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이든 장인의 숨결이 녹아든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전해 모든 것이 산업화되어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내하며 전통의 방식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장인의 손길은 혼이 깃들어 있어 아름답다. 창간 27주년을 맞아 방짜유기, 칼, 떡, 김치 등 각 분야에서 혼을 담아내고 있는 장인들을 만나봤다.

명품을 향한 두드림
이용구 장인
방짜유기 분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14호
구리와 주석을 78:22의 황금비율로 섞어 녹인 후 손으로 두드려 만드는 방짜유기. 이 방짜유기와 70년의 연을 맺어온 이용구 옹과 그의 뒤를 이어 20여 년 전 방짜유기의 이수자로 지정된 막내아들 이경동 씨(두부자공방 대표)는, 여전히 우리 전통방식의 두드림을 통해 유기그릇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빛깔과 징의 맑고 청아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황정일 팀장 hji0324@foodbank.co.kr / 사진•포토그래퍼 서동철

70년을 함께해온 방짜유기
“유기와 인연을 맺은 게 벌써 70년째이고 징을 만든 게 60년째이지만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징이란 것이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누군가가 원하는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엔 징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혼이 들어간 방짜유기그릇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에요.”
평생을 놋쇠와 함께해 온 이용구 옹은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1993년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14호로 지정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국내 최고임을 인정하는 ‘징장’이란 칭호도 함께 받았다. ‘징소리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맥을 이어가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두 부자는 징, 꽹과리는 물론 생활식기, 제기, 불기, 다기 등 다양한 방짜유기 제품을 만들어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숭고한 장인정신의 대물림
이용구 징장이 방짜유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70년 전이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이용구 징장은 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밥이라도 얻어먹자 해서 더부살이를 하게 됐고, 마침 들어간 집이 당시 최고의 징 제작기술 보유자로 함양방짜징의 명장이었던 故 오덕수 선생의 집이었다. 이곳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징, 유기 만드는 법을 배웠고 이후 ‘꽃부리징’으로도 불리는 함양징의 계보를 잇게 됐다.
두부자공방을 찾은 그날도 두 부자는 직원들과 함께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놋쇠를 두드리며 방짜징을 만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불 속에서 달궈지고 있는 놋쇠를 보면서 어느 부분을 두드려야 할 지 일러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 하나를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징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오감으로 듣고 원하는 소리를 잡아내는 마지막 공정까지 아버지는 본인의 장인정신을 하나하나 대물림하고 있다.
두 부자의 숭고한 장인정신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결정체가 바로 두부자공방이다. 이곳에는 그들의 땀과 지혜가 녹아든 유기제품들이 여유로운 멋과 격조를 내뿜고 있다. 이용구 징장과 이경동 대표는 방짜유기를 현대감각에 맞게 예술로 승화시켜 방짜유기 명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방짜유기의 아름다운 빛과 소리를 알게 되는 그날까지 두 부자의 망치질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축사
창간 27주년을 축하합니다. 외식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또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외식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맑은 소리를 내어주세요. 끊임없이 두드려 주시고 외식인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 망치질을 계속해 주세요. 아름다운 빛과 소리를 머금은 월간식당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열정으로 벼린 날선 아름다움
주용부 장인
금속단조 분야 제 1호 명장
금속단조 분야 제1호 명장을 만나기 전 가장 궁금한 것은 명장이 만들어내는 명품 칼의 쓰임새였다. 해당 분야의 ‘유일한’ 명장이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감은 결과물이 결코 대중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3월의 따뜻한 어느 봄날. 60년 외길을 걸어온 장인이 만들고 있는 것은 갓 새학기를 시작한 학생들을 위한 수업용 칼이었다. 글•김성은 기자 fresh@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장인의 혼을 담아 벼린 대중적인 명품 칼
“이맘때가 유난히 더 바빠요. 일식을 배우는 학생들이 막 새학기를 시작할 때라. ‘붙이는 기술’하고 칼을 갈아내는 건 내 손을 꼭 거쳐야 해서 많이 만들지를 못해. 학생들한테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려면 부지런을 떨어야지.”
대한민국 금속단조 분야의 제1호 명장인 주용부 명장은 자신의 60년 외길인생의 혼을 담아 학생들을 위한 칼을 만들고 있었다. 명장이 만드는 칼을 쓰고 싶어 주문하는 유명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작업이다. 미래 외식산업을 이끌어 갈 새싹들이 좋은 칼로 많은 배움을 얻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큰 보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회칼이 없어요. 스시 자체가 일본음식이다보니 회칼도 당연히 일본이 더 발달했지. 좋은 칼을 쓰려면 수입 칼 밖에 없는데 가격이 보통 비싸지 않아. 일식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좋은 칼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명장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면 꼭 해야하는 일 아니겠어.”
명장이 직접 만드는 칼이라는 수식을 달고 학생들에게 판매되는 가격은 10만 원 초반대. 일본 수입 회칼은 100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인의 정신이 담긴 제품이라고 해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주용부 명장의 칼에 대한 철학이다.

대장간에서 일하던 14세 소년이 살아온 60년
충북 청주 태생인 주용부 명장은 13세이던 6.25시절, 전쟁통에 부친을 여의고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배고픔을 벗어나고자 시작한 일이 당시 ‘대장간’에서 붉은 쇳덩이를 다루는 것이었다.
“호미도 만들고, 낫도 만들고…. 온갖 쇳덩이는 다 내손에서 나왔지. 어린 나이여도 손재주가 있어서 금방 배웠어. 그때 배운 ‘붙이는 기술’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거요. 칼은 단단하지 않거나 날이 서있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지. 더 단단한 칼을 만들기 위해 ‘붙이는 기술’이 필요한거야.”
주 명장이 말하는 붙이는 기술이 바로 그를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복합강 기술’이다. 복합강은 칼의 주재료인 연철과 강철 2종류의 쇠를 불에 달군 후 망치로 두드려 하나로 붙게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통해 칼의 강도가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롭게 세운 날이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쇠를 천 번 이상 두드려야 모양이 나오는 복합강 기술은 국내에 주 명장 외에는 기술자가 없는 상황이다. 주 명장의 오랜 설득으로 슬하의 두 아들이 10여년 넘게 기술을 익히고 있지만 여전히 칼은 주 명장의 손을 거쳐야만 제품화 될 수 있다. 가장 마지막 공정인 날을 세우는 것 역시 명인의 손에서 마무리 된다. 이렇게 60년의 업력을 거쳐야만 탄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장의 명품칼인 것이다.

평생 쓸 수 있는 칼을 만들기 위해
명장이라는 호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혼이 담긴 인생의 역작, 혹은 이야깃거리와 값어치가 있는 칼을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처음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배우던 때나, 명장이 된 지금이나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한결같다. 바로 철저히 사용자의 기능적인 편의성을 생각해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쇠만큼 정직한 것이 없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요. 쓰기에 불편하거나 쉬이 망가지는 칼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지. 쇠를 붙이고 칼을 갈 때마다 평생 쓸 수 있는 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야됩니다. 그래야 내 이름 석자가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 이제 그의 인생을 설명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주용부 명장을 이 분야 최고의 명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많은 특허와 그가 이뤄낸 업적과 세월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쉽고 편해지며 기계화되는 요즘에도 여전히 오랜 시간과 열정을 들여 칼을 벼리는 그 부지런함에 있을 것이다.

축사
내가 이 일을 한 지 이제 60년쯤 되었으니, 월간식당은 그 절반쯤 온 것 같네요.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큰 욕심 없이 베푸는 마음으로 내가 이 세월을 보내왔듯 월간식당도 60년, 100년 가는 외식잡지가 되길 바랍니다.

혼을 품은 떡
최순자 장인
전통한과·떡·이바지음식 분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을 고스란히 떡에 담아내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재료들도 그의 손을 거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기존의 떡이 우리의 전통을 표현하는 데 그쳤다면,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떡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떡 명장 최순자 장인이다. 글•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 / 사진•포토그래퍼 신성식

뒤늦은 떡과의 인연… 더욱 치열한 노력
전통식품 대중화를 통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최순자 여사는 《한국의 떡》, 《자연을 담은 마실거리 음청》, 《보기 좋은 떡 먹기 좋은 떡》 등 다수의 책을 내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우리떡한과개발연구원 원장으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종심(從心)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나이에도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상상했던 것들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요.”
최순자 여사가 본격적으로 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한정식전문점을 운영하던 그는 평소 관심이 있던 우리 떡을 제대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떡과 한과, 이바지음식 등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딸기즙으로 떡 반죽을 만들고 싱싱한 생딸기를 반죽 속에 넣어 딸기쌈을 만드는 등 그가 만든 떡과 한과는 기존의 것들과는 맛과 모양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선보이는 작품들마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이후 출판한 책들이 떡과 한과의 교본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저 우리의 전통 식품 중 하나이자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떡과 한과를 최고의 디저트식품, 식사대용품으로 상품화하는 물꼬를 트게 한 것이다.

새로운 감각을 더한 장인의 작품세계
최순자 여사가 만드는 떡과 한과, 이바지음식에는 우리의 사계절이 모두 담겨있다. 바나나, 수박, 딸기, 귤 등 떡과 매치하기 힘든 재료들도 모두 떡의 재료로 활용하며, 빚는 모양새도 각 재료의 특성을 살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의 감각과 손재주, 그리고 떡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예술작품인 셈이다.
“전통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새로운 것과 접목하려는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쁜 떡을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우리의 한과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항상 생각하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그는 새로운 떡을 만들기 전에 반드시 노트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본다. 어떤 색감으로 어떻게 모양을 내야 좀 더 보기 좋은 떡을 만들 수 있을지 미리 디자인해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트렌디한 감각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디저트 관련 잡지에도 매달 우리 떡과 한과로 만든 새로운 디저트 레시피를 연재하고 있다.

후학 양성으로 많은 사람들과 재능 나눌 터
최순자 여사는 요즘 한식 디저트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고급 한식당에서도 디저트에는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그는 한식세계화를 이루려면 한식 디저트 역시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밥알 대신 시리얼을 사용하고, 엿이나 설탕 대신 머시멜로우를 활용해 한과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디저트 개발과 함께 그가 주력하는 것은 후학 양성이다. 그에게 배운 제자들 중에는 인간문화재로 선정된 사람도 있고, 떡 명장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들도 다수 있다.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요즘엔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에게 배웠지만 오히려 저보다 더욱 유명해진 제자들을 보는 것도 뿌듯합니다. 제가 가진 재능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가장 큰 행복입니다.”
이른 봄,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단단한 가지에 핀 매화는 초연하고 아름답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지만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떡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의 경지에 오른 최순자 여사의 모습 역시 매화를 닮아 있었다.

축사
월간식당은 제가 음식점을 경영하던 90년대 초반부터 즐겨보던 책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월간식당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는 외식인들의 지침서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창간 2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종부의 진한 손 맛
강순의 장인
김치·장아찌·토속음식 분야
계절 따라 파릇파릇한 푸성귀와 채소를 다듬고, 씻고, 절이고, 양념에 버무리고…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김치명인 강순의 여사의 일상은 늘 한결같다. 김칫독과 항아리, 소반들과 부둥켜 지낸 40년의 세월은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선물했다. 3월의 봄날, 강순의 여사가 아끼는 김칫독 앞에서 마주했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종가 며느리로 살아 온 젊은 날
강순의 여사가 김치명인이 된 데에는 고된 시집살이가 제대로 한 몫 했다. 시집살이라기보다는 종갓집 음식살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스물 한 살, 나주 나씨 17대 독자와 결혼한 종부가 감내해야 했던 삶이었다.
“친정은 충청도, 시댁은 전라도 나주였어요. 음식문화도 다른데다 층층시하의 시집어른들을 모시고 살아야했죠. 게다가 종가라 음식은 얼마나 중요시여기고 손님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음식을 만들고 주방을 지키는 것은 그냥 삶 그 자체였어요. 김장도 두말할 나위 없죠. 배추김치, 동치미, 물김치 등 20가지가 넘는 김치를 몇 백 포기씩 담그려면 가을부터 눈코 뜰 새가 없었어요.”
그 당시 요리스승이었던 시어머니는 김치뿐만 아니라 장아찌, 한과, 떡, 폐백·이바지 음식, 어란 등 못하는 음식이 없었다. 그런 시어머니를 곁에 두었으니 강순의 여사가 보고 배운 것은 당연한 이치일 터.
“어찌 보면 결코 녹록치 않았던 지난 세월이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시간이자 과정이었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시어머니의 가르침과 솜씨가 문득문득 그리울 때가 있어요.”

김치 만드는 솜씨 하나로 20년째 스타강사
올해 6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순의 여사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며 김치와 전통 장아찌 등 토속음식에 관한 강연과 시연을 하고 각종 학회활동과 방송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 바쁜 와중에 최근에는 70여 가지의 김치, 27가지의 장아찌 만드는 법을 담은 책 《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김치》를 펴내며 꾸준하게 집필활동도 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와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
“처음 시작은 그저 일이었어요. 아이들 키우고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할 줄 아는 일을 한 거죠. 김치가 메인도 아니었어요. 부업으로 폐백이바지 음식을 하면서 그저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곁들이 서비스로 백김치며 장아찌를 만들어 보냈는데 그게 시작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폐백음식과 김치로 입소문이 나자 단골들이 늘어났고 1993년 처음으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치강의 섭외가 들어왔다. 강의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강순의 여사의 강의를 들은 교육생이 몇 만 명에 이른다. 교육생 중에는 내로라하는 전통음식, 식품 관련 유명 인사들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김치박물관 만들어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고파
요즘도 강순의 여사의 강의를 듣기 위한 사람들이 많아 자택에서 직접 운영하는 김치/젓갈반, 장아찌/토속음식반 수업에는 예약이 줄을 선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강순의 여사의 자택은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최고의 교육장이기 때문이다. 마당에 묻어 둔 항아리 수만 해도 500개가 넘는다니 어디서 이런 진풍경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제가 사시사철 김치를 담그잖아요. 계절별로 20가지가 넘는 김치를 만들다보니 아무리 항아리를 줄이려고 해도 줄여지지가 않네요. 저희 집에 처음 수업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요.”
강순의 여사의 최종 꿈은 자그마한 김치박물관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김치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는 일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인 줄 아는데, 김치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요. 봄 되면 오이소박이, 봄동김치, 유채김치, 콩나물김치, 미나리김치까지 얼마나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축사
월간식당의 창간 2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요즘 경기불황으로 외식업 관계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큰 줄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식당경영주 분들과 예비창업자 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힘이 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알려주는 똑똑한 잡지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