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한 우물을 파기란 쉽지 않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메뉴가 쏟아져 나오는 외식업계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만들면서도 새로운 메뉴 흐름에 적응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 30년 셰프 인생 중 절반을 ‘라멘’에 투자해 온 일본의 라멘전문가 사키타 카즈노부(崎田和伸)셰프가 반가운 이유다.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라멘전문가로 명성을 쌓아 온 사키타 셰프가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글•박수진 기자 psj@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사키타 셰프는 지난 5월 문을 연 일본 라멘전문점 「다카라」와 함께 국내 시장에 첫인사를 했다. 일본어로 ‘보석’이란 뜻을 담고 있는 다카라는 ‘쯔께멘’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라멘을 선보이는 곳으로 사키타 셰프는 이곳의 모든 메뉴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2011년 지인의 소개로 다카라의 정수연 대표를 처음 만났다는 사키타 셰프는 그후 2년 간 다카라 메뉴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시장으로의 첫 도전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큰 부담이었을 터. 그는 ‘일본의 정통 라멘 맛을 지키되,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추는 것’에 주력하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라멘 전문점을 선보였기에 외국인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것이 메뉴 개발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일본의 라멘이 짜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에 일본의 정통 라멘을 그대로 선보이되, 짠 맛은 줄이고 담백한 맛은 살리는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멘을 위해 그가 떠올린 것은 교토음식이었다. 이미 한국시장에 잘 알려진 규슈지방의 돈코츠라멘, 도후쿠 지역의 쇼유라멘과 달리 곤부와 가츠오부시를 넣은 교토음식은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 일반적으로 돼지 육수를 쓰는 일본 라멘과 달리 사키타 셰프는 닭, 돼지, 채소 등을 함께 우린 육수에 곤부, 가츠오부시를 접목해 새로운 다카라식 라멘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사키타 셰프의 목표는 다카라를 통해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일본 라멘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일이다. 이미 국내에도 다양한 일본 라멘 브랜드가 진출해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 사키타 셰프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일본 라멘의 맛을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국내에는 낯선 쯔께멘이나 토마토 라멘 등을 선보이는 것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쯔께멘이나 토마토 라멘 등이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쯔께멘은 육수에 면을 찍어 먹는 새로운 스타일의 라멘으로 이미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이며, 토마토 라멘 역시 최근 2~3년 사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일본 라멘에 상큼한 토마토와 식초를 접목해 여성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습니다.”

다카라에서 맛볼 수 있는 라멘은 쯔께멘 3종, 일반 라멘 3종이 전부다. 너무 많은 메뉴를 조리하다보면 그 맛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사키타 셰프의 판단이다. 이때문에 다카라는 고객들에게 꼭 선보이고 싶은 메뉴만 선별해 일본 라멘의 대중화를 이끌 계획이다.

“패션이나 음악에 유행이 있듯이 아시아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될 날도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일본 라멘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5개월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를 그날을 위해 라멘 메뉴 개발에 힘을 쏟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카라가 그날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