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스」는 ‘안주’가 아닌 ‘요리’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레스펍 주점시장을 선도한 브랜드다. 중소기업청·소상공인진흥원이 실시하는 우수프랜차이즈 인증 4년 연속 획득, 6년 연속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수상, 2012년 국무총리 표창 수상 등 다양한 대외적인 검증은 지난 13년 간 치어스가 다져온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치어스의 시작은 어떤 프랜차이즈 보다도 소박하고, 또 절박했다. 

IMF 시절 개인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던 정한 대표가 어렵게 마련한 돈 5000만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브랜드기 때문이다. 

분당 서현역 인근에 마련한 8평짜리 작은 치킨집이 우여곡절 끝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2002년 고객들의 요청으로 인근에 분점을 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게 된다. 

“1년여간 10개점을 입소문을 통해 오픈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시스템 없이 장사 요령을 전수해주는 식이었죠. 그렇게 용인, 수지, 죽전 등 인근지역으로 가맹점이 늘어났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자, 정한 대표는 본격적인 시스템 만들기에 주력했다. 기획형 프랜차이즈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결정이었다. 

“물류사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5개 매장을 운영 중일 때였습니다. 물류기반을 마련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었죠. 막대한 투자비와 그에 따른 리스크가 우려됐지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었지만, 나름의 유통 경쟁력을 갖추고 이후 천천히 시스템을 다져갔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류 유통이 가능했던 것은 매장들이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빠른 선택은 운영구조의 안정화를 가져왔고 이를 기반으로  2007년 광주 오포읍에 600㎡(2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확장하기에 이른다. 

“치어스의 경쟁력 중 하나는 신규가맹보다 기존 가맹점 관리에 더욱 힘쓴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리’만으로도 본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신규가맹이 발생해야만 회사가 운영되는 브랜드라면 기존 가맹점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랜드의 기반을 흔들리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물류제공은 치어스의 아이덴티티이자 자긍심입니다.” 

치어스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주점에서도 ‘맛있는 음식,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 덕분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주점식 메뉴에 식상해 있던 고객들에게 냉동요리가 아닌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전문 주방장이 상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려면 필연적으로 전문 주방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가맹점주의 숙제로 남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본사에서 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주방장 헬퍼 시스템이다.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전문 주방인력을 양성해 가맹점에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주방장 등이 휴무일 때는 이 헬퍼시스템을 통해 대체인력을 상시 제공함으로써 가맹점주와 주방인력 모두 근무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같은 헬퍼시스템을 고안해낸 데는 정한 대표 역시 직접 매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외식업계의 인력문제는 사실 어느 한쪽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가맹점주는 주방인력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휩싸여 있고, 주방장 역시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근속하려 하지 않죠. 치어스 본사는 자체 주방인력 양성으로 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고려해 일종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궁합이 맞는 가맹점과 주방장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거죠.” 

치어스는 우수한 인력양성을 위해 관련 담당 직원이 꾸준히 인력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가맹점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있다. 

정한 대표는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에 있어서 무게추를 두자면, 본사 쪽으로 각도가 기울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본사가 가맹점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동반성장,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최근의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다소 파격적인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본사가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횡포’, ‘갑을관계’ 등으로 폄하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논리라고 말한다. 

“가맹점이 사병이라면 본사는 그 사병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입니다. 각종 마케팅 및 프로모션을 통해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을 위한 본사의 역할인 것입니다. 본사가 안정적인 틀을 만들고, 가맹점에 이 같은 전략을 제안하면 함께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사의 통제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정한 대표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사항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미꾸라지 가맹본사 때문에 피해를 본 가맹점주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정부가 지금이라도 법으로 통제하고 규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주점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금연법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긍정적이다. 오히려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9년도부터 치어스에서는 자체적으로 흡연구역을 만들었을 정도다. 당시만 해도 흡연구역 분리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많았으나, 오히려 고객들의 호평이 컸다고. 흡연자들조차 흡연은 흡연공간에서 하고, 식사와 주류는 금연공간에서 즐기려는 니즈가 있었던 것이다. 

“흡연을 제재하면 흡연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어요. 무엇보다 상쾌해진 매장환경 덕분에 가족단위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고객층이 다양해진 장점도 있었죠. 지금도 스스로 선견지명이 있었다라고 자부하는 부분입니다.(웃음)”

정한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암암리에 실천하던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 및 대외활동을 좀 더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중고육상경기연맹회장직은 물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인들(이하 새미산) 회장을 맞고 있으며,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FCEO 총동문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특히 새미산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함께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미의 단체로 정한 대표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들이 모여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길거리 모금운동 지원, 덕성여대 장학금 기탁, 스포츠 꿈나무 후원 등 어려운 처지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기업 운영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저에게 왜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하냐고 묻는다면 저 조차도 명확한 대답은 못하겠습니다. 그냥 이런 작은 활동들이 주는 기쁨이 제게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음주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 본질이자 고객 니즈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한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주점 트렌드가 시장을 스쳐갔지만,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치어스의 색깔을 유지해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치어스는 주요 타깃 고객층이 명확합니다. 그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 가면 되기 때문에 유행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매장이 노후화 됐을 때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2~4년 주기로 리모델링을 진행합니다. 치어스의 큰 골자이자 정체성은 지켜가되, 시대의 흐름도 쫓아가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 덕분일까. 맥주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치어스는 오히려 겨울에 신규가맹이 많다. 정한 대표는 이러한 결과는 예비창업자들이 ‘맥주’라는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치어스의 시스템을 선호하고 선택하는 근거라고 자부한다.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성을 길게 보자는 본사의 마인드처럼 예비창업자 역시 치어스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본사 자체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예비창업자인 것처럼 가맹점에 들어가 ‘치어스 가맹사업 할만하냐’고 물어보는 식이었죠. 심지어 암행 대상 가맹점들은 기존에 본사와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고,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곳들이었어요. 재미있는 건 해당 가맹점의 80%가 적극적으로 가맹점을 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뿌듯한 기억이었습니다.”

치어스는 향후에도 제 1브랜드인 치어스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가맹점의 매출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신선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 역시 게을리 하지 않을 예정이다. 물론 이 역시 유행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롱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정한 대표의 기존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모두 한 목소리로 ‘변화’를 외칠 때 ‘기본’과 ‘시스템’을 주창했던 정한 대표. 그의 경영철학이 더욱 빛을 보는 한 해가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