리에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으로 이곳이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미술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외 일반 외식업소에서도 문화를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계동에 위치한 정통 황해도한정식전문점 「더 하베스트」는 내부공간을 갤러리 레스토랑 형태로 꾸며 정기적으로 새로운 주제의 전시를 열고 있으며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민속촌」도 지역의 대표작가인 하성흡 씨의 작품을 전시, 매장을 지역작가의 전시공간으로서 활용하고 있다.
민속촌 관계자는 “매장에 전시된 공감2011, 서구의 오래된 나무, 서구 8경 등 각각의 그림들은 모두 다 다른 느낌이지만 지역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공통적으로 담겨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외식업소가 이제는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를 벗어나 문화적 창구 역할까지 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외보 발행으로 고객과의 소통 극대화
한편 기업문화와 브랜드의 색깔을 알리고 많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매거진을 발간하는 사례도 문화마케팅의 큰 축 중 하나다.
「본죽」과 「본비빕밥」 등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주)본아이에프는 문화정보지 《본》을 계간으로 발행, 고객들에게 기업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외보 《본》은 ‘삶의 기본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음식과 문화 등 다양한 칼럼과 인터뷰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네네치킨도 문화매거진 월간 《해피투데이》를 통해 고객들과의 쌍방향 소통에 힘쓰고 있다. 월간 《해피투데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위안과 행복을 주는 이야기, 서가에 보관해 다시 찾게 되는 정보와 가치 등을 전달하고자 힘쓰고 있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네네치킨은 《해피투데이》 창간 이전부터 지난 5년간 우리 이웃의 이야기와 사연을 담은 월간 《행복합니다》로 전국의 독자들과 교감을 나눠왔다”며 “앞으로도 나눔과 인문학 정신이 담긴 잡지로 꾸준히 독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작품 만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
마노핀갤러리
「마노핀갤러리」는 외식과 예술을 결합한 토털아트공간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은 향긋한 커피와 갓 구운 머핀, 그리고 문화가 함께 살아 숨쉬는 공간을 표방하며 다양한 아트프로젝트를 실시,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마노핀갤러리는 이름에 걸맞게 전문갤러리인 가나아트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신진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연중 전시하는 종합예술공간으로 꾸며진다.
이미 지난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과 대한민국 대표 팝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강영민, 마리킴, 김종준, 김온환, 하명은 등의 작품을 내세운 <앤디워홀과 K-POP>, 한국미술사의 비중 있는 작가들의 동양적인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선> 등을 주제로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마노핀갤러리 관계자는 “마노핀갤러리는 고객들이 시간을 내어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문화예술계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언제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노핀은 미스터피자가 운영하는 세 번째 브랜드로 지하철 역사 내 입점해 있는 익스프레스 형태와 갤러리 형태 두 가지 콘셉트로 운영 중에 있다. 마노핀갤러리는 현재 방배역점, 반포점, 이대점, 창동점, 선릉점, 서래마을점 등 총 6개 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INTERVIEW
박지향 아트매니저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만들어야죠”
마노핀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작품 뿐만이 아니다. 그 작품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빛나게 해주는 이 사람, 박지향 아트매니저를 만나는 것도 이곳에서 주어지는 특권 중 하나다.
박지향 아트매니저는 미술이론을 전공한 전문가로 외식업계 최초로 그룹전반에 걸친 문화마케팅과 아트콜렉션을 전담하는 직원이다.
“기업과 작가, 그리고 고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기업의 마인드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문화와 잘 접목하고 표현해내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마노핀갤러리에서는 박지향 아트매니저가 직접 진행하는 아트산책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기존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도슨트 프로그램(docent:그림설명)으로 마노핀갤러리를 찾는 고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문화를 일상에서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그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저희 회사가 해나갈 것입니다. 지속적인 문화프로그램과 전시, 아카데미 운영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는 접점을 더욱 늘려가겠습니다.”


매월 문화이벤트로 고객과의 소통 강화
강강술래
외식문화기업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강강술래」는 현재 충무아트홀과 공연기획사 ㈜랑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문화이벤트를 진행,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충무아트홀과의 MOU를 통해 강강술래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엄마를 부탁해’, ‘명성황후’, ‘미녀는 괴로워’ 등 충무아트홀에서 진행 중인 인기뮤지컬 티켓증정 이벤트를 매월 꾸준히 진행,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도 강강술래는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경기도 고양시 대자동 일대 3만평 부지를 매입,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강강술래 외식테마파크조성이 완료되면 양념갈비와 불고기 등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와 문화이벤트를 앞세워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우리 한식과 더불어 전통문화를 함께 알리고 의정부 예술의전당이나 예술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각종 문화공연을 선보이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강강술래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을 통해 강강술래를 찾는 고객들에게 외식문화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확립하는 동시에 고객충성도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시너지를 거두고 있다”며 “특히 최근 고물가와 고유가, 경기불안 등으로 문화생활비를 대폭 줄이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명품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 유익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화매거진 발행으로 고객 감성과 교류
네네치킨
네네치킨은 월간 《해피투데이》 문화매거진 발행으로 독자들과 교감하고 따뜻한 기업문화를 알려 화제가 되고 있다. 월간 《해피투데이》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나눔 문화매거진으로 대중문화와 예술, 그리고 생태주의와 삶 등 다양한 분야의 인터뷰와 칼럼이 담겨 있다. 또 독서문화 확대를 위해 매달 새롭게 꾸며지는 특집은 여러 인문·교양도서의 콘텐츠들로 채워져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매월 10만 부를 발행하고 있으며 네네치킨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물론 지방의 작은 학교와 도서관을 비롯해 여러 단체나 개인구독을 희망하는 독자들에게까지 폭 넓게 전달되고 있다. 또 오프라인에서 《해피투데이》를 만나볼 수 없는 산간벽지 및 도서지역민들을 위해 온라인 웹진(홈페이지)을 비롯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무료보기가 가능하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네네치킨을 찾는 고객들이 단순히 제품만 소비하는 것을 떠나 해당브랜드와 기업의 이미지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를 만들고자 문화매거진을 발행하게 됐다”며 “《해피투데이》가 지향하는 가치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위안과 행복을 주는 이야기로 고객들에게 감성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기업문화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