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메뉴 크로스오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식업계 불황이 길어질수록 기존의 메뉴만으로는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전혀 다른 메뉴로 매출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커피전문점업계다. 커피전문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바(bar)에서나 맛볼 수 있던 칵테일 같은 음료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파스쿠찌」는 자바칩 모히또 그라니따와 레몬모히또 그라니따 등 쿠바 칵테일 종류인 모히또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으며, 「카페베네」 역시 파인애플과 코코넛밀크가 조화를 이룬 피나콜라다, 딸기와 바나나의 맛을 그대로 전하는 골든메달리스트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카페베네는 이달 1일부터 겨울 신메뉴로 순수단팥죽, 찰도넛동동단팥죽, 고구마동동단팥죽 등을 판매한다. 올해 초 겨울 한정 메뉴로 ‘베네 단팥죽’을 처음 출시한 후 고객 반응이 좋자 이번엔 제품 종류를 늘렸다. 또 단팥죽 홍보 모델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발탁해 대대적인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회전초밥전문점 「스시로」도 최근 회가 아닌 육류 메뉴를 대거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국산 제철 식재료로 만든 양양 자연산 송이 우삼겹 초밥과 명이나물 우삼겹, 불고기롤 등 생선회가 아닌 육류 메뉴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는 불황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방사능 누출 영향으로 생선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피자전문점 「피자헛」은 최근 꽃게 육수를 곁들인 홍합탕 요리 ‘꼬제’를 샐러드 메뉴로 추가하고, 생과일 전문점 「캔모아」가 떡볶이를 선보이는 등 메뉴의 경계를 없앤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짬뽕전문점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팔기도 하는 등 메뉴의 크로스오버 현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이러한 메뉴 크로스오버는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한정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 자칫 매장의 사이클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반면 싫증도 쉽게 느끼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신메뉴를 출시하고 맛의 퀄리티를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계의 경쟁이 날로 심해짐에 따라 기존 매장과의 차별화를 이루고 싶어 하는 업체의 시도와 새로운 먹을거리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는 고객의 니즈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하지만 맛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조합을 시도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맛의 퀄리티가 보장된 상태에서 업소의 아이덴티티를 살릴 수 있는 메뉴 구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