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테리어

많은 식당경영주들이 매장 인테리어와 주방 인테리어를 구분해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머무는 공간은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맡기더라도 주방설계는 굳이 ‘디자인’의 개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당 경쟁력의 핵심이 ‘맛’이듯 이 맛을 제공하는 주방의 설계는 성공사업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필자가 ‘키친테리어(키친+인테리어)’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키친테리어는 키친과 인테리어의 합성어다. 그동안 다양한 외식공간을 설계해오면서 현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흔히 주방설계를 간과한다는 점이었다.
효율적이고 매출상승에 도움이 되는 주방을 만들자는 취지의 키친테리어를 주창하고 있는 이유도 주방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키친테리어는 브랜드 콘셉트와 매장운영방법, 메뉴의 조리방법을 고려하여 인테리어 전반적인 관점에서 주방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 주방설계,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게 될 수도
외식업소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경영주들이 전문가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할 때 주방설계는 물론이고, 정확한 메뉴계획 조차 확정하지 않고 일단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메뉴계획, 서비스방법, 그릇 선택을 먼저 한 후 인테리어 설계에 들어 가야한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외식업의 인테리어 설계는 주방설계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외식공간의 설계 진행순서를 살펴보자. 당연히 가장 먼저 메뉴의 확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조리기구를 결정해야 하며, 물류와 유통에 대한 장기적인 공급 계획도 동시에 세워야 한다. 이후에도 메뉴를 담을 그릇 결정, 음식이 차려지는 상차림새까지 고려해야 할 것 투성이다.
이 모든 것이 확정되고 나면 주방설계가 진행될 수 있으며, 주방설계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서비스 공간에 대한 인테리어 설계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주방설계 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주방 크기를 둘러싸고 매장 경영자와 주방책임자, 그리고 주방기구 공급업체와 매장 인테리어 설계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각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매장경영자는 주방은 가급적 작게, 홀 면적을 극대화 하고 싶을 것이고 주방담당자는 좀 더 여유 있고 쾌적한 주방공간을 요구할 것이며, 주방기구공급업체는 가급적 최대물량의 주방기구를 납품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 인테리어 설계자까지 참여한다면 주방 자체의 기능보다는 매장 전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방 역시 수단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정리·반영해 효율적으로 주방과 인테리어를 통합 설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5가지 핵심사항을 참고하길 바란다.

❶주방설계 착수 전에 메뉴의 종류와 조리방법, 그릇 선정과 상차림새를 먼저 결정하자.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주방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❷기본적으로 주방설계의 핵심은 주방인력의 감축과 생산성 향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방과 홀의 유기적인 동선계획에 따라 주방과 홀인원이 조정될 수 있다.
❸메뉴에 시즐감을 줄 수 있는 이벤트적인 조리공간을 구상해야 한다. 화덕, 석쇠그릴, 초밥전문점의 조리 카운터 등이 그것이다.
❹매장 전체 인테리어 설계 콘셉트와 통합해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가마솥밥을 제공하는 경우 가마솥을 주방 밖으로 끌어내 인테리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예다.
❺하이테크 기술로 주방과 매장이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터치패드형 주문단말기나 개별주문식 초밥집, 테이블 온수기, 테이블 생맥주공급기나 냉각테이블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 하이테크형을 지향하는 키친테리어로 성공경영
미래의 외식산업은 고임금 인력대란, 안전한 먹거리, 수익성 하락이라는 3대 악재와 싸워야 한다. 필자가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키친테리어’를 제안하는 것은 고정 경비를 줄이면서 고객을 더 유치할 수 있는 하이테크형 외식경영의 효율적인 방식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의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살펴보면 햄버거, 치킨 등의 메뉴가 상당히 시스템화 된 조리 설비 내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식이나 일식, 중식 등의 한국형 로컬 외식업소들은 주방장의 숙련기술이 메뉴 제공 속도와 맛 등을 좌우하는 인력 의존형 운영구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식이나 일식 등도 키친테리어 개념의 하이테크 조리 전문기계를 사용해 생산성도 향상시키고 주방인력 의존도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키친테리어 개념이 적용된 하이테크형 외식아이템들은 다음과 같다.

❶ 가마솥밥
한정식에서 가마솥밥은 단연 인기 아이템이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조리인력도 많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에는 가마솥밥을 1인용 솥과 특수 제작된 가마솥밥 기계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조리해낼 수 있다. 가마솥전용 특수기계는 재료의 배합, 기계의 이용 방법 등 조리 전 과정이 모두 매뉴얼화 되어 있다. 또 타이머가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비숙련자들도 매뉴얼에 따라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❷ 주방 화상 공개 시스템
CCTV를 주방에 설치해 직원들이 조리하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해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청결과 위생 문제의 하이테크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설치된 조리장 화상공개 시스템은 업소 조리장에 회전카메라, 객석에 모니터를 설치해 식당을 찾은 손님도 모두 조리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❸ 셀프바
고기집 매장에 설치되어있는 셀프바도 효율적인 키친테리어 중 하나다. 주방이 아닌 객석홀 중앙에 셀프바를 설치해 고객들이 직접 밑반찬류를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고, 고객 입장에서는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밑반찬을 리필할 수 있어서 심리적인 만족감이 커지게 된다.

❹ 쌈전용 냉장고
신선함이 돋보이는 채소를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문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쌈전용 냉장고는 문을 앞뒤로 오픈할 수 있는데, 주방에서 주방직원들이 갓 다듬은 채소를 냉장고 뒷문으로 넣어주면 홀직원은 앞문에서 채소쌈판을 꺼내 고객들에게 그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고객들에게 보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 쌈바를 통해 먹거리에 대한 신뢰와 함께 신선하고 건강한 웰빙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