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에 1호점을 낸 폴 바셋 커피는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1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폴바셋 커피는 지난 2003년 역대 최연소인 25세의 나이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한 폴 바셋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지난달 매일유업에서 분사해 엠즈씨드(주)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 매일유업 외식사업부 폴 바셋팀을 이끌던 석재원 팀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매일유업이 여러 외식 브랜드들을 론칭하며 사업을 전개해 온 이래, 한 브랜드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업계 내외의 관심이 지대했던 것도 사실.

커피전문점 폴 바셋 성장의 두 주역 석재원 대표이사와 바리스타 폴 바셋이 국내 론칭 4 만에 처음으로 서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5세의 나이에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가 된 커피 천재 폴바셋과 입사 13년 만에 대표이사로 파격 승진한 경영 수재 석재원 대표. 외모와 나이, 국적 등 닮은 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커피’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뜻을 같이 한 지 벌써 4년이다. 폴 바셋은 론칭 이후 바리스타 교육과 매장 관리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새로운 법인 설립 이후 첫 방문이라는 데 의의가 있었으며, 석재원 대표 역시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른 이후 폴 바셋과의 첫 만남이었기에 이번 만남은 특별했다.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굵직한 사업을 수행하며 누구보다 진한 우정이 싹 텄다는 두 사람, 그들이 생각하는 서로는 어떤 모습일까?

두 사람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일까. 국내에서보다 먼저 폴바셋 커피를 론칭한 일본은 2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19개까지 매장을 확대했으며,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가 선사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두 사람을 떼어 생각할 수 없고, 두 사람이 서로를 페르소나라 부르는 이유다. 폴 바셋이라는세계 최고의 바리스타에게 석재원 대표가 없었다면, 워커홀릭 석재원 대표가 폴 바셋을 만나지 못했다면 폴 바셋이란 브랜드가 국내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를 일이다.

폴 바셋 커피는 원두의 좋은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2~3배 많은 원두를 사용한다. 이는 커피 본연의 맛을 지키고,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폴 바셋이 지키고자 하는 커피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커피는 요리, 바리스타는 마스터 셰프에 비교할 수 있죠. 전문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폴 바셋 커피의 가장 큰 장점이고, 처음부터 이 점을 부각시켰기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석재원 대표는 와인 시장의 성장을 보면서 커피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었다며, 맛의 차별화를 통해 커피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석 대표는 전문 바리스타가 만든 퀄리티 높은 커피를 인기 비결로 꼽는다. 체계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디저트 스타일의 커피’를 추구하는 폴 바셋의 레시피를 지켰다. 풍미 좋은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리스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그와 폴 바셋의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데에는 원두가 80%, 로스팅과 블랜딩이 10%, 추출이 10%를 차지한다고 하죠. 하지만 추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90%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요.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석 대표는 ‘바리스타=요리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리스타 자리는 원두에 대한 이해, 로스팅, 블랜딩, 커피 추출에서부터 고객에 대한 응대, 서비스 정신도 함께 갖춰야 하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 맛, 신 맛, 쓴 맛 등 커피의 다양한 맛이 밸런스를 이룬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가지 맛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맛이 조화를 이룬 커피를 디저트처럼 즐기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커피입니다. 디저트처럼 즐길수 있는 달콤한 커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유니크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맛과 질감이 풍부하다는 의견을 들을 때면 더없이 행복하죠. 한식을 맛보는 일도 한국 방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과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다양한 한식을 맛보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좋아합니다. 바비큐나 샤브샤브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채소와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즐겨 먹습니다.

워커홀릭이라 할 정도로 일을 할 때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그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일을 할 때에는 날카롭지만 평소에는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지닌 한국사람 고유의 느낌도 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페셜티 커피를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작업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폴 바셋 커피의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커피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냥 좋지요. 처음에는 실감이 잘 안났는데, 김정완 회장님께서 “이것저것 물어보지 마, 다 알아서 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제대로 실감이 나더라고요. 믿음이 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까지는 하나하나 부분을 봤다면, 이제부터는 전체의 큰 그림을 봐야 하는 만큼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담은 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는 점에 흥분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이제까지 해왔듯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야지요.

음식을 먹어 보고 거기에 들어간 재료를 모두 맞추는 장금이 같다고 할까요? 맛을 구별하는 것에는 놀라울 만큼 큰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지금 그의 명성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고의 커피에 대한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폴 바셋 커피가 단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커피의 풍미가 좋다는 것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풍미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에는 바리스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전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전문 바리스타로 고용한 것도 주효했지요. 지금도 폴 바셋 커피 전 매장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없습니다.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그건 폴바셋 커피를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직 직원이 바리스타로 구성되어 있고, 매장별로 인테리어를 모두 다르게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 달에 한 개 정도의 매장 오픈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거든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셈이지요. 한국에 올바른 커피 문화를 알리는 ‘커피 대사’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