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고향은 경상북도 최북단이다. 강원도와 충청도가 맞닿은 이곳의 사투리나 식문화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상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연인지 지금 독일에서 살고있는 지역도 3개의 주(Bundesland라고 칭하는 독일식 행정구역)가 만나는 접점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독일 서남부지역의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에 속해있지만 위로는 팔츠와 헤센주와 이어져 있다. 쿠어팔츠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이 지역은 팔츠주의 도시는 아니지만 하이델베르크와 더불어 쿠어팔츠 지역권에 들어있다. 최근 교통의 발달로 인한 생활권의 확대로 남부 팔츠·남부 헤센·북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이 3개 주의 광역 연대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메트로폴레기온 라인 네카(Metroregion Rhein-Neckar)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팔츠 와인으로도 유명한 독일의 대표적인 강인 라인강과 네카강이 흐르는 이곳에는 특색있는 음식들이 많다. 이번달에는 지역의 접점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식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소시지계의 샴페인 팰처 레버부어스트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부어스트라고 부른다. 조리법에 따라서 분류하면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먹는 방법으로 분류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굽거나 물에 삶아서 먹는 종류, 얇게 잘라서 빵 위에 얹어서 먹는 종류,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이 팰처 레버부어스트처럼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종류다.
레버부어스트는 돼지 간이 들어간 소시지를 말하는데 대부분 지역마다 고유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팰처 레버부어스트가 가장 유명한 이유는 타지역 보다 높은 간의 함유량과 염화나트륨으로 인한 색상에 있다. 일반적으로 10~30% 정도의 간이 들어가는데 팰처 레버부어스트에는 쓴맛이 나지 않는 최대치인 30% 정도가 들어간다.
팰처 레버부어스트는 간의 함유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의 선홍색 부어스트와는 다른 어두운 회색이다. 육가공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홍색의 색감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염화나트륨을 이용하는데, 팰처 레버부어스트는 염화나트륨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일반 소금을 사용해서 특유의 회색을 띠는 것이다. 보통 50% 정도의 돼지고기에 30%의 돼지 간과 양파, 후추,무스카트, 마요란, 정향이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이 지역 사람들은 잡곡이 많이 들어간 독일식 검은 빵 위에 레버부어스트를 잘 펴 바르고 절인 오이나 겨자 혹은 레디쉬를 얹어 함께 먹는다.
얼마전 정육점에 들러서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이 부어스트 역시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타지역에서는 이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맛있게 진열된 회색의 레버부어스트를 사려고 직원에게 “팰처 레버부어스트냐”고 물으니 놀랍게도 돌아온 대답은 “나인(Nein, 아니다)”.
광역 생활권을 구축하긴 했으나 여긴 바뎀 뷔르템베르크 주이기 때문에 바뎀 뷔르템베르크의 레버부어스트라며, 팔츠 지역에서 생산한 완제품 혹은 그 지역의 정육점에서만 팔츠식 레버부어스트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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