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식당 108년 역사를 담다

지난 한 세기 세월의 파고를 넘어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식문화를 만들어 온 오래된 한식당 100곳이 책으로 출판돼 화제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서규용)와 한식재단(이사장 양일선)은 한식 원형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본사(한국외식정보(주))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각종 문헌조사와 외식산업 관련 단체들의 협조를 받아 반세기 이상 운영되어 온 한식당들을 조사 발굴, 이들의 희로애락을 담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이하 오래된 한식당)》을 발간했다.
총 248쪽 분량의 이 책에는 1904년에 문을 열어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이문 설농탕’을 필두로, 1910년에 개업하여 나주곰탕의 명성을 이어온 전남 나주 ‘하얀집’, 대중가요의 대명사 ‘굳세어라 금순아’를 탄생시킨 대구 ‘강산면옥’, 소설가 이청준의 ‘마량이경(馬良二景)’시에 등장하는 전남 강진 ‘완도횟집’ 등 시대의 격랑 속에서 한국인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추억을 선사하던 전국의 한식 명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들 한식당들은 오랜 역사를 대변하고 노포의 명성을 보여주듯 단골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실제로 서울시 음식점 허가 1호로 공식 등록된 ‘이문 설농탕’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부터 조선 최고의 주먹 김두한,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의 단골집으로 확인됐다.
‘오래된 한식당’에 실린 한식당을 개업연도별로 보면, 1904~1929년 ‘박달집’ 등 10개소, 1930~1939년 ‘삼대광양불고기집’등 12개소, 1940~1949년 ‘동래 할매파전’ 등 19개소, 1950~1959년 ‘경희식당’ 등 48개소, 1960~1967년 ‘고려삼계탕’ 등 11개소이며 지역별로는 서울 28개소, 부산 11개소, 인천 3개소, 대구 5개소, 대전 3개소, 울산 2개소를 비롯 경기 4개소, 강원 2개소, 충북 5개소, 충남 7개소, 전북 5개소, 전남 12개소, 경북 4개소, 경남 9개소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책 속에는 긴 세월을 지켜온 한식당 경영주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의 애환, 전쟁의 화마, 뜻하지 않은 화재, 재건축에 따른 이전 등 한국 근현대 역사,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긍심 하나로 이어온 한식당의 절절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 깊은 한식당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한식당의 역사성을 체계화하고 발굴하기 위해 책을 펴내게 되었다”면서 “이 책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나라 한식당의 오랜 역사를 읽어볼 수 있고, 경영주와 종사원들에게는 자부심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역사성 있는 한식당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식재단은 일반인들도 ‘오래된 한식당’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식 세계화사이트(www.hansik.org)에서 전자책으로 제공할 계획이며, 관련 정보를 간편하게 활용하도록 스마트폰 앱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