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즈음 외식업계 결산을 할 때가 되면 지난해 매출액뿐만 아니라 재작년 매출총액까지도 공개하지 않으려하는 기업들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금융감독위원회 공시자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다. 하지만 비상장회사나 유한회사의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그들이 직접 공개하는 총 매출액마저도 진위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로 오히려 투명하게 재무 상태를 공개하는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한국맥도날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한국피자헛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외국기업들의 한국법인은 대부분이 유한회사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주식회사 형태인데 반해 왜 이들은 유한회사로 만들었을까? 이유인즉 국내 법률상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및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원이 회사 출자금을 한도로 책임을 지는 유한회사는 그동안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 제출과 각종 공시 의무를 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식회사 중에는 아예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려고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곳까지 생겨났다.

이 같은 지적이 쏟아지자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유한회사라도 12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식회사와 동일하게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지난 1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회계감독의 사각지대인 유한회사에 외부감사 의무를 부여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외부감사의 대상을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주식회사로 규정하고 있어 유한회사의 경우 외부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감사보고서의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면서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 유한회사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고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완화된 회계감독 규율을 적용받아 온 대규모 비상장회사에게도 상장회사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외식기업들뿐만 아니라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외식기업들의 매출 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계 기업들의 매출액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 공정거래위원회 모범거래 기준이나 중소기업적합업종 등 정책 입안에 있어서도 특혜논란 시비가 다소 사그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저마다 자신이 관련 업계 1등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진풍경이 빚어지는 일도 볼 수 없을 듯하다.

글 설현진 기자 hjseol@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