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재를 다니다보면 어딜 가나 비슷한 메뉴뿐이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인기 있는 메뉴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개발자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대놓고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미즈컨테이너」가 화제가 되자 여기저기서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와 서빙 콘셉트를 따라했고, 「서가앤쿡」의 목살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자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물론 주점 프랜차이즈에서도 미투 메뉴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또 「카페 마마스」가 청포도주스와 리코타치즈샐러드로 대박행진을 이어가자 요즘에는 동네 카페에만 가도 청포도주스와 리코타치즈샐러드를 팔고 있어 이 메뉴가 인기는 인기구나 싶다.
외식업계의 성공여부는 미투 브랜드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가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핫한 레스토랑이 하나 생기면 으레 메뉴나 콘셉트를 모방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외식업계의 풍토다. 하지만 창조 없이 모방에만 급급한 현실에 업계종사자로서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때론 원조에 버금갈 만큼 뛰어난 맛으로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모양만 흉내 내는 것에 급급해 그 메뉴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나쁘게 만드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는 과거에 이미 수없이 많은 메뉴가 뜨고 지는 현상을 경험해왔다. 대패삼겹살이나 불닭, 찜닭, 해물떡볶이 등의 메뉴는 한때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핫하던 대박메뉴였지만 현재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맛볼 수 없는 귀한 메뉴가 됐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이 양분하던 시절, 오븐에 조리한 치킨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대박을 터뜨렸었다. 오븐에 조리한 치킨은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치킨업계의 히트 메뉴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제는 오븐 치킨을 메뉴로 선보인다고 해도 어느 업소를 따라했다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븐 치킨은 이미 반짝 인기 메뉴가 아닌 치킨 시장 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했다.
메뉴 하나가 반짝 인기를 넘어 업계 전체를 리딩하는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따라하려면 제대로 따라해야 한다. 아무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발전 없는 모방은 아류고, 짝퉁일 뿐이다. 영혼 없는 모방으로 괜히 잘 되는 업소까지 힘들게 만들지 말고, 책임감 있는 메뉴 개발로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글 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