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러피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축구계가 달아올랐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체제인 분데스리가에서 도르트문트는 진정한 의미의 전통 라이벌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의 성공과도 닮아있으며, 독일을 대표하는 국민음료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맥주시장에서 만큼은 진정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은 분데스리가의 가장 큰 장점은 독일 내 인프라 확충을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의 강화였다. 독일인들은 유명한 톱스타들이 뛰는 화려한 이미지의 스페인이나 잉글랜드의 프로 축구보다는 자신의 삶의 터전에 가까이 있는 2부, 혹은 3부 리그의 경기에 더 관심이 많다. 또 자국 리그의 세계화와 스타마케팅을 통해 축구의 상업화에 힘쓰는 타 리그 운영 방식과는 달리 자국민들이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축구 경기의 단짝이자 국민음료인 맥주시장도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1516년 빌헬름 4세가 공포한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이 그 시작이었다. 맥주 순수령은 맥주가 독일에서 대중화되면서 많은 양조업자들이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맥주에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공포한 법령으로 현 독일 맥주시장의 토대가 됐다. 독일에서 맥주로 가장 유명한 두 도시의 축구보다 흥미로운 맥주전쟁을 살펴
볼까 한다.

도르트문트를 상징하는 세 단어 석탄, 철, 맥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팀은 아니지만 독일 혹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평균 관중 수를 자랑하는 열정적인 팬을 가진 구단이다. 이 축구팀과 비슷한 도르트문트의 맥주는 뮌헨의 맥주축제나 몇몇 유명 맥주 메이커처럼 유명하진 않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도시다.
도르트문트에 속한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ordrhein-Westfalen)는 독일의 부흥을 이끌었던 루르 공업지역이다. 석탄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고 철의 생산량도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며 당시 북독일의 호프 생산지로 날렸던 명성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맥주는 여전히 그들의 곁에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있다. 사실 도르트문트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상징적인 것이었다. 레비어 혹은 루르 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이 지역 전체를 통해 과거 산업화 시절 독일 모습과 그로 인해 파생된 삶의 양식을 알아볼 수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지지층은 과거부터 지역의 노동자들이 중심이었다. 그들이 바로 현재 도르트문트 맥주 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남부 바이에른에서 양조기술을 배워와 그들식으로 발전시킨 맥주 문화는 한국인이 알고 있는 독일의 맥주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아마 아일랜드나 잉글랜드의 문화와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과거 이 지역 광고에 많이 등장하던 모습을 하나 살펴보자. ‘건장한 남성이 안전모를 쓰고 런닝셔츠만 입은 채 땀을 흘리며 탄광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선 검은 손을 씻지도 않고 같이 나온 동료들과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갑작스러운 산업화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던 그들에게 휴식이 되어준 것이 바로 맥주와 축구였다. 간혹 맥주와 소시지를 함께 먹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어두컴컴한 맥주집에서 왁자지껄 떠들거나 축구 중계를 보며 하루의 피로를 날렸다.

시대의 흐름에 밀린 엑스포르트 맥주 그리고 필스
도르트문트를 대표하는 맥주는 엑스포르트 맥주이다. 1843년 하인리히 벤커(Heinrich Wenker)가 뮌헨과 빈에서 맥주 기술을 배우던 중 그곳에서 하면발효법을 배우고 그것을 도르트문트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양조한 것이 엑스포르트 맥주의 시초다. 이후 산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으로 유럽 내 최대 맥주 생산도시로 발돋움한다. 그 전까지 뒤셀도르프의 알트비어와 비슷한 맥주를 마시던 도르트문트 시민들에게 엑스포르트는 새로운 맛이었고, 상면발효의 알트비어보다 좀 더 길게 보존할 수 있었던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전형적인 도르트문트 엑스포르트 맥주는 진한 황금색이며, 강한 맥아의 맛과 맥아로 인한 옅은 단맛이 특징이다. 필스보다 알코올 함량은 약간 높으나 쓴 맛은 덜하다.
공장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엑스포르트는 1970년대 새로운 강자 필스의 도전에 직면한다. 냉장기술을 비롯해 맥주 양조를 위한 다양한 기계와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엑스포르트처럼 보존 기간이 긴 라거 맥주들이 속속 등장했다. 점차 시장을 잃어가던 엑스포르트에 큰 타격을 준 것은 필스의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독일이 2차 대전의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여가 생활의 수요가 늘어가던 시기에, 필스가 ‘아름다운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때 함께 하는 맥주’, ‘휴일이나 휴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란 이미지를 잡아가면서 ‘힘든 일상 후 한 잔’이라는 다소 식상한 이미지를 가진 엑스포르트는 지역 맹주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하지만 여
전히 도르트문트의 양조장 절반에 가까운 수가 양조장 이름에 엑스포르트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지역 전통 맥주의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6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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