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는 외식산업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코너를 만들어 갑니다.

 

01.획일화 되어가는 외식 프랜차이즈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외식 프랜차이즈가 생겨나기만 하면 며칠 뒤 이름만 다를 뿐 메뉴와 심지어는 점포 디자인까지 비슷한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가앤쿡」과 「봉구스 밥버거」 등의 프랜차이즈다. 먼저 서가앤쿡이 생긴 뒤로 키친랩, 손쿡, 로보쿡, 원플레이트 등 비슷한 메뉴와 점포 디자인을 가진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생겨났다. 봉구스 밥버거 역시 쉐프밥버거, 뚱스밥버거, 몬스터밥버거, 밀크밥버거 등 수많은 밥버거 아류 브랜드들을 만들어냈다. 이 중 봉구스 밥버거와 쉐프밥버거는 특허문제로 소송 상태에 있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시장경쟁이라고 하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괜찮은 외식사업 아이템이 뜨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몰려들어서 결국 그 시장이 급속도로 포화상태가 되어버리고 지나친 경쟁을 하다가 시장 전체가 출혈을 겪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좋지만 좀 더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상문 naksm89@naver.com>

 

02.정부의 상생정책 허점… 새해엔 채워지기를

올 한해 외식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는 중기 적합업종에 따른 출점규제였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은 기존 브랜드 대신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 진출을 모색했고 중소기업들은 외식시장에서 규모를 늘리기 위해 분주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외식관련 취업준비생들은 취업문이 더 좁아져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대기업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기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진출이 더욱 가시화 되어 역차별 논란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형 외국계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아 실제 규모를 위장하며,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분명히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중소 외식기업들에 대한 지원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단순히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중소기업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경쟁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많이 들어올수록 지금보다 외식산업의 환경은 조금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업계의 많은 업체들이 복지나 근무환경에 있어 매우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외국계 기업의 복지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언론에서는 역차별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 외식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국내 외식업체들이 이제는 다양한 노하우와 경영방식 그리고 좋은 메뉴들을 가지고 있어 충분히 외국계 기업들과 멋지게 경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경영실적이 나오는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적절한 권고와 규제, 그리고 지원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외식산업이 큰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어 정부도 새해에는 기업의 규모와 사정에 맞춘 외식산업 지원방안이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권용수 genius369@naver.com>

 

03.성탄절에 우리 음식은 왜 없을까?

크리스마스는 세계인이 즐기는 지구촌 축제다. 원래는 종교적인 의미가 큰 날이지만 요즘은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기념일처럼 됐다. 이 때문에 많은 외식업소들은 크리스마스 한정 메뉴를 내놓기에 바쁘고 베이커리전문점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특별판매한다. 특별한 음식과 들뜬 분위기는 크리스마스를 더할 나위 없이 빛내주기 때문이다.

중학생 시절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 구운 칠면조 요리와 매시드 포테이토, 민스 파이(Mince Pie)를 크리스마스에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여러 나라에서 먹어본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독일에서는 슈톨렌, 프랑스에서는 율라그, 이탈리아에서는 스투로폴리를 먹었다. 같은 축제라도 나라마다 즐기는 문화와 음식이 다르니 그것을 경험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에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음식이 없다.

일부 외식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서양식 한정 메뉴를 내놓는 것이 전부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성탄절에 우리만의 음식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에 스테이크 좀 썰어보자”는 느낌도 좋지만 “크리스마스에 우리 음식 좀 먹자”라고 하는 표현이 나오는 그 날이 오면 새해가 오는 것만큼 반가울 것 같다.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요리 개발, 아직 늦지 않았다.

 <김보선 myyebby@hanmail.net>

 

04.두 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빵집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차별화를 내세워 성공한 골목 빵집은 어떤 차별화가 있을까? 지난 주말 신촌의 「김진환 제과점」에 방문했다. 우유식빵이 맛있기로 소문난 이곳은 올해로 오픈한지 18년 차다. 김진환 제과점의 메뉴는 두 가지다. 우유식빵과 아몬드소보루빵이 전부다. 제과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케이크나 쿠키 종류는 한 가지도 없다. 주말 2시에 가도 벌써 소보루빵이 동난 것은 물론이고 우유식빵을 사기 위해 30분씩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김진환 제과점을 방문하면 세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이런 외진 곳에 빵집이 위치했다는 것, 두 번째는 테이블 하나 없는 허름한 제과점의 인테리어, 세 번째는 이스트 잡내가 전혀 없는 쫄깃한 식빵 맛에 놀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무서운 입점 속도에도 꿋꿋이 김진환 제과점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메뉴의 간소화, 맛의 집중화, 박리다매 판매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대표는 동경제과학교를 재학하면서 배웠던 기술들을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을 줄이고 빵의 기본 중 기본인 식빵과 소보루로 메뉴를 간소화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메뉴에 이스트 잡내를 덜고 김진환 오너 파티시에가 직접 맛에 집중했다.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많이 팔지 못하면 이익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외진 상권이라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간소화한 맛있는 메뉴 두 가지를 하루 정량을 정해놓고 모두 판매하는 차별화로 동네 빵집 18년 차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휘황찬란한 메뉴들을 만들어 내느라 맛을 놓치는 빵집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내세워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신념과 소신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배우게 된다. 

<김소담 sodam05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