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식여행지나 요리 강국으로 떠올리는 국가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일 것이다. 독일은 자동차나 전자 기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독일 여행을 계획하고 독일의 다양한 레스토랑 정보를 찾아가면서, 그간 이 매력적인 독일의 식문화를 왜 이리 간과했었는지 너무나 부끄러웠다.

독일 파인다이닝을 이끄는 ‘젊은피’
독일은 유럽지역의 유통과 교역의 중심에 위치하여 유로 연합을 이끄는 대표적인 경제대국이다. 유럽 각지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의 수급이 쉽고 터키와 동남아 등 제3국에서의 이주자들이 많아 더욱 특색이 있는 식문화를 자랑한다. 또 프랑스를 제외하곤 미슐랭가이드에서 부여한 3스타 레스토랑이 유럽에서 제일 많다. 독일 미식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비평가와 미식가들의 블로그, 유럽의 다양한 레스토랑 평가서, 현지에서 근무하는 셰프와 지인들을 수소문 해가며 여행계획을 짰다.
독일의 레스토랑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과연 독일이 미식여행지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고민했던 의구심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됐다. 오히려 계획했던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독일의 내로라 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돌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많은 레스토랑 중 나름의 룰을 세워 방문할 레스토랑들을 정했다. 모던과 클래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아시안 터치가 가미된 레스토랑,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독일의 젊은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위주로 일정을 짰다. 독일의 파인다이닝 식문화를 이끄는 레스토랑들을 소개한다.

팀 라우(Tim Raue)
2011년 올해의 독일 셰프로 선정되었으며, 티비쇼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는 독일 요리계의 젊은 스타셰프다. 베를린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팀 라우」를 운영 중이며 독일에선 드물게 아시안 퓨전 다이닝을 선보인다.
방송용 셰프란 선입견을 갖고 방문했던 그의 레스토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 중국, 동남아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해, 해산물을 다루는 능력과 동서양 식재료 간의 조합이 탁월했다. 간장, 참기름 등 동양의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거침이 없고, 특히 초생강 절임과 랑구스틴 포칭을 곁들인 요리가 인상적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여행자의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하는 레스토랑이다.

슐로스 버그(Victor’s Gourmet-Restaurant Schloss Berg)
인생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꼽을 레스토랑이다. 사실 미국 마이애미에서 근무하던 당시 필자가 근무하는 레스토랑으로 셰프 크리스티안 바우(Christian bau)가 찾아오면서 인연이 되었다. 정확히 1년 뒤 독일 시골 마을 펄 네닝(Perl-Nennig)에 위치한 그의 레스토랑으로 찾아갔다. 크리스티안 바우는 미디어보다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더 소문난 셰프다.
독일 태생으로 독일 다이닝의 전설로 불리는 레스토랑 「슈바르츠발트슈투베(Schwarzwaldstube)」에서 20대 초반 부주방장 자리를 꿰차며 그곳에서 20대 시절을 보낸다. 독립하여 자신의 레스토랑을 가진 후 2006년 미슐랭 3스타를 받으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선한 인상과는 달리 자신의 팔뚝에 미슐랭의 상징인 별 3개 문신을 새긴 요리 외골수이기도 하다. 그의 코스요리는 아기자기한 프리젠테이션, 탁월한 재료간의 조합, 소금 간, 재료의 온도, 텍스쳐까지 정말 완벽했다. 하나의 주재료로 다양한 테크닉을 곁들인 2~3가지 요리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가 2000년대 중반부터 발간한 3권의 책을 살펴보면, 그가 추구하는 음식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알 수 있는데 클래식 프렌치, 독일요리의 재해석, 최근 일본식재료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하는 그의 음식은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한다.

아마도르(Amador)
「아마도르」는 프랑크푸르트 근처 만하임에 위치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다. 같은 이름의 셰프 아마도르는 스페인 출신으로 독일 내에서 분자요리를 대표하는 셰프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음식의 많은 부분에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으며 독일의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분자요리 테크닉과 모던 퀴진에 대한 흡수가 굉장히 빨라 유명세를 얻었다. 이런 다양한 모던 테크닉을 독일의 전통요리에 적용했고 그에 대한 인정을 받으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허나 스페인에서 근무했던 필자에겐 아마도르의 요리는 다양한 모던 요리에 비해 임팩트나 창의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최근 2~3년 사이에 복잡한 공정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많이 줄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창의적인 면이나 음식 하나 하나의 완성도도 다른 미슐랭 3스타에 비해 많이 부족해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벤돔(Vendome)
「벤돔」은 아쿠아(Aqua)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독일의 레스토랑일 것이다. 영국 매거진 선정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2위에 선정되어 독일 내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곳이다. 이곳의 셰프 요아힘 위슬러(Joachim Wissler)는 해외 셰프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며 국제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벤돔은 명성만큼이나 화려한 음식, 멋진 인테리어와 완벽한 서비스를 갖추었다. 허나 몇 가지 음식에선 너무 앞서거나 난해한 맛의 조화가 있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지만 해외의 비슷한 콘셉트의 레스토랑들과 비교해봤을 때 그것이 과연 독창적인 음식인지에 관한 의문은 들었다. 중복되는 테크닉이나 몇몇 요리의 부자연스러운 식감도 조금 아쉬웠다.

게스트 하우스(GasteHaus Klaus Erfort)
셰프 클라우스 에르포트(Klaus Erfort)는 크리스티안 바우와 마찬가지로 레스토랑 슈바르츠발트슈투베(Schwarzwaldstube)에서 수련했다. 클래식한 레스토랑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만큼 음식에서 맛의 균형과 기본기를 우선시하기로 유명하다. 아뮤즈 부쉬부터 전채요리까지 자로 잰듯한 완벽하게 담겨진 아기자기한 10여 가지의 음식들로 눈과 입이 즐거웠다. 메인 요리론 사슴과 비둘기를 이용하여 재료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조리법을 선보였다. 디저트는 다양한 모던 테크닉을 이용한 화려한 디저트였다. 완벽한 서비스와 모던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음식간의 절묘한 조합이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이다.

일주일 간의 독일 미식여행은 필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아직도 최고의 미식 여행지로 지중해 주변 국가만을 꼽는다면, 당신도 이제 독일을 주목하라!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그 매력적인 맛에 빠져들 것이다. <끝>

강민구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a미식조리문화연구회 한스푼(韓spoon)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강민구 셰프는 마틴 베라사테기(Martin berasategui)를 비롯해 스페인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견습을 했으며, 노부 바하마(NOBU atlantis) 레스토랑에서 총주방장(executive chef de cuisine)으로 근무했다.
twitter.com/mingle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