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첫 날에는 한 잔도 팔지 못했다. 매장 앞에서 춤을 추며 홍보하던 아들을 보고 부모님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09년 오픈해 현재 전국에 70여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방차전문카페 「오가.다」 최승윤 대표의 이야기다. 그때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템 발굴에 촉각을 세우고 대학생활을 했죠. 그러던 중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과 뜻을 모아 작은 여행사들을 타깃으로 BI, CI 등을 만들어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여행사들이 밀집한 곳이 무교동 인근이었는데 제가 주로 생활했던 대학가와는 다른 오피스가의 풍경에 놀랐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지…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것은 식사를 마친 후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조성됐으니 몸에 좋은 한방차를 커피처럼 손쉽게 마실 수 있도록 포지셔닝한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한 최 대표는 자신이 처음 사업을 구상했던 무교동 거리에 1호점을 오픈했다. 

“1호점은 제가 처음 한방차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직접 10분 단위로 유동인구를 체크하고, 상권분석 등 시장 환경을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었죠. 디자인 전문가, 한의사 등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매장 인테리어를 하고 여러 가지 메뉴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연 첫날 한잔도 못 팔았습니다. 친구들과 친척들을 모두 부르고 작은 매장 앞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했습니다. 앰프도 설치하고 사회자도 불렀습니다. 축하공연까지 했는데도 고객들은 우리 가게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무슨 차를 파는지도 몰랐습니다. 오가다라는 간판만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 때 고객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늘 우리 매장에 온 고객을 내일 다시 오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일했습니다. 고객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외우기 위해 고객노트를 만들어 매장을 찾는 고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일일이 메모하고 얼굴을 직접 그리며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어떤 차를 먹었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세심히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레 고객들의 발걸음이 늘었고 돈을 내고 차를 마시면서도 자기를 기억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 오히려 제게 고마워했습니다. 주인이 고객을 기억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그 매장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일에 집중했고, 그 마음이 고객들에게도 통했던 것이죠.”

오픈 첫날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한 달도 안 돼 하루 방문 고객이 500명을 넘었고, 개점 9개월 만에 가맹점을 냈다. 점포수는 3년 만에 70여 개로 늘어났고 매출은 매년 2배씩 증가했다. 고객들의 이름과 즐겨 찾는 메뉴, 매장에 대한 피드백 등을 통해 꾸준히 감동서비스를 실시한 덕분이었다. 

처음 오가다를 오픈할 당시에도 한방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낡고 오래된 느낌의 선입견이 문제였던 것. 최 대표는 바로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건강에 좋은 한방차를 젊은 세대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매장 인테리어, 패키지, 맛 등을 기획했습니다. 햄버거 하면 맥도날드, 커피는 스타벅스를 떠올리는 것처럼 대표성을 가진 브랜드들이 있는데 우리 한방차는 없습니다. 오가다가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한방차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한 최 대표는 자신을 닮고 싶어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최 대표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자금이 부족하거나 사업기술을 몰랐던 것이 아닌 멘토가 없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만 왜 그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 것인가?’ 자문한 후 답이 명확해지면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당연히 어려움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시험에 들 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목표와 꿈이 있는 이상 실패는 없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꿈이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청년창업육성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테리어나 별도의 투자비용 없이 직접 오가다 매장을 6개월 동안 운영하도록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은 모두 갖도록 하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1기로 선발된 지원자는 6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매장을 운영해 1000만 원 이상의 상금을 받았고, 현재 오가다에 특별 채용돼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외국사람들은 ‘차’라고 하면 녹차나 커피 정도를 떠올립니다.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한 가지 잎으로 만들죠. 한방차는 식물의 뿌리, 줄기, 열매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듭니다. 우리 전통차 범주를 보면 우선 신기해하고 관심을 보입니다. 한국의 차가 어떤 것인지 알리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외국인들도 한방차의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오가다의 첫 해외진출 도전은 일본이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 식음료사업과 중장비 제조업, 부동산업 등 14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일본 현지기업 ‘미야코 홀딩스’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2012년 도쿄점을 오픈했고, 올해에는 요코하마점을 오픈했다. 요코하마점 오픈은 도쿄에 출점한 후 1년 여간 운영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차 문화가 발달해 있는 일본에 우리 전통 한방차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커다란 자부심도 느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일본에만 10개 이상의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 이어 싱가포르에서도 파트너를 물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1호점을 오픈할 계획에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성공한다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도 진출할 겁니다.” 

2평 남짓한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에서 한 잔도 팔지 못했던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옆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최 대표가 꿈꾸는 오가다의 미래는 단순히 커피시장을 대체할 전통차 카페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외면 받아온 한방차를 새로운 이미지로 재조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진출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시장은 오가다의 영역을 더욱 넓혀갈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의 더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을 의식하고 또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저희는 세계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중국, 영국과 같이 차로 유명한 나라들까지 우리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글로벌브랜드가 되어 사람들이 커피하면 스타벅스를 떠올리듯이 차를 생각하면 오가다를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카페라는 공간, 차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