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정연 팀장 jy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시중에 유통되는 유아용 식판은 멜라민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다. 도자기로는 예쁜 모양을 내기 어렵고, 무엇보다 음식이 담길 정도의 깊이를 내기 어려워 실용성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흙으로 만든 도자기 그릇이 저렴한 재질의 그릇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김도훈 대표는 아이를 위한 도자기 식판을 직접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멜라민 식판에 담아 주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도자기로 만든 수입식판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수입제품은 우리 한식을 담기에 부족함이 많더라고요.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자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직접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김도훈 대표의 부친은 2002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김세용 선생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흙을 접한 김 대표는 가업을 이어 2대째 도자기를 빚고 있으며, 그의 아내 송선주 씨는 국내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미술감독을 지낸 아트디렉터로 도자기 식판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도자기로 유아용 식판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고온에 구웠을 때 수축하는 흙의 특성상 식판의 모양과 틀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안전성이다. 실용적인 제품이야 시중에 워낙 많지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일에 중점을 뒀다.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서 바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식탁까지 오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은 엄마들이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면서 음식을 먹이잖아요. 어릴 때 이런 버릇이 들면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대로 교육하고 싶었습니다. 도자기 식판은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장난치거나 떨어뜨려 깨뜨릴 위험도 적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키즈카페 등 유아고객이 많은 외식업소에서 사용해도 손색없습니다.”

도자기 식판 개발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를 기반으로 김도훈 대표는 도자기 식기의 특성을 잘 살린 안전하고도 예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창아트앤디자인의 브랜드명인 테르(TERRE)는 프랑스어로 ‘흙’이란 뜻이다. 아이를 위한 도자기 식판 제품에는 김도훈 대표의 딸 이름인 휘(HUI)를 붙여, 소중한 딸에게 줄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테르 휘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테르 도, 아내 송선주 씨의 이름을 딴 테르 쏭 제품라인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중순 선보일 ‘테르 쏭’은 디자인 식기류입니다. 육아와 살림을 겸업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린 예쁜 식기류를 개발 중에 있으며, 연말에는 도자인테리어 제품라인인 ‘테르 도’도 함께 선보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