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와 사직

남녀 간의 이별만큼이나 잦은 일이 노사 간의 이별이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자칫하면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해고’와 ‘사직’의 올바른 방향을 인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서늘한 가을바람이 느껴질 때면 어릴 때 읽었던 시를 떠올리며 잠시 감상에 젖기도 한다. 필자는 바쁜 업무 중에도 수시로 떠오르는 한편의 시가 있다.
시인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詩)다. 낙화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시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직업상 수시로 이별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사업주와 직원의 이별이다. 그런데 이 이별이 연인이나 가족의 이별이 아니고 근로계약에 종지부를 찍는 이별이다 보니 법률의 제약에 따라 이별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해고예고제도’ 거쳐야
우선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을 ‘해고’라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에 대하여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데,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종업원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이별을 통보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 즉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이별을 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 즉 해고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셋째, 이별을 고하는 사유와 이별 날짜를 문서로 보낼 것. 즉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일시를 통보할 것 등의 조건이 붙는 것이다.
위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법원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니 사업주는 싫어도 함께 근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더라도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해고 이후 재취업을 준비할 시간이나 자금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이라고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사업주들이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1개월 치 해고수당을 주었으니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그야말로 오해이다.
근로기준법에서 해고예고제도(해고예고수당)를 두고 있는 목적은 쉽게 말해 ‘해고 당할만한 못된 짓을 했더라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새 직장을 구할 시간이나 자금을 주어라’라는 데 있다. 즉 해고가 정당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은 주어야 하며, 해고가 부당하다면 비록 해고예고수당을 주었더라도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경우 복직을 시켜야 한다.

정 현 주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위원
•노무법인 유앤파트너/공인노무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고위지도자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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