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이미 미국에는 포도가 재배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본격적인 유럽식 포도 재배의 전통이 심어진 것은 약 200년 전 멕시코를 통해 들어온 프란체스코 선교사들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미국의 와인은 뉴욕주에서 처음 양조되기 시작했으나 사람들이 황금을 찾아 서부로 대이동하여 캘리포니아에 정착하면서 그곳에서 와인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고급 유럽 품종의 도입은 미국 포도주 역사에 큰 획을 그었는데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유럽 와인 양조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 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후 1919년부터 1933년 사이의 금주령 등 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오늘의 튼튼한 토대를 갖게 되었다.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와인 산업은 1970~80년대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캘리포니아의 두 대학교인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U.C 데이비스는 와인에 관한 과학적 연구로 유럽의 와인 업자들도 이곳에 기술자들을 보내 공부하게 할 정도로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미국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미국의 포도 재배지들은 1983년에 처음으로 토양과 기후에 따라 지역의 명칭을 주는 것으로 좀 더 구체화되었다. 품질이 뛰어난 캘리포니아의 프리미엄급 와인은 구대륙(유럽)의 그랑 크뤼들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나파 밸리, 소노마 카운티 그리고 좀 더 추운 지역인 북부해안 지역에서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된다.
미국의 기후는 동부 지역의 경우 대륙성 기후로 포도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서부 해안 지방은 포도 재배에 있어서 이상적인 기후를 지니고 있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와인 산지가 발달되어 있다. 태양이 강렬한 캘리포니아는 포도를 재배하는 데 있어서 햇빛이 모자라는 지역이 없을 정도이고 포도가 너무 쉽게 자라거나 빨리 익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서늘하면서도 척박한 토양이 있는 장소만 찾는다면 와인에 있어서는 최고 지역이 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유럽에 비해 태양이 충분하고 기후 변화가 훨씬 적어 지속적인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나무 재배가 가능하여 빈티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편이다.
● 주요품종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포도는 대부분 유럽종이거나 미국에 자생하는 토종 포도의 개량종이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가 가장 유명하고 그 다음으로 소비뇽 블랑, 피노누아가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되는 진판델은 전통 유럽식 포도들과 대등하게 생산이 된다. 캘리포니아 와인들은 좀 더 높은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고 유럽 지역의 와인들에 비해 포도 품종에 따른 과일 향과 맛이 좀 더 뚜렷하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 주요지역
미국의 대표 와인 산지는 캘리포니아, 뉴욕, 오리건, 텍사스, 그리고 워싱턴 지역이다. 이 중 캘리포니아가 미국 전체 와인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산지이다.
쪾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포도원은 크게 3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에 위치한 나파밸리와 소노마 카운티 지역, 캘리포니아 중부 내륙의 산 후아킨 밸리, 그리고 남부 해안 지역의 몬트레이 카운티와 산타 클라라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파밸리와 소노마 카운티의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고급 와인의 대부분이 이 두 곳에서 생산되기에 중요한 지역이다.
나파 밸리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 재배 지역으로,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은 명성에 비해 그 면적은 매우 작은 편으로 나파에서 생산하는 포도량은 캘리포니아 전체의 5% 정도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미국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게 된 데는 지리적 영향이 크다. 대양의 바람과 샌파블로 만에서 발생하는 안개의 영향으로 낮에는 충분히 해가 비치지만 밤에는 선선한 기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같이 좋은 레드 와인이 생산되고, 또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화이트 와인도 생산된다.
소노마 카운티 : 나파 밸리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 지역이지만 나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나파의 양조장들이 화려한 부자들의 마을이라면 소노마의 양조장들은 소박한 시골 마을로 비교되기도 한다. 소노마는 태평양 해안에 가까우며, 서늘한 편이나 세부 지역에 따라 큰 기온 차이가 나기도 한다. 소노마에서는 샤도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제각각의 기후를 갖고 있는 소지역들이 많아서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는 좋은 품질의 피노누아, 진판델, 소비뇽 블랑이 생산되기도 한다. 소노마 군의 포도 재배 지역으로는 소노마 밸리, 소노마 마운틴, 러시안 리버 밸리, 소노마 그린 밸리, 초크 힐, 드라이 크릭 밸리, 알렉산더 밸리, 나이트 밸리 등이 있다.
산 후아킨 밸리 : 센트럴 밸리 내에 속해 있는 이 지역은 미국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지역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곳의 와인은 주로 큰 병에 담은 저그 와인이나 매일 쉽게 마시는 저가의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기에 많이 알려진 지역은 아니다.
기타 : 멘도치노와 레이크 군, 센트럴 코스트, 샌프란시스코만 지역과 같은 소지역들이 있다.
쪾뉴욕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다음으로 알려져 있는 주요 산지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누아 등과 같은 레드 품종들과 리슬링, 샤도네, 게뷰르츠트라미너와 같은 화이트 품종들로 가벼우면서도 향기로운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쪾오리건
오리건은 매우 훌륭한 품질의 피노누아가 생산되면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좋은 품질의 화이트 품종인 피노 그리가 생산되며 기타 일부 샤도네와 까베르네 소비뇽들이 생산되기도 한다.
쪾텍사스
주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샤도네, 슈네 블랑과 같은 국제적인 품종들이 생산되고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쪾워싱턴
1980년대부터 약간씩 알려지기 시작한 이 지역은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사라와 같은 레드 품종과 소비뇽 블랑, 샤도네 등과 같은 화이트 품종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 콜럼비아 밸리, 레드 마운틴과 같은 지역들은 이미 한번 쯤 들어 보았을 익숙한 지명일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최성순
쪾와인21닷컴(Wine21.Com) CEO
쪾와인 칼럼니스트
쪾‘부담없이 즐기는 보르도 와인 100’선정위원
쪾‘주류품질인증제’ 심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