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를 구성하는 데는 기후를 포함한 지리, 종교, 사회적인 분위기, 민족적인 특징 등 수많은 고유의 문화가 기본이 된다. 음식문화를 그 나라 문화의 복합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륙과 인종을 떠나서 수많은 전쟁과 나라 간 무역 등으로 인해 과거부터 크고 작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인류 보편적인 조리 문화도 존재한다.

어떤 나라, 혹은 어느 지역이 시초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조리법에 영감을 받아 각각의 지리, 문화권 등의 특징을 잘 살려서 적합한 재료들로 변형을 하거나 새로운 조리법을 더해서 발전시킨 음식들도 아주 많다. 예를 들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랑하는 장류나 생선액젓, 다양한 나라의 면요리,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돌돌 말아 먹는 문화 등은 비단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문화권이나 가지고 있다. 독일음식에도 한국음식 및 아시아음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재료나 조리법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독일식 양배추 김치라 불리는 ‘자우어크라우트’, 독일식 족발인 ‘학세’나 ‘아이스바인’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식과 비슷한 조리법을 가진 몇 가지 독일음식을 소개한다.

산간지역이라 경작지가 많이 없는 강원도는 감자, 메밀 그리고 옥수수가 바로 대표작물이다. 올챙이묵은 옥수수 전분을 구멍이 뚫린 바가지에 넣고 끓는 물에 바로 익혀서 먹는 음식으로, 이 음식과 비슷한 조리법의 음식을 독일에서 산과 숲으로 유명한 슈바벤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밀가루와 달걀, 소금, 미지근한 물이 반죽의 기본인데 지역에 따라 우유를 첨가하기도 하고 다양한 곡류를 첨가해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면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슈바벤 지역이 자랑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도마에 만든 반죽을 올리고 칼이나 넓적한 주걱 또는 나무젓가락 형태의 얇고 긴 도구를 이용해서 끓는 물에 하나하나 깎아내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도삭면과도 비슷한 조리법이다.

두 번째는 올챙이 국수와 닮은 체나 특수한 용기에 좀 더 묽게한 반죽을 넣어 끓는 물에 익히는 방법이다. 최근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슈페츨레용 압착기를 구매해서 쉽게 만들거나 완성된 슈페츨레를 구입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

제조 방법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달라진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면은 일반적으로 슈페츨레라 불렀고, 두 번째 방법으로 제조한 것은 단추를 닮았다고 해서 독일어 단추를 뜻하는 크토프에서 유래된 ‘크퇴플레’라고 불렸다. 현재는 이러한 형태의 모든 면들을 간단하게 슈페츨레라고 부르고 있다.

슈페츨레는 치즈와 함께 팬에 구워서 단품 요리로도 판매되지만 보통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식탁에 자주 등장하고 대학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삶은 감자, 그리고 독일식 감자경단인 크뇌델과 함께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메뉴다. 다양한 주요리와 소스별 조합이 가능해서 독일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요리의 재미있는 점은 독일인을 대변하는 검소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슈바벤 지역은 독일에서 유명한 구두쇠 지역이다. 절약을 위해 만들었던 음식이 널리 퍼졌고 후에 가난했던 슈바벤과 바이에른에 걸쳐 있는 알고이 지역에서 서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릴 적 명절이나 잔칫날 종종 먹었던 족편 혹은 돼지머리편육과 비슷한 음식이 독일에도 있다. 쥘체라 불리는 이 음식은 독일에서는 소시지류로 분류된다. 붉은 고기류, 가금류 혹은 채소로도 쥘체를 만드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는 돼지머리나 각 동물들의 족(足)이다. 원하는 고기를 육수용 채소와 함께 끓이고 건진 후 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둔다. 체에 거른 육수에 화이트 와인이나 식초 혹은 피클을 넣고 필요에 따라서 젤라틴을 첨가한 후 굳혀서 먹는다. 아주 얇게 자른 쥘체를 빵 위에 일반 소시지처럼 얹어서 먹거나 두툼하게 잘라서 레물라드 소스나 비네거 드레싱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감자튀김이나 독일식 구운 감자와 아주 잘 어울린다.

만두 형태의 라비올리 마울타쉔은 음식의 이름과 유래가 참 재미있다.

마울브론이란 수도원에서 사순절 기간에 신의 눈에 띄지 않도록 고기를 반죽 안에 넣어서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 음식으로 지역 이름과 가방, 자루를 뜻하는 독일어 타쉐를 합쳐 ‘마울타쉔’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마울브론 지역에는 이탈리아에서 많은 추종자를 가지고 있던 개혁적인 신교의 교리와 과거의 가난과 수행을 중시하던 모습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유입됐다고 한다. 마울타쉔의 주재료에 쓰이는 시금치도 독일이 이탈리아를 통해서 받아들인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소시지의 내용물인 갈아놓은 고기나 양파, 시금치, 햄, 치즈 등 다양한 내용물을 넣어서 만들 수 있다. 한국의 만둣국처럼 고기 육수에 함께 넣어서 먹기도 하고 한번 익힌 뒤 위에 버터와 양파를 갈색이 나도록 볶은 후 얹어서 감자 샐러드와 먹기도 한다. 또 군만두처럼 팬에 한번 지져서 양파와 달걀과 함께 먹기도 한다.

독일 남서부 지역과 프랑스 앨자스 지역 음식으로 유명한 플람쿠헨은 여전히 독일의 유명한 음식 리스트에 항상 꼽힌다. 사실 앨자스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영향으로 프랑스의 땅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더 오랜기간 독일의 땅이었다. 이름만 그럴싸한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러 영주들의 세력권에 놓여있던 이 지역은 당시 제국 안에서 가장 강한 힘을 자랑했던 합스부르크가에 넘어간다. 프랑스가 이 지역을 통치한 것은 합스부르크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루이 14세 때가 처음이었다. 그 후 독일을 통일하는 프로이센이 프랑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다시 되찾아 오지만 일차대전의 패배 후 다시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에서는 독일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뽑히고 있다. 그만큼 많은 독일인들이 이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여름에는 비어가르텐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간단한 술안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음식은 이탈리아 피자와 닮아 있다. 한국의 파전이나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와도 친척쯤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얇게 한 반죽에 샤워크림을 골고루 펴고 그 위에 기본적으로 양파와 베이컨을 올려서 뜨거운 화덕에 12~15분정도 구워낸다. 플람쿠헨은 장작 화덕의 가장 처음에 나오는 강력한 화력을 이용한 음식이었다. 그 덕분에 화덕의 온도를 예측하는데도 이용이 됐다고 한다. 12~15분 안에 플람쿠헨이 타서 나오면 온도를 떨어뜨릴 때까지 빵을 넣지 않았고 덜 익어서 나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다시 한 번 불을 피우는 식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음식문화가 존재하고 그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90년대 이후부터 세계화라는 구호와 트렌드로 수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식문화를 잃어갔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산업화된 식문화를 받아들인 탓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으로 최근 각 나라들의 반성, 그리고 덴마크 노마의 성공 이후 많은 가스트로노미 업계에선 전통 음식과 식자재를 재조명하고 전통 식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보와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진 현재의 환경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각 나라의 음식 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