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드립 커피를 마음으로 내리는 커피라고 말하곤 한다. 마음으로 커피를 내린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릴 때에도, 혹은 소중한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커피를 내릴 때에도 정성을 다할 수 있다.

● 손 맛에서 우러나오는 향긋함
핸드드립 커피는 말 그대로 손으로 직접 내려 먹는 커피를 말한다. 자동 머신이나 전문 바리스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말이다. 800여 가지나 되는 커피의 성분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고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묘미 또한 각별하다. 커피는 일정한 양의 물과 온도로 똑같이 내려도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손맛이 있다. 그 손맛이 두드러지는 커피가 바로 핸드드립 커피다.
드립 커피를 내려 향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고, 뜨거운 커피에 부드러운 입술을 살짝 대보자. 신맛과 쓴맛이 잘 조화되어 우리의 머릿속은 금세 맑아진다.
핸드드립을 하여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긴 하지만, 핸드드립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스톱워치를 놓고 정확한 방법대로 시도하는 것이 좋다. 커피와 친해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수고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 핸드드립을 위해 필요한 도구
드립 전용 주전자
드립용 주전자는 핸드드립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다. 주전자니까 아무거나 물을 끓일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핸드드립에 사용하는 주전자는 물의 배출구 부분이 좁고 길수록 좋다. 전기로 끓이는 포트나 일반 주전자는 입구가 넓어 물줄기를 가늘게 조절하기 힘이 든다. 일반 주전자의 굵은 물줄기는 커피에 부어지는 물의 힘이 세기 때문에 커피가 움푹 파인다. 따라서 주전자 아래쪽에서부터 주전자의 주둥이가 나와 있는 전용 주전자를 쓰는 것이 좋다. 만약 전용 주전자가 없다면 가능한 배출구 부분이 길고 구멍이 좁은 주전자를 사용한다.
드립 전용 주전자에는 스테인리스 제품과 동 제품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동주전자의 경우 물맛을 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커피의 맛이 부드러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버
한 잔, 한 잔 뽑을 때는 잔 위에 바로 커피를 내려도 좋지만, 여러잔을 뽑을 때에는 유리주전자와 같은 서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가정용 원두커피 기계에 들어있는 눈금이 새겨진 유리주전자를 서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그 커피잔에 들어갈 커피의 용량이 얼마인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추출될 커피의 용량에 따라 써야 할 커피의 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확히 계량을 해야 맛있는 커피의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몇 그램의 커피를 써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우선 커피 잔의 용량부터 알아 둔다. 같은 종류의 커피를 두 잔 이상 뽑을 때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서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깨지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다뤄야 하지만, 내려지는 커피의 농도와 양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드립퍼
드립퍼(Dripper)는 커피에 필터를 끼워 커피를 거르는 장치다. 드립퍼는 원하는 맛에 따라 카리타, 메리타, 고노, 융 드립퍼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카리타식 드립퍼가 사용되고 있다. 메리타식도 드물게 사용하긴 하는데, 원뿔 모양의 고노드립퍼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카리타드립퍼는 밑으로 추출 구멍이 세 개 있는 드립퍼이다. 구멍이 한 개인 메리타보다 물빠짐이 쉽다. 커피 맛의 변화폭이 적어 안정적인 맛의 커피 추출이 용이하다. 하지만 커피가 드립퍼에 오래 머물렀다가 떨어지기 때문에 바로 떨어지는 고노나 융보다는 커피의 맛이 밋밋하다.
메리타드립퍼는 밑부분이 약간 경사가 있으면서 아래쪽에 구멍이 하나 있다. 천으로 커피를 내리던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카리타와 메리타는 필터를 끼워 쓰고 버리면 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다. 메리타는 물빠짐이 카리타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농도 있는 커피를 만들기에는 좋다. 대신 물을 부을 때 물길을 가늘게 하여 천천히 부으면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고노드립퍼는 아래쪽으로 큰 구멍이 있다. 원뿔 모양을 거꾸로 뒤집은 모양인데, 꼭지점 부분에 구멍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메리타나 카리타와 달리 원추형으로 되어 있어 커피 추출 시 원을 일정하게 그리며 추출하기에 좋다. 커피의 맛도 메리타나 카리타보다 훨씬 알맹이가 있고 진한 커피가 추출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다.
융드립퍼는 천을 말한다. 플란넬이라고도 부르는 천이다. 천이기 때문에 반영구적이다. 융드립퍼를 사용하여 추출한 커피는 다른 추출에 비해 기름지고 꽉 차는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 진한 커피의 진수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커피의 오일 성분이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기름지고 진하다. 또한 맛의 여운이 입 안에 오래 남아있다.
드립퍼의 재질에 따라서는 플라스틱, 사기, 동 드립퍼가 있는데, 플라스틱 드립퍼는 사기 드립퍼보다 보온 효과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취급이 간편하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기 드립퍼는 보온 효과는 좋지만 번거로움과 파손의 위험성이 높고 가격도 비싼편이다. 게다가 뜨거운 물을 붓거나 머신 위에 올려 두어 미리 예열을 해줘야 한다. 동 드립퍼는 한번 따뜻해지면 다시 차가워지는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좋다.
필터
각각의 드립퍼에는 그에 맞는 필터가 있는데, 종이 필터를 많이 사용한다. 융드립퍼의 경우는 천으로 드립을 하는 것이므로 종이 필터처럼 자주 갈 필요가 없다. 메리타드립퍼에는 메리타식 여과지를, 카리타드립퍼에는 카리타식 여과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필터를 접어서 드립퍼에 넣을 때 필터와 드립퍼가 꼭 맞아 완벽한 커피 추출을 할 수 있다.
여과지는 재질에 따라 누런색의 천연펄프 여과지와 흰색의 표백 여과지가 있다. 천연펄프 여과지의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천연펄프 여과지는 표백 여과지에 비해 커피 맛을 변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펄프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필터에 따라서는 조직이 촘촘한 것과 굵은 것이 있다. 갓 볶은 신선한 커피는 조직이 좀 굵은 필터를 쓰는 것이 좋다. 반대로 볶은지 좀 지난 커피는 조직이 촘촘한 필터를 쓰는 것이 좋다. 종이 필터의 냄새가 커피 맛을 방해한다 하여 영구 필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영구 필터는 종이 필터처럼 유분을 거르지 않고 통과시키므로 보다 풍부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문창기
•동화은행 창립 멤버
•삼성그룹 여수신 외환업무
•삼성증권 투신팀장
•유레카 벤처스 창업
•현 국내 토종 커피브랜드 이디야 커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