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과 상생경영으로 주커피의 미래를 로스팅하다

올해 상반기 토종커피브랜드 「주(Zoo)커피」가 매각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어떤 곳에서 인수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실제로 다양한 곳에서 인수를 희망했지만 기존 주커피의 경영난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쉽게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결국 지난 7월 말 타일전문 제조업체인 (주)태영 세라믹이 별도의 (주)태영 F&B 법인을 설립하고 주커피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태영 F&B를 이끌고 있는 이대영 대표를 만나 주커피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육주희 편집국장 / 정리•이정연 기자 / 사진•이종호 팀장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토종커피브랜드 주커피는 ‘도심 속 동물원’을 콘셉트로 2009년 문을 열었다. 9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빠르게 자리 잡는 듯 했으나 수익성 악화에 발목을 잡혔고, 결국 올 상반기에 매물로 나왔다. 타일전문 제조업체인 태영 세라믹의 이대영 대표이사는 수 개월의 검토 끝에 주커피의 영업권은 포기하고 상표권만 인수해 주커피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지난 7월부터 주커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태영 F&B 이대영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바로 ‘가맹점 확대에 욕심 부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방만한 경영으로 이미 곪을 대로 곪은 기존 주커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수익성 확대에 치중하지 말고 정직한 기본 틀을 확립하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실제로 태영 F&B가 주커피를 인수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은 기존 주커피의 여러 문제점들을 수습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조급할 법도 하지만 이 대표는 그 시간이 오히려 약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기존 주커피의 심각한 문제들을 접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해서는 안 될 방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은 나지 않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어요. 기존 주커피의 경영 상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 출발하는 주커피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제가 직원들에게 지시한 첫 번째 사항은 절대로 처음부터 가맹점 늘리기에 열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구 법인의 잘못된 운영을 바로잡고 탄탄한 기본 위에서 새출발 하기 위해서라면 당분간의 수익은 포기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려운 길이라도 정도를 걷겠다
이대영 대표는 주커피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제조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그가 서비스업계의 발전가능성을 보고 진출을 희망했으나 정작 주커피를 살펴 보니 가맹 구조는 물론 경영 전반에 걸쳐 수많은 문제점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커피가 갖고 있는 콘셉트가 워낙 독특하고 참신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판단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닌데도 버젓이 가맹점을 내주고, 오픈한 이후에는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일관하는 등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어떤 가맹점은 가맹비만 받고 오픈을 차일피일 미룬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맹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본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어떤 가맹점주는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요. 절대로 이분들의 아픔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태영 F&B는 주커피의 상표권만 인수했기 때문에 기존 가맹점에 대한 영업권이나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기존 가맹점주들의 피해 역시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낀 이 대표는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진심을 보이기로 결심했다. 여러 날을 두고 고민하던 차에 이 대표는 전 가맹점주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썼다고 했다. 이메일의 내용은 어찌 보면 파격적이었다. 새로운 주커피 본사가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상생경영에 나설 테니 가맹점주들 역시 한 배를 탈거라면 책임과 의무를 다해달라는 내용이었던 것. 본사가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다 하면 가맹점주들에게도 당당히 책임을 다해달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진심이 통했는지 기존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태영 F&B와 재계약을 희망했으며, 초기에는 불신을 표하던 점주들 역시 본사를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가맹희망자를 연결시켜주는 등 점차 신뢰감이 높아졌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현재 주커피의 재계약율은 97%에 이른다.

실천하고 행동하는 상생경영 보여주겠다
“아무리 가맹점이 많으면 뭐 합니까. 본사가 개점 수수료만 챙기고 신경을 안 쓴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겠어요. 멀리 보면 가맹점 이익을 극대화 시켜야 본사 이익도 극대화 됩니다. 상생으로 본사와의 신뢰가 쌓여야 가맹점도 열심히 뛰어주고, 그래야 본사 이익도 생기죠.”
이대영 대표가 주커피를 인수하면서 기본으로 삼은 전략은 ‘상생경영’이다. 가맹본부의 첫 번째 고객은 가맹점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 가맹본부인 태영 F&B는 가맹점의 매출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가맹점이 힘들어 할 때 손잡고 함께 앞으로 나가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결국 가맹점으로부터 지지받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기본 경영방침이다.
이대영 대표가 주커피를 인수할 당시 제조업계를 이끌어 온 CEO가 과연 주커피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가맹점의 높은 재계약 성사율과 신메뉴 발표회, 직영점 오픈 등의 성과를 보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타사 대비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메뉴를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해 지난 10월 19일 전국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신메뉴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또한 주커피의 롤모델점 기능을 담당할 명동, 상암 DMC, 논현 등 3개의 직영점을 확보한 것은 주커피의 도약을 위해 내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가맹점으로부터 신뢰를 구축하고 비약을 위한 내부 정비를 끝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 주력·해외 진출도 적극 고려
주커피는 최근 TV 드라마 PPL광고와 라디오 CM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론칭 초기부터 주커피는 편안한 동물원 이미지로 다양한 고객층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의 인지도는 다소 떨어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광고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주커피는 해외 진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인수 당시 전략적으로 진출할 예정인 아시아권 6개국의 상표권 특허 출원을 마쳤고, 내부적으로 많은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의 성패는 현지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 그리고 해당국 합작파트너 선정이 매우 중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화뇌동하여 가볍게 서두르지는 않되, 현재 검토 중인 진출국의 시장조사를 연내에 마무리 짓고,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진출국의 전략적 파트너를 선정해 구체화 할 예정입니다.”

소통과 융합으로 주커피의 깊이 더하겠다
타일 전문업체가 커피전문점을 인수한 독특한 이력이지만, 이대영 대표는 일찌감치 바리스타 교육도 받고 지인들에게 최고 등급 커피라 일컬어지는 COE 커피를 권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다.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을 대상으로 커피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커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커피를 모른다면 어떻게 고객들에게 커피를 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 대표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화두가 ‘소통과 융복합화’입니다. 이것은 비단 사람과 조직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틀에 박혀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수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요. 이젠 커피 중심의 음료를 넘어 ‘주방 없는 레스토랑’ 수준까지 폭과 깊이를 더할 예정입니다.”
이대영 대표의 2013년 계획은 ‘질적 성장을 수반한 양적 확대’다. 경쟁이 치열해진 커피업계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수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 가맹점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 확대로 인해 기존 가맹점에 조금이라도 영업상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으면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오히려 기존 가맹점의 매출 신장과 가맹점주들의 추천을 통해 신규 가맹점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가맹점과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지지를 받는 회사, 그리고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의 대표 커피전문점으로 주커피를 손꼽도록 하는 것이 향후의 태영 F&B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