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금지되는 행위이고, 또 어떤 제재를 받게 되는지, 만약 우리 사업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초반 사회면 뉴스의 한 꼭지가 보도되자 ‘동료 여성 직원을 쳐다만 봐도 3000만 원을 물어줘야 한다니, 이런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냐’며 일부 남성들이 분개했던 적이 있었다. 서울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여성 조교가 신체접촉 등의 성적 언동을 수시로 하던 교수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법원이 3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1) 하라고 판결한 사건을 둘러싼 반응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소송이라는 점과 이 소송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사건이 인구에 회자되던 당시만 하더라도 남성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며 직장에 차라리 여성이 없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남성이 많았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최근 기업 내에서의 성희롱에 대한 엄격한 태도와 근로자들의 성희롱 금지에 대한 인식수준의 변화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1)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진행돼 최종적으로 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로 마무리 됐다.

이제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금지되는 행위이고, 어떤 제재를 받게 되는지, 만약에 우리 사업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이하 남녀고평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필자에게 자주 요청이 들어오는 성희롱 상담은 어떤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성희롱이 있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를 하는 것이 좋은지와 같은 질문들이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신체접촉의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행위자로 지목된 근로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할 경우에 성희롱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 다른 예로 남성 상사가 여성 직원들에게 진한 농담을 두어 번 했다고 해고까지 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고 정도의 징계로 마무리 해도 되는 것인지 판단도 쉽지 않다. 이 경우는 다른 징계나 해고의 정당성 판단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정황, 행위자의 고의성, 다른 성희롱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의 성희롱 고충을 무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지만(사업주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행위자에 대한 너무 과도한 제재조치도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고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은 육체적 성희롱 행위, 언어적 성희롱 행위, 시각적 성희롱 행위로 구분한다. 육체적 성희롱 행위는 신체접촉을 통해 상대편에게 성적 굴욕감을 주는 것으로 엉덩이를 친다거나 어깨를 쓰다듬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언어적 성희롱 행위는 말로서 굴욕감을 주는 행위로 과도한 성적 농담이 대표적이며, 시각적 성희롱 행위의 대표적인 행위는 상대편의 특정 신체부위를 계속해서 본다거나 직장 내에서 음란물을 보는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직장 동료에게 다소 진한 농담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이런 일로 성희롱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모든 성희롱이 범죄행위는 아니다. 성희롱 행위 중에서도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행위는 형사상 범죄행위가 되지만 가벼운 성적 농담까지 범죄행위로 볼 수는 없다. 성희롱은 직장 내 예절을 벗어난 행위부터 범죄행위까지 모두 포함되는 포괄적인 개념인 것이다. 직장예절을 벗어난 행위를 해서도 안 되겠지만 직장동료가 다소 예절을 벗어난 성적 언행을 했다고 해서 마치 범죄자처럼 매도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갑을 문화’의 나쁜 일면 중 하나가 고객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지위에 있는 여성근로자에게 성적인 언행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 외식업에서는 주류를 판매하다 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선 법률적으로 검토해보면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가 고객의 성희롱에 대한 고충을 제기하면 다른 부서 배치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고객에 대해서는 강제로 조치할 수 없다보니 성추행과 같은 범죄행위가 아닌 한 제재를 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한 항공사에서의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는 기업 임원이 탑승 때마다 여승무원들에게 예의 없는 행동과 성적농담을 일삼아 여승무원들의 고충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에 항공사는 그 고객의 회사로 공문을 보냈다. ‘귀하의 행동으로 우리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그런 행동을 삼가주시길 바란다. 재차 발생할 경우에는 우리 항공사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승무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더없이 높아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항공사가 아닌 외식업에서 이렇게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고객의 성희롱이 있을 때 지배인이나 매니저와 같은 상급자가 고객을 상대로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피해 직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주변 다른 고객들의 신뢰와 사업장의 품격까지 높일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핵심은 동료나 직원이 기분 나빠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직장 동료가 싫어하는 행동이 성적인 언행과 관련이 있다면 바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편이 언짢아하는 줄 모르고 한 언행이었다면 바로 사과하면 된다.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발을 밟았을 때처럼 “아, 미안해요. 기분 나빠하는지 몰랐어요. 앞으로는 조심하지요” 이 말 한마디면 노무사의 심각한 법률 조언까지는 필요없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