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는가? 필자가 미국에 있을 당시, 친구나 동료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 재미있게도 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대답은 모두 한결 같았다. “프렌치 런더리(French Laundry)!”

모든 요리사들의 꿈같은 공간
「프렌치 런더리」. 프랑스식 세탁소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 레스토랑은 미국 나파벨리의 소도시 욘트빌에 위치해 있다. 2003년과 2004년 영국 매거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서 1위에 선정 됐으며 2006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획득,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듣는이를 설레게 만드는 모든 요리사들에게 꿈만 같은 공간이다.
프렌치 런더리의 오너 셰프는 주방의 마에스트로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다. 1955년 캘리포니아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 미국 플로리다의 소도시 팜비치에서 어머니의 매장을 도우며 조리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플로리다 지역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뒤, 뉴욕의 허드슨 벨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프렌치 레스토랑 라비(La Rive)에서 정식으로 프렌치 요리를 접하게 된다. 이후 커다란 열정을 품고 프랑스로 떠난 뒤, 기 사보이(Guy savoy)를 비롯한 다양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견습하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갔다. 1984년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여러 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고 컨설팅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해갔다.
요리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요리사
1992년, 켈러는 마침내 나파벨리 욘트빌에 위치한 100여 년 가까이 된 건물에 자리를 틀었다. 1900년대 초 이 건물은 프랑스식 스팀 서비스를 제공하던 세탁소였는데, 1994년 그는 이곳을 인수해 자신이 늘 꿈꿔온 레스토랑으로 탈바꿈 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프렌치 런더리다. 오픈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언론과 수많은 미식 매거진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레스토랑 타이틀을 휩쓸었다.
이후 1997년 제임스 비어드 재단이 선정하는 미국 최고의 셰프로 선정되었으며, 조리계의 올림픽인 보퀴즈 도르(bocuse d’or)의 미국팀을 지휘했고, 현재는 미국대표로 이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총 4권의 요리 책을 발행했으며, 푸드 저널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 레스토랑 사업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토마스 켈러를 수식하는 문장은 수없이 많다. 그 중 ‘프렌치 셰프들이 인정하는 유일한 외국인 프렌치 셰프’, ‘요리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요리사’라는 말은 토마스 켈러가 국제 요리계에서 이룬 업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시절 셰프를 꿈꾸던 이들 중 토마스 켈러의 책 한 권 소유하지 않은 요리사는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의 첫 번째 책 《프렌치 런더리》는 발간된 지 15년이 되어가지만 현재도 많은 요리사들이 최고로 뽑는 조리명서다. 기본과 완벽함을 중시하는 그의 성격이 온전히 반영된 결과물로 상세한 설명과 다양한 노하우를 담아내고 있다.

미국인 최초 두 개의 3스타 레스토랑 소유
현재 미국 최고의 셰프로 불리는 시카고 엘리니아의 그랜트 악츠(Grant Achatz)와 2010년부터 2년 동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노마(Noma)의 르네 레제피(Rene Redzepi), 샌 프란시스코의 신성 베누(Benu)의 오너 셰프 코리 리(Corey Lee)까지 모두 20대의 일부를 프렌치 런더리에서 보냈다.
프렌치 런더리의 성공 이후 세계 곳곳에서 토마스 켈러에게 레스토랑 오픈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사업 확장은 굉장히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그의 완벽주의는 TK 레스토랑 그룹의 양적인 성장이 아닌 자신의 명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허용했다. 1998년 프렌치 런더리에서 5분 거리에 비스트로 부숑(bouchon)과 베이커리 부숑을 차례로 오픈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레스토랑 사업에 노하우를 쌓고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좀 더 많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2004년 라스베가스와 뉴욕에 차례로 부숑 비스트로와 베이커리를 오픈했고, 2006년엔 편안한 미국 음식이라는 콘셉트의 애드 혹(Ad hoc)을 욘트빌에 오픈하며 미국 전역에 홈쿠킹의 유행을 선도했다. 무엇보다 2004년 뉴욕 맨하튼 타임 워너 센터에 오픈한 레스토랑 퍼 세(Per se)는 켈러에게 새로운 영광을 안겨주었다. 퍼세는 오픈 후 단숨에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이란 타이틀과 미슐랭 가이드 3스타를 획득했다. 이로써 켈러는 미국인 최초로 두 개의 3스타 레스토랑을 소유한 유일한 셰프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엔터테인먼트에 적용하다
영화 ‘라따뚜이’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에서 토마스 켈러는 요리부분을 총괄하고 감독했다. 또한 스페니쉬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스팽글리쉬’에서 셰프 역할을 맡았던 ‘아담 샌들러’가 준비한 ‘세상 최고의 샌드위치’를 만든 이 또한 토마스 켈러다. 이렇게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직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여름, 프렌치 런더리에서 근무하는 후배 덕으로 그곳의 주방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강렬한 햇살 아래 끝없이 펼쳐진 나파벨리의 와이너리를 지나 도착한 욘트빌은 인구는 적지만 아담한 비스트로부터 고급 파인 다이닝까지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는 나파벨리의 명소였다. 미식도시 켈러빌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프렌치 런더리의 성공 이후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생겼다고 한다.
마침내 마주하게 된 프렌치 런더리는 예상보다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뒤 편 주차장에서 후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필자의 옆으로 검은색 벤 한 대가 멈췄다.
회색머리의 키 큰 중년 신사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옆모습만 살짝 보고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셰프 토마스 켈러였다. 그는 바쁜 일정 덕에 일년 중 3~4개월만 욘트빌에 머무는데, 운이 좋게도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강민구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미식조리문화연구회 한스푼(韓spoon)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강민구 셰프는 마틴 베라사테기(Martin berasategui)를 비롯해 스페인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견습을 했으며, 현재 노부 바하마(NOBU atlantis) 레스토랑에서 총주방장(executive chef de cuisine)으로 근무하고 있다.
twitter.com/mingle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