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설치된 고용센터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들의 실직사유는 다양하겠지만 권고사직을 사유로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 규모를 막론하고 권고사직이라는 형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권고사직자가 많음에도 노동법에서는 따로 규정된 내용이 없고 그 개념도 명확치 않다. 이번호에서는 권고사직과 관련해 자주 문의하는 사례를 통해 권고사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사례 1
권고사직과 해고예고수당
거의 매일 지각에 근무태도 역시 매우 불성실한 조리팀 맘대로 실장. 얼마전에는 오랜만의 회식자리에서 매니저와 시비가 붙어 회식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대표는 ‘맘대로 실장은 우리 사업장과는 잘 맞지 않은 것 같으니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며 사직을 권유했고, 맘대로 실장은 ‘사직서 쓰고 나갈 테니 해고수당을 달라’고 한다. 회사는 맘대로 실장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줘야할 법적인 의무가 있나?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사유로는 자진사직, 해고, 정년도래, 계약기간만료, 당사자 소멸(사망이나 파산)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해고는 근로자가 퇴직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할 경우 근로자의 생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어 근로기준법은 해고하기 전에 30일간의 예고기간을 주거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사례와 같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사직을 권유하고 본인이 동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는 권고사직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상 해고 관련 규정이 적용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법원은 근로자가 회사의 기망, 협박, 강요 없이 회사의 권유에 따라 근로자 자의로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해고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 사례에서 회사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다만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유하면서 일정액의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의 금전보상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예고수당이 아니고 사업주가 임의로 지급여부 및 액수를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퇴직위로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 2
권고사직과 실업급여
오랫동안 성실하게 홀업무를 담당하던 학구파 주임은 고졸 학력을 항상 맘에 걸려하다 더 늦기 전에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 대입준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 학원비 부담 등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매니저에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퇴사 사유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고 한다. 학구파 주임의 퇴사 사유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더라도 문제는 없을까?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실직하게 된 경우에 지급하는 것으로, 자발적 실직이나 자신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근로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퇴사 사유가 정년, 계약기간만료, 회사사정에 의한 이직(권고사직)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퇴직 근로자의 주소지 관할 고용센터에서 구직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1). 사례2의 학구파 주임은 개인의 학업을 위해 퇴직하는 경우로 자발적인 이직에 해당하므로 구직급여의 수급자격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직원의 생활보장차원이나 퇴직근로자의 부탁으로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고용센터에서 구직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수령한 구직급여는 고용보험법을 위반한 부정수급에 해당하므로 사업주와 근로자는 이미 수령한 구직급여를 반환해야함은 물론 추가 징수액을 납부할 연대책임을 지게 되며, 사업주는 이직사유 허위신고에 대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가될 수 있다. 최근 구직급여 부정수급과 관련해서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이 엄격해지는 추세이니 더욱 조심해야 할 일이다.
● 권고사직 유의점
보통 권고사직은 해고에 이를 정도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더 이상 같이 근무하는 것이 서로 부담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근로관계 종료의 방법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사직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강압이 있다면 이후 퇴직근로자와 해고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는 이런 점에 유의해 무리한 사직 권유를 삼가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회사의 권유에 따라 근로자도 사직을 수용하면서 사직서를 쓰는데 퇴직사유를 뭐라고 써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솔직하게 작성하면 된다, ‘권고사직’이라고.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권고사직이라고 썼다고 해서 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