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자, 제2의 도전으로 하나 되다!
부모님의 대를 이어 외식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젊은 2세 경영주들이 많이 늘었다. ‘내 자식은 절대로 식당일을 시키지 않겠다’던 과거와는 달리 외식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져 요즘은 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이에 월간식당에서는 외식업 창업주와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2세 경영주와의 세대공감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국내 1세대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전문가로 IT업계에서 맹위를 떨치던 황기수 대표가 외식사업에 도전장을 낸 것은 불과 3년 전, 환갑의 나이를 코앞에 둔 2009년이었다.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두려움도 있지만 장성한 아들과 함께 하는 도전이기에 든든한 마음이 앞선다. 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아들 황선욱 이사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지표이자 멘토인 아버지는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글 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 / 사진 이종호 팀장

뚝심 있는 부자의 좌충우돌 외식사업 도전기
황기수 대표는 외식업계에 발을 딛기 전 이름난 반도체 설계 전문가였다. 1998년 그가 창업한 ‘코아로직’은 한때 주식총액 5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이었으며, 10년 넘게 탄탄하게 회사를 운영했었다. 회사가 합병되면서 경영에서 물러난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을 준비했다.
“IT업계는 경쟁이 치열해 분초를 다투어야만 하죠.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았어요. 30여 년 동안 마음 졸이며 살다 보니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가족 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런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외식업이다. 아들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외식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는 외식사업도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며 비록 이제 출발선상에 섰지만 세대를 이어 맛을 유지하는 글로벌 외식 기업을 꿈꾼다고 했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대를 이어 100년 이상 이어져온 외식 브랜드가 많습니다. 음식산업은 IT산업과 달리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맛만 있다면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저를 시작으로 아들들이 그 맛과 정신을 이어갈 것입니다.”
회사 이름인 S&Q Foods도 두 아들과 관련된 것이다. S는 시푸드(Sea food)를 뜻하고 Q는 바비큐(Barbecue)에서 따왔다. 큰 아들이 바비큐를 좋아하고 둘째 아들이 시푸드를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다.
장남인 황선욱 이사 역시 외식업에 문외한이기는 아버지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남달랐다고.
“미식가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소문난 맛집들을 많이 다녔습니다. 일본에 방문할 기회도 자주 있었는데 출장 때마다 지역의 맛집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지요. 물론 손님으로 음식점을 찾을 때와 경영주의 입장에서 음식점을 방문할 때의 시각은 차이가 있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배움으로 겸손한 첫 발 내딛다
황 대표는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에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에서 외식산업고위자과정을 밟았다. 이곳에서 기본적인 외식 경영에 대해 배웠다.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해왔지만 외식업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처음처럼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황선욱 이사 역시 정통 일본요리를 배우기 위해 ‘나카무라 아카데미’ 한국 분교에 다녔다. 이곳은 도쿄의 ‘핫토리’, 오사카의 ‘츠지’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요리학원이다. 일본 현지 나카무라 학교에서 강사들이 파견돼 일본어로 수업을 하며, 특히 일본 유명 호텔 셰프와 일본에서도 손꼽는 스시 장인들의 특별 수업도 마련되어 있는 명문 조리학교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기초 공부를 한 후에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처음에 구상한 아이템은 바비큐였지만 프랜차이즈화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잠시 보류해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이 운영하는 일본식 덮밥집에 방문하게 됐고, 돈부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게 해서 론칭한 것이 「Mr.돈부리」다. 부자가 처음 론칭한 브랜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미스터돈부리는 현재 강남역점을 비롯해 4개의 직영점과 홍대입구점 등 3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부자의 열정을 담은 프랜차이즈로 활기찬 도약을 꿈꾸다
미스터돈부리와 함께 이자카야주점 「오우젠」을 운영 중인 부자는 최근 홍대입구에 일본식도시락전문점 「모또모또 21」을 론칭했다. 미스터돈부리와 오우젠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단점은 보완하고 그동안의 노하우는 최대한 살렸다.
“모또모또 21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존 일본식도시락전문점에 비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베이스 메뉴인 돈부리, 일본카레, 벤또의 가격은 2000~3000원선이며 여기에 추가해 먹을 수 있는 21가지 토핑 역시 가장 비싼 것이 1000원을 넘지 않습니다. 돈가스, 치킨가스, 새우튀김 등 기본적인 것부터 구운연어샐러드, 일본식불고기, 72시간숙성차슈 등 정통 일본식 메뉴까지 다양한 토핑이 준비되어 있어 소비자 만족도 역시 높습니다.”
2010년 말 완공한 서울 성수동 센트럴키친(Central Kitchen)에서 완전 조리된 상태의 메뉴가 공급되며, 외식업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사실 황선욱 이사는 몇 년 전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이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점주의 노력과 함께 가맹 본사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가맹 본사의 입장이 된 지금은 당시 점주로서 안타까웠던 부분들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계형 창업자들이 적은 자본으로 어려움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지금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히 모또모또 21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모또모또 21의 성공을 자신하는 만큼 황 이사는 향후 “학교 주변과 오피스 상권, 아파트를 배후로 하는 다양한 상권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펼칠 예정”이며 “올해 20개 가맹을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미국 진출 계획, 늦더라도 정도(正道) 걷겠다
부자의 꿈은 국내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외식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메뉴 아이템으로 일식을 선정한 것도 그 꿈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경험이 있는 황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식에 열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일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고 양념을 최소화한 건강 메뉴로 앞으로도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꼭 한식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본 베이스는 일식에 두되 양념과 소스를 한국적으로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덧붙여 세계에 선보이면 그 또한 애국하는 길이지요.”
부자의 첫 번째 해외 진출 목표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시장이 커 투자 가치가 충분하고 일식에 대한 인식도 좋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문제점을 보완하고 현지 시장을 분석해 빠르면 2~3년 내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생의 멘토 아버지,
든든한 동반자 아들
아들 황 이사에게 아버지 황 대표는 어떤 존재일까. 두말할 것 없이 ‘든든한 버팀목’ 그 자체며, 배울 점이 많은 인생의 멘토다.
“경영을 해보지 않고서는 경영 마인드를 배우기 힘들다고 봐요. 아버지가 경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투자부터 직원 관리까지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황 대표는 든든한 아들들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얘기한다.
“외식 사업은 초를 다투는 일이 아니잖아요. 출근 시간도 자유롭고요. 제가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큰 그림만 그려줘요. 아들들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처음 콘셉트처럼 바비큐와 시푸드 브랜드도 내놓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