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정연 팀장 jylee@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압구정로데오거리 상권이 부활하고 있다. 로데오거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사거리에서 학동 사거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ㄱ’자 형태의 거리로 강남권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지하철역이 멀어 인기 상권으로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하철 개통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늘고, 유명 SPA 브랜드 매장들이 속속 개장했다. 가로수길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매장 평균 임대료가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2배 이상 오른 것도 로데오거리 부활의 호재가 됐다. 점차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되는 가로수길과 달리 압구정로데오거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가 ‘한류스타거리’ 조성에 나선 것도 호재다. 한류스타거리는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부터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거쳐 JYP, 큐브엔터테인먼트까지 약 1㎞를 스타들의 추억이 담긴 맛집과 명소들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은 1980년 중반 미국 비버리 힐즈의 패션거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압구정로데오거리에 패션업종이 집중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서울 명동에서 활동하던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부터다. 패션디자이너들이 몰려들면서 고급 패션전문점들이 모여 있는 상권이 형성됐으며, 상류사회 소비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 

그러나 상권이 한 번 쇠락했다가 부활하면서 최근 압구정로데오거리는 복합상권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하철역 개통으로 10~20대 뚜벅이족들이 대거 유입됐고, 한류거리조성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늘어 패션, 음식, 뷰티 관련 매장들이 골고루 성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역 주변 중소형 빌딩 거래가 늘고 상가 권리금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하철역이 개통된 후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사실이다”며 “커피전문점, 디저트전문점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매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로데오거리가 여러 요인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상권이 안정화됐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야심차게 매장을 오픈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외식업소가 한 둘이 아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상권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보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권보다는 임대료나 권리금 등에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압구정로데오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인근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상권이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발품을 팔면 권리금이 아예 없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10대에서 30대를 아우르는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 디저트전문점 등은 눈여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상권이다”고 조언했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청담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리엔탈 유리피안 스타일의 퓨전 파스타를 선보이는 「뜨리앙」을 만날 수 있다. 파스타뿐만 아니라 샐러드와 리조또 등의 메뉴는 모두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퓨전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뜨리앙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한몫한 이곳의 대표메뉴는 ‘삼겹살 야끼 파스타’다. 셰프가 직접 개발한 데리야끼 소스에 스파게티 면을 볶고 그 위에 삼겹살과 파절임, 튀긴 마늘을 올린 메뉴로 고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 중 하나다. 또 다른 인기메뉴는 ‘비프 검은깨 크림 파스타’. 검은깨 소스와 크림이 잘 어우러져 고소하면서도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내 여성고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고객들 사이에서 파스타와 함께 꼭 맛봐야 하는 메뉴로 꼽히는 것은 ‘바삭 마늘 버터 깔라마리 샐러드 박스’다. 구운 오징어 위에 빵가루와 마늘, 버터, 여러 가지 채소가 소복하게 담겨 제공되는데, 스테인리스 재질의 네모난 통에 담겨 있는 것이 특이하다. 샐러드에 사용된 채소들 역시 영양부추와 상추 등 한국적인 식재료들이다. 오렌지를 껍질째 얇게 저며 간장, 올리브오일 등을 섞어 만든 드레싱을 뿌려 새콤달콤하면서도 친숙한 맛을 낸다. 

‘달과 빛, 술과 담소가 있는 달 항아리’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달빛술담 문자르」는 연예인들이 즐겨찾는 모던 막걸리바로 유명하다. 카페처럼 꾸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통 막걸리와 칵테일 막걸리, 수준급의 안주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옥돌 수육 보쌈김치다. 옥돌 위에 올린 수육과 함께 굴을 듬뿍 넣은 배추김치와 부추무침이 제공된다.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김치에 싸먹는 촉촉한 수육 맛이 일품이다. 

이곳은 약 20종의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민속주 1호로 지정한 금정산성 막걸리, 식객 허영만 선생이 극찬한 70년 전통의 덕산 막걸리, 유자 막걸리 등이 유명하다.

개점 초부터 화제가 된 갤러리아 식품관의 「고메이 494(Gourmet 494)」는 압구정로데오거리의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맛집이다. 유명 맛집으로 구성된 고메이 494는 샌드위치가 유명한 「까페 마마스」를 비롯해 지역 유명 맛집인 「속초 코다리 냉면」, 수제피자가 유명한 「핏제리아 디 부자」 등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며 가족 혹은 연인사이에 오붓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서울 맛집 집결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메이 494가 개점한 2012년 10월 갤러리아백화점 인근에 압구정로데오역이 들어서면서 접근성이 편리해진 덕에 이곳을 찾는 고객들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고메이 494는 지난해 10월 개점 1주년을 기념 ‘494 테이스티 차트’를 통해 베스트 메뉴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카페 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1위를 기록했다.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선보인 글로벌 맛집 「치즈케이크팩토리」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개화옥」은 개성식 불고기에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신사점과 압구정점 두 곳을 운영 중인데 좀 더 아늑한 공간을 원한다면 압구정점을 추천한다. 

메뉴는 불고기, 차돌박이구이, 편육, 보쌈 등이 유명하며, 와인리스트는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디저트 와인 등을 골고루 갖췄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불고기는 개성식 불고기를 표방하고 있어 수분과 양념을 최대한 절제한 것이 특징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한우 등심의 육즙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밑반찬들도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다. 

개화옥이라고 하면 ‘된장국수’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얼큰하면서도 맑은 된장 국물에 얇게 썬 감자와 호박이 구수함을 더하고, 쫄깃하면서도 찰진 굵은 면발이 식감을 살린다. 특히 해장용으로 인기가 좋다.