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스타 셰프에도 종류가 있다. 요리대회나 맛집 소개, 서바이벌 요리프로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 셰프가 있는 반면, 한곳의 주방을 오랫동안 책임지며 업계와 셰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스타 셰프가 있다. 오늘 소개 할 셰프 데이비드 킨치(David Kinch)는 후자 쪽이다.

미디어, 스타 셰프를 원하다
해외여행 당시 미디어에서 만났던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가? 친근하게 느껴졌던 그 셰프가 당신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그들은 이미 다양한 사업과 또 다른 방송 촬영으로 레스토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음식과 요리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며, 미디어는 스타 셰프를 찾고 셰프들은 미디어를 자신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 미디어와 상업이 결부된 스타 셰프의 천국 미국의 경우, 이런 일이 더욱 비일비재하다. 주방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그에 맞는 홍보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유능한 셰프로 인정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타 셰프에도 종류가 있다. 요리대회나 맛집 소개, 서바이벌 요리프로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 셰프가 있는 반면, 한곳의 주방을 오랫동안 책임지며 업계와 셰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스타 셰프가 있다. 셰프 데이비드 킨치(David Kinch)는 후자 쪽의 스타셰프다.

본인의 레스토랑에서만 볼 수 있는 스타 셰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60마일 이상 떨어진 소도시 로스 개토즈, 그곳에 레스토랑 「맨레사(Manresa)」가 있다. 데이비드 킨치가 운영하는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실제로 그를 인터뷰하러 방문한 수많은 기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농장에서 채소를 거두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란다. 대부분의 재료는 그가 직접 돌보고,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은 그의 손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대중이 생각하는 스타 셰프의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2002년에 오픈한 레스토랑 맨레사는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시골 마을 로스 개토즈의 랜드마크가 되며 미식가나 셰프들 사이에선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가 됐다.
사실 데이비드 킨치는 자국에서보다 국제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는 셰프다. 언론을 이용한 마케팅 없이 영국 매거진에서 꼽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며, 2010년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았다. 같은 해 제임스 비어드 재단에서 꼽은 태평양 지역 최고의 셰프로 선정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를 향한 수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그의 유명세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인 데다가, 워낙 매체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셰프 킨치의 성격 때문이다.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데이비드 킨치는 그 누구보다 미식과 요리라는 것에 진중하고 늘상 새로운 것과 배움에 목말라 있는 자’라고.

경험과 도전을 순수하게 즐기다
그가 이례적으로 방송에 얼굴을 내비친 경우가 있는데, 바로 2009년에 방영된 ‘아이론 셰프(Iron Chef)’였다. 대중의 인기와 실력을 갖춘 미국의 유명한 스타 셰프 5명과 그들을 향한 도전자가 경합을 벌이는 미국 최고의 인기 요리 프로그램이다.
킨치의 출연 이유는 간단했다. 그날의 주제에 맞춰 한 시간 안에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5가지 창작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의 룰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날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 셰프 바비 프레이(bobby flay)를 꺾었다. 혹자는 셰프들의 스타 데이비드 킨치가 미디어가 만들어 낸 스타 셰프 바비 프레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다고 좋아했지만, 그는 승패 여부를 떠나 음식과 요리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겼다고 말했다.
셰프의 경우 다양한 음식문화를 경험하는 것만큼 커다란 학습이 없다. 미국에서도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셰프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셰프 킨치는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젊은 시절 프랑스로 건너가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셰프 마끄무노(Marc Meneau)의 레스토랑 레스뻬헝스(L’Esperance)와 독일 미식계의 전설 슈바이처 슈투벤(Schweizer Stuben)에서 누벨퀴진을 정식으로 배우고,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 위치한 아켈라레(Akelarre)에서 다양한 모던 테크닉을 익혔다. 모두 미슐랭가이드가 평가한 3스타 레스토랑으로 유럽에서 2년간 오뜨퀴진의 정수를 익혔다. 이후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클리오 코트 호텔에서 셰프로 근무하며 일본 식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식재료의 중요성을 몸소 익혔다. 이런 다양한 인생 경험은 그의 요리에 깊게 녹아들었다. 프랑스 테크닉을 기반으로 동 서양의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다.

성공에 반(反)하는 요리사 데이비드 킨치
그가 로스 개토스에 둥지를 틀고 제일 행복한 일은 그의 레스토랑 만레사만을 위한 농장 거래처를 두고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철에 재배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은 그의 메뉴를 더욱 풍성하게, 그리고 자주 바꿀 수 있게 한다.
그는 늘 새로운 재료간의 조합을 즐기는 셰프다. 그의 시그니쳐 메뉴인 딸기 가스파쵸는 겨울에 맛볼 수 있는 별미이며, 캐러멜과 큐민을 곁들인 푸아그라 푸딩은 재료간 맛의 궁합을 찾아내는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 된 메뉴다.
샌프란시스코의 저명한 음식 비평가 마이클 바우어(Michael Bauer)는 그의 재기 넘치는 요리들을 맛보고 만레사를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더리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평하기도 했다.
레스토랑 사업이나 개인의 커리어 홍보에는 큰 관심이 없는 스타 셰프, 스스로를 성공에 반(反)하는 요리사라고 말하는 배짱 있는 스타 셰프 데이비드 킨치. 그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레스토랑 만레사, 당신이 그곳에서 식사하는 날이 온다면 그 순간만큼은 당신이 인생 최고의 행운아라 생각해도 좋다.

강민구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미식조리문화연구회 한스푼(韓spoon)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강민구 셰프는 마틴 베라사테기(Martin berasategui)를 비롯해 스페인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견습을 했으며, 현재 노부 바하마(NOBU atlantis) 레스토랑에서 총주방장(executive chef de cuisine)으로 근무하고 있다.
twitter.com/mingle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