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남쪽에 위치한 시드니는 연중 따뜻한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언제나 휴가 중인 듯 느슨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러한 시드니에서 보석과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심장부에 위치한 록스다. 초창기 이주민들이 남긴 역사적인 건물들은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요리와 사람들의 즐거운 이야기, 노래 소리가 어우러져 늘 록스를 새롭게 만든다.

시드니의 멋과 맛이 있는 록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사이에 자리한 록스(The Rocks) 지역. 시드니를 잘 아는 사람들은 록스야 말로 시드니의 속살이라고 말한다. 록스는 200여 년 전 영국에서 호주로 유배된 죄수들과 그들의 감시관으로 구성된 호주 최초의 정착민들이 바위투성이인 사암 절벽 위에 마을을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당연히 호주 현대사가 시작된 곳이고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도 건물 곳곳에 묻어 있다. 죄수들과 군인들은 기근과 고통의 공감대 속에 이 도시에 터전을 만들었고, 시드니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시켰다. 신대륙에 건설된 아름다운 고전 예술의 장 록스는 그러한 역사의 중심에 서서 모진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견뎌냈다. 그도 그럴 것이 1960~70년대, 시드니 중심가의 대대적인 현대화 과정의 일환으로 항구 주변의 허름한 지역들을 재정비하기 위한 공사 프로젝트들이 줄을 이었는데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록스의 역사적 유물들을 처리하기 위한 커다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건설 노동자 조합의 지도자와 지역 주민들은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자 투쟁했고 개발업자들과의 폭행, 납치 사건도 빈번했다. 그들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지켜낸 록스는 초창기 이주민들이 남긴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과 노천 카페, 그리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레스토랑과 펍이 한데 어우러진 특색 있는 관광지로 남게 되었다.
자갈로 만들어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특한 지역 특산물,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갤러리, 미술관이 자리해 운치를 더해주는데 특별한 계획 없이 록스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주말마다 열리는 록스 마켓을 보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록스 마켓은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시장으로 100미터쯤 늘어선 천막 사이로 갖가지 물건들이 진열된 판매대가 이어진다. 시드니 항구에 호화 유람선이 정박한 날이면 관광객들은 평소보다 배로 모여든다. 원주민들의 전통 문양을 넣은 전통 악기와 부메랑, 유칼립투스 오일, 진주로 만든 팔찌, 각종 수공예품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콤한 핸드메이드 초콜릿과 옥수수로 만든 콘토피아는 꼭 먹어봐야 할 필수 아이템. 천막 옆으로 길게 늘어선 카페에는 벼룩시장을 구성하느라 발품을 판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긴다.

맥주 애호가를 위한 록스의 펍
록스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펍이다.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있는 시간에 방문한다면 더욱 금상첨화. 요즘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록스 펍 투어’라는 한국의 여행 상품이 인기가 있어 맥주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버 브리지 아래의 골목 구석구석을 따라 가다보면 역사만 수십 년이 된 20여 곳의 펍이 줄지어 있다. 이중에서 인기가 높은 펍 몇 군데를 소개하자면, 우선 록스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오스트레일리안 헤리티지 호텔(The Australian Heritage Hotel) 펍」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매년 열리는 호주 마이크로 양조 산업의 맥주 축제 호스트로 유명하다. 또한 에뮤 바비큐 피자, 유기농 후추의 알싸한 향의 캥거루 피자, 염수에서 서식하는 악어 고기로 만든 피자 등 독특한 피자 메뉴로도 잘 일려진 집이다.
주소_ 100 Cumberland St, The Rocks 문의_ 61-2-9247-2229
「히어로 오브 워털루(Hero of Waterloo)」는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선술집으로 올드 스타일의 펍이다. 홀 중앙에 뒤집혀진 오크통이 여러 개 놓여있는데 서서 간단히 맥주를 마실 때 테이블로 쓴다. 구수한 컨트리 송을 들으며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샬러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금세 풀린다.
주소_ 81 Lower Fort St, Millers Point 2000 문의_61-2-9252-4553

현대적인 스타일의 록스 레스토랑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록스의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세련된 스타일의 레스토랑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요즘 떠오르는 록스의 새로운 핫 스팟인 「아가일 바자 레스토랑(Argyle Bazar Restaurant)」은 현대적인 풍미를 곁들인 전통 스페인 타파스 요리가 일품이다. 유명 타파스 요리사 미구엘이 선보이는 바비큐 타파스 세트, 베지테리언을 위한 타파스 메뉴 등 알찬 구성의 타파스 플레이트 한 접시를 두고 친구들과 나눠먹는 재미도 있다. 한 세트당 20달러 정도로 착한 가격에 제공되며, 다양한 와인과 칵테일 메뉴도 구비하고 있다. 특히 목요일에 오는 손님에게는 밤 8시까지 모든 칵테일을 단돈 8달러에 판매한다. 주소_ 12 Argyle Street The Rocks 문의_ 61-2-9247-5500
「아티튜드 레스토랑(Altitude Restaurant)」은 높은 고도를 뜻하는 이름처럼 록스의 샹그릴라 호텔 36층에 위치한 초고층의 모던 스타일 레스토랑이다. 오페라 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뷰를 보면서 유럽식 조리법이 가미된 현대식 호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캐비어를 얹은 와규 요리나 페르산 페타 치즈와 블랙베리, 아몬드를 얹은 양고기 요리 등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200여 개의 와인 리스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티크 호주 와인과 뉴질랜드 와인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대 역시 20~40달러 대로 합리적인 편이다.
주소_ Level 36 Shangri-La Hotel 176 Cumberland Street The Rocks 문의_ 61-2-9250-6123
록스 중심부에 자리한 「테판야키 전문점(The Rocks Teppanyaki)」. 1880년대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 안에 위치해 있다. 이곳 셰프가 직접 개발한 칠리 소스를 곁들인 매운 와규 타타키 요리와 폰즈 드레싱을 넣은 신선한 굴 요리 그리고 와인, 마늘, 해초 향의 버터에 구운 발메인 게 요리가 일품이다. 식사 전에 칵테일 바와 라운지에서 식전 음료를 즐겨도 좋다. 주소 _ 176 Cumberland Street The Rocks 문의_ 61-2-9251-5430

김민경
7년간의 잡지사 에디터 생활을 뒤로 하고 시드니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하고 있다. 시드니의 유명한 페이스트리 숍에서 일하면서 세계 각국의 제과제빵 문화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