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성, 중장년층 입맛 사로잡고 한식세계화에도 기여
국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업계에 토종바람이 한바탕 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누룽지, 미역국, 김치, 깍두기, 불고기 등 한식의 대표 메뉴들을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파스타 메뉴들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근래 들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창업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신규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안 레스토랑 업계는 저가부터 고가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폭이 너무 커져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메뉴개발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타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는 퓨전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드포갈릭을 통해 일찌감치 마늘 등 토종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 브랜드 콘셉트를 차별화한 썬앳푸드는 최근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 「스파게띠아」도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스파게띠아는 젓가락으로 먹는 파스타를 콘셉트로 스파게티에 한식을 접목, 오리엔탈식 스파게티전문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가산 마리오 아울렛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 스파게띠아에서는 칼칼한 김치와 시원한 모시조개가 조화를 이룬 김치 모시조개 스파게띠, 바삭한 꽈리고추 튀김과 장조림을 얹은 메뉴로 한식의 맛과 풍미를 살린 장조림 스파게띠, 아삭아삭한 깍두기와 고소한 항정살이 어우러진 깍두기&항정살 스파게띠 등을 선보였다.
「블랙스미스」도 론칭 초기부터 누룽지 파스타를 선보이며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미역국 파스타를 시작으로 한국식 샐러드, 고추장 폭립 등 한식조리법이나 양념을 사용한 퓨전한식 메뉴들을 연이어 개발하며 한국식 파스타 붐에 합류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브랜드인 「봉대박스파게티」도 불고기 봉골레 스파게티, 콩나물해장 봉골레 스파게티, 설렁탕 봉골레 스파게티와 인절미 피자, 숯불막창 피자 등 한식 재료를 접목한 퓨전메뉴들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지역을 넘어 서울입성에도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외 독립점포에서도 한식 퓨전 메뉴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태원의 「비키친」에서는 꽁치파스타와 멍게크림파스타 등을 선보여 화제가 됐으며 연희동의 「ㅋㅋ」에서도 고등어파스타를 시그니처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식 퓨전메뉴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여성고객 위주였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이제는 남성, 중장년층에게도 거리감 없이 다가가고 있다”며 “동시에 외국인들에게는 토종 파스타를 통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한식을 알릴수도 있어 한식세계화에도 일조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