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권에 입점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활성화된 상권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겠지만 그런 곳들은 권리금은 물론 임대료도 이미 오를대로 올라 부담스럽고, 신규 상권에 들어가려니 과연 활성화 될 것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2~3년 전부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았던 판교신도시 상권에 대해 알아보고, 그 중에서도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는 판교역과 테크노밸리의 상권 현황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글•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동판교 vs 서판교, 상권 특성 잘 알아야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뉜다. 이 둘은 용적률 및 인구밀도, 사회기반시설, 편의시설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권도 각기 다른 특성이 있다.
동판교는 교육 및 교통여건 등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강남역에서 정자역까지 연결되는 신분당선이 개통했으며, 여주·광주·판교를 잇는 여주·성남선이 들어설 계획이다. 판교역과 도보 5분 거리에 테크노밸리가 조성돼 유동인구가 16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점도 동판교 상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판교테크노밸리가 대규모로 완공되면서 동판교는 점차 상권이 형성되고 있지만 판교역 주변 상가의 입주율은 아직까지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서판교는 북쪽에 청계산, 남쪽으로 남서울 CC, 중앙에 금토산 공원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시설이 불편하고 상업용지 등 편의시설이 동판교보다 부족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판교는 판교도서관 앞에 상가시설이 넓게 분포돼 있으며, 판교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메인 도로 주변에 카페와 식당들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상권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므로 향후 활성화 여부는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판교역과 테크노밸리로 대표되는 동판교
동판교 상권은 크게 판교역 중심상업지구와 알파돔시티, 판교테크노밸리로 나눌 수 있다.
50여 미터 거리에 있는 판교역 중심상업지구와 판교테크노밸리의 상권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판교역 일대가 ‘무늬만 역세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삼성테크원,SK케미칼,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내 상권은 풍부한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미분양 상가가 속속 소진되고 있고, 입점 업체들의 매출도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업무시설 단지인 판교테크노밸리 덕분에 판교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고, 이것이 다른 신도시와 차별되는 핵심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올해 말까지 IT(informationtechnology)·BT(bio technology)·CT(culturecontents)·NT(nano technology) 등에 걸쳐 260여 회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3년 말까지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상주 인원 8만여 명이 근무하고, 판교 역세권의 하루 유동인구는 1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판교역 중심상업지역의 경우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 많고 상가 입주율도 낮다. 신도시의 특성상 상권 형성이 더딘 탓도 있지만 판교역 일대의 경우 분양가가 너무 높아 세입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3.3㎡ 당 분양가가 1억 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강남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 동판교 일대는 침체기에도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유럽형 카페거리로 뜨는 서판교
향후 발전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는 동판교와 달리 서판교는 베드타운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판교신도시의 상업지역과 테크노밸리는 물론 신분당선도 동판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서판교는 광역버스를 활용할 수 있지만 지하철보다는 편리성이 떨어진다. 신분당선 판교역까지는 사실상 도보 이용이 불가능하고 버스로 10~20분이 소요 돼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도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한적하고 1층에만 상가가 있어 자연스레 테라스 등을 갖춘 노천카페가 형성되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신도시 거주자의 구매력 증가로 고급 커피·음식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서판교 상권의 장점 중 하나다.
서판교 카페거리 일대의 임대료는 이미 상권이 탄탄히 형성된 분당신도시 야탑·서현 등의 상권 시세와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주거지역이어서 상권 확대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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