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은 말 그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특정산업분야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일에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자격증을 획득한다. 동원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김성옥 교수는 이 자격증이 곧 ‘커리어’가 된 사람이다. 2003년부터 자격증을 획득하기 시작해 어느새 50개가 훌쩍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자격증은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준 뜻밖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글•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포토그래퍼 서동철

“자격증이 많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것은 잘못된 소문이에요. ‘이렇게 많은데 기네스북에 한번 나가보라’는 농담 섞인 말들이 와전된 것 같아요. 전 세계에 저보다 많은 사람도 분명히 있겠죠.”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김성옥 교수는 현재 50여 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50개가 넘은 이후부터는 정확한 개수를 헤아려보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다. ‘기네스북 등재’는 잘못된 소문이지만, 그의 멋쩍은 손사래가 겸손하게 느껴질만큼 국내 유일의 이력임은 분명하다. 수많은 자격증 중 조리관련 자격증은 20개 정도로 기능·기술사부터 학문적인 분야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김 교수가 처음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약 10년 전 쯤이다. 식품영양사로 일하던 그는 결혼 이후 취업에 제약이 생기면서부터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보자는 생각으로 자격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중·일·양식 등 다양한 조리관련 자격증은 물론, 범위를 넓혀 물류나 유통과 관련된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육류를 발골하는 전문가 자격증인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은 국내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기혼자,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외식산업이라는 치열한 현장에서 핸디캡 일 수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남성, 혹은 미혼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이것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고, 그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자격증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격증은 그저 하나의 수단이라는 겁니다.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얻게 되는 지식과 성취감, 이후의 경쟁력은 어찌보면 부수적인 이득인거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는 특별한 강의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진정한 외식인은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음식은 음악, 패션, 미술 등 다방면의 문화와 연계했을 때 더욱 가치가 높아집니다. 저는 분야를 막론하고 올해 트렌드, 올해의 컬러 등을 꼭 알아두는 편인데, 이같은 트렌드 코드를 음식에 활용하면 좋기 때문이에요. 트렌드 컬러에 맞춰 드레싱 소스 등을 개발하는 거죠. 패션쇼부터 각종 연구원의 자료까지 다양하게 분석하고 학생들에게 강의합니다.”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그의 조리 철학은 한식세계화에 대한 신념에서도 드러난다. 김 교수는 “우리 한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조리적인 특징은 과거 우리나라의 제반환경을 반영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한국의 기후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이것이 지역 특산물 등 식재료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나라를 대표하는 ‘한식’이라는 음식 역시 이러한 환경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교육은 ‘경험’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김 교수는 그래서 PPT 일색의 강의 보다는 기계적으로 배울 수 없는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를 전해주고, 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자로서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열정과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제가 경험한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음식이 세대를 이어오는 것처럼 제 조그마한 역량이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