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접하는 칵테일이나 드링크는 맛과 향이 각기 다른 음료와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 최근 이러한 음료에 감성과 문화까지 혼합해내는 연금술사들이 주목 받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믹솔로지스트’라 칭한다. 주류 및 음료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국내 최고의 믹솔로지스트 김봉하 씨를 만나보았다.
글•설현진 기자 hjseol@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직업
믹솔로지스트(mixologist)는 혼합이라는 뜻의 ‘믹스(Mix)’와 학자라는 뜻의 ‘알러지스트(Ologist)’가 결합한 신조어다. 바텐더가 칵테일을 제조하는 기술자라면, 믹솔로지스트는 칵테일에 관련된 모든 것을 꼼꼼하게 설계하는 기획자라 할 수 있다.
“믹솔로지스트는 단순히 술과 음료를 섞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섞고, 분위기를 섞고, 또 문화를 섞는 직업입니다. 바(Bar)라는 공간에 음악, 칵테일, 대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섞어 가장 멋진 경험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죠.”
청담동 라운지 바 「믹솔로지」에서 만난 김봉하 씨는 믹솔로지스트에 대해 위와 같이 정의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술을 섞는다는 의미보다는 문화를 섞어서 일반 가정에서도 칵테일을 하나의 문화로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열린 ‘2013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에서 ‘믹솔로지 클래스’를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최 측에서 전통주를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을 본 그는 실력파 믹솔로지스트로 팀을 꾸려 전통주를 이용한 칵테일을 선보였다. 그는 “관람객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선택하면 그에 어울리는 전통주와 허브, 음료, 과일 등을 믹스한 개성있는 칵테일을 즉석에서 만들어줬다”면서 “아버지 세대에서 즐겼던 전통주 문화가 젊은 세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전문가 손을 거친 2차 생성물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주를 베이스로 인위적인 색소와 시럽을 넣지 않은 건강한 맛에 생과일과 허브 등으로 향과 디스플레이를 살린 개성적인 칵테일은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는 “전통주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젊은 세대도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든 것이 큰 성과였다”며 “무엇보다 정통 전통주가 아닌 것에 거부감을 갖던 전통주 업체에서도 전통주 칵테일의 인기에 자사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해 달라며 슬그머니 제품을 갖다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주 칵테일 하나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구세대와 현세대를 이어줄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해와 편견 딛고 건전한 음료 문화로 대중에게 다가설 터
‘믹솔로지스트 김봉하’로 인지도를 쌓기까지, 그리고 작금에 이르러서도 그는 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셰프가 쌀로 밥을 짓듯 믹솔로지스트는 술을 이용해 칵테일과 드링크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술과 바텐더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늘 꼬리표처럼 뒤따라 다니더군요.”
10여 년 전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꿈을 쫓았던 그는 믹솔로지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몇 년 전 출간한 《믹솔로지》라는 책과 무알콜 믹서 ‘모히토닉’ 음료를 선보이면서 ‘김봉하’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고, 믹솔로지스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이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지 칵테일은 그리 어려운 술이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 커피, 주스 등 각종 음료를 다양한 식재료와 믹스해서 개성 있게 즐기면 됩니다.”
그의 롤 모델은 유명 셰프들이다. 다양한 셰프들의 레시피를 견식하며 재료와 소스의 배합 등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그는 술과 모든 음료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주류 브랜드의 앰버서더로서 활동도 겸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자 책을 쓰고, 강의도 한다. 최근에는 건강음료까지 관심사를 넓혔다.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캠핑음료와 다이어트에 좋은 해독주스, 유아들을 위한 건강음료 등 기능성과 건강을 고려한 다양한 오가닉 음료 레시피를 담은 《더 오가닉 믹스》도 오는 7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음료 트렌드는 신선한 식재와의 믹스를 통해 신선함과 건강함을 살리고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개성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건강음료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건전한 칵테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건강함과 신선함을 살린 카페와 바를 접목한 프랜차이즈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